환경정의 가족들 모두 안녕하세요! – 미시간에서 서왕진
2004년 4월 06일 / 공지사항
환경정의 가족들 모두 안녕하세요!

신선한 공기를 호흡하려 창문을 여니 눈부신 달빛이 가득합니다. 초저녁에 엄청나게 큰(여긴 사람도 콜라도 햄버거도 참 징허게 큽니다) 달덩어리가 둥실 떠오르는가 싶더니 지상의 불들이 대부분 꺼지자 정말로 눈이 아릴 정도로 환하게 빛나는 달이 되었습니다. 눈이 부신 달빛이라! 아마도 어렸을 적 기억을 더듬어야 가능한 존재일 겁니다. 새삼 서울의 하늘을 생각하게 됩니다.

전 참 긴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곳 미시간은, 비록 한겨울은 아닙니다만 아직도 눈이 오고 여기에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속이 우두둑 떨릴 만큼 춥습니다. 뭐 이 와중에도 잠시 햇빛만 반짝하면 이곳 사람들은 반팔 셔츠에 핫팬츠를 입고 뛰어 다닙니다만 전 그걸 보면 더 춥습니다. 한국은 개나리가 활짝 이겠죠. 환경정의 사무실의 담쟁이에도 물이 좀 올랐는지 궁금합니다.

아직 제대로 인사들도 못 드렸습니다만, 떠나기 전 많은 분들이 전해주신 격려와 사랑을 뒤로하고 이 곳 생활을 시작한지 거의 한 달이 되어 갑니다. 아직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이나 ‘미시간주립대 객원연구원’이란 명칭 모두 저로선 생소합니다만 그래도 이곳 생활에서 날마다 부닥치는 낯설음보다는 덜 합니다. 별 맛도 없이 크기만 한 샌드위치 하나 주문하는데도 우리말로도 잘 모르는 여러 가지 내용물을 선택하라고 물어오고 “here or to go?” 따위를 툭툭 던져대니 참 성질 같아선 굶어 버리고 싶습니다만, 이것도 공부다 싶고 굶어야 저만 배고플 것이니 연신 미소지어가며 주문을 마칩니다. 어쨌거나 샌드위치도 저한텐 결코 ‘Fast’ Food가 아니란 점을 다지사 가족들께선 알아  주십시오.

이런 처지라 지금은 어학 훈련에 많은 시간을 투여하고 있고 환경관련 전문 분야는 차분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마도 여름이 지나야 계획했던 연구 분야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시도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환경정의, 토지이용계획, 풀뿌리 시민참여, 환경과 건강, 시민단체의 역할, 환경과학과 정책”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연구 프로그램과 전문가들을 찾고 있습니다.

이제 열흘 있으면 총선이네요. 전 실은 큰 기대를 하고 있진 않습니다만 선거 결과가 어떻든 탄핵 사태는 보통 시민들의 주권의식이랄까, 좀 어렵게 말하면 민주주의의 급진화랄까 하는 점에서 한발자국 진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여러 가지 면에서 이번 탄핵 정국은 ’87년 6월을 떠오르게 하네요. 규모와 강도에 있어서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보통 시민들의 분노와 참여, 시청 앞 광장의 열기, 다른 한편 대안 세력에 대한 불명료함 속에서 기성 정치세력 중 상대적으로 덜 반동적인 집단에 대한 심정적 지지 등 마치 좀 말랑말랑해진 축소판 같다고나 할까요. 물론 명료한, 그리고 중요한 차이도 있어 보입니다. 바로 시청 앞 광장에 나온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보통 시민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대중 매체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공론의 장에 참여하고 또 공론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뭐 이게 현실 변화에 실질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 하는 점은 엄밀한 사회과학적 분석이 필요한 일입니다만 아마도 무시할 수 없는 결정적 요소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시민운동은 이러한 공론의 장에서 어느 정도의 영향력과 신뢰를 지니고 있을까요? 환경정의에게도 피할 수 없는 질문이겠죠. 환경정의도 환경과 사회정의를 포괄하여 회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공론의 장을 만들 수는 없을까요? 그 속에서 좀 쉽게들 얘기를 나누고 그 중에 가끔 탁월한 논객도 나와서 논의 수준의 비약도 이뤄 내면서 환경정의 식구들의 정체성을 형성해 나가는 공간 같은 거 말이죠. 물론 정책위원들도 아카데믹한 형식만이 아닌 보통 시민적 감성과 형식으로 공론의 장에 적극 참여해야겠죠. 뭐 사무처 차원에서 보면 새로운 얘기는 아닙니다만 회원의 저변을 넓혀가는 것과 함께 환경정의 운동을 주체적으로 만들어 가는 중심 회원 세력이 형성되지 않고서는 우리 운동의 질적 비약이 어렵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보다 강하게 느껴져서 새삼스레 던져 보는 겁니다.

아침에 좀 옷을 껴입고 이 지역을 휘감고 흐르는 'RED CEDAR' 강변을 뛰다보면 사람들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채 한 달도 안됐습니다만 모두 그립습니다. 4월 10일 안산 잔디구장에서 축구 경기와 야유회라! 발이 근질근질 합니다. 주전 골잡이(접니다)가 빠져도 패배를 모르는 'KEB'처럼 웹사이트를 통해서 느껴지는 환경정의도 활기차 보입니다. 무엇보다 좋은 분들이 새롭게 참여하셔서 큰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새롭게 거듭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맞은 환경정의에 모든 주인들께서 활발하게 참여하기를 기대합니다. 저 역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정말 부지런하게, 끈기 있게 해 보렵니다.

2004. 4. 5

미시간에서 서왕진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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