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운하, 접을 때가 됐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정권의 향배에 따라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교수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대운하를 추진하니 새역사를 창조할 것이라며 용비어천가를 불러댔고, 대통령실장과 환경부장관이라는 사람은 심오한 철학이 담긴 것을 어찌 범부들이 알 수 있겠느냐고 국민들을 향해 오만한 손가락질을 해온 지 오래다.

그런데 청와대는 느닷없이 “당초 한반도대운하라는 개념은 적절한 게 아니었다”고 말한다. 5월말에 나온 말이니 국운융성을 위해 10년간을 연구해온 것이라던 지난 해 대선 때의 주장을 근 일년 만에 완전히 뒤집은 꼴이다. 당황스럽다.

게다가 이명박대통령이 직접 나서 “잇고 하는 것은 국민이 불안해 하니까 뒤로 미루고…”라며 물류혁명을 위해 건설하겠다던 운하는 온데간데없고 “시궁창(?)이 된 강을 정비하는 일”만 남게 됐다.

그러던 차에 대운하연구팀에서 운하건설 연구를 담당하던 건설기술연구원 김이태 박사가 “하천정비사업은 곧 운하건설사업”이라고 정문일침을 놓았다. 그의 고백으로 인해 국민들을 속이고, 여론을 무시하며 운하건설을 밀어붙이려는 이명박정부의 허연 속살이 드러났고, 이내 여론은 분노로 들끓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국토해양부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고 개인적인 주장일 뿐이란다.

한번 따져보자. 이명박대통령과 청와대의 발언을 종합하면 ‘국민저항이 덜한 뱃길정비는 먼저 추진하고 물길잇기는 나중에 하겠다’는 것이다. 조령터널을 뚫어 한강과 낙동강을 잇는다고 해서 배가 다닐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운하건설사업은 뱃길정비와 물길잇기를 포함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청와대와 대통령의 발언도 그것을 인정한 것이기에 김이태 박사의 주장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그런데 왜 국토해양부는 청와대와 대통령의 발언은 맞고, 김이태 박사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인가? 앞뒤를 분간하지 못하고, 대응논리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못한 끝에 나온 실언이라고 해두자. 그도 그럴 것이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혀 만신창이가 된 한반도대운하사업을 강행할 수 있는 좋은 명분을 찾았다 싶었는데, 폐부를 깊숙이 찌르듯 허구를 들춰내니 아연실색할 상황이었겠다.

이쯤에서 이명박운하의 논리적 허구를 접어두고 실체적 허구를 따져볼 일이다.

먼저, 한강처럼 하천을 정비한다는 것은 하천유역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지 강을 오롯이 살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1982년에 착공한 한강종합개발사업은 “하천공간을 종합적이고 다목적으로 이용∙개발하기 위한 사업”으로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 한강 호안을 복복단면으로 만든 뒤, 시멘트 블록을 쌓고 제방을 높여 양안에는 자동차전용도로를 건설하고, 모래땅이던 주변을 성냥갑 같은 아파트를 짓기 위한 사업이었다.

둘째, 하천정비사업은 거의 완료된 사업이라 또 다시 하천정비사업을 하겠다는 것은 넌센스다. 하천정비사업에는 크게 국가하천정비사업과 전국 13대강 본류 및 주요지천을 정비하는 수계치수사업이 있다. 2006년말 현재 운하예정지역이 포함된 국가하천은 97.5% 이상이 완전히 정비되었다. 그 과정에 9조원 가까운 예산을 쏟아 부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또 4대강 본류를 정비하겠다고 하니 대놓고 혈세낭비를 하겠다는 어리광에 응석받이라도 해줘야 할까?

셋째, 제방을 축조하고 노후제방을 보강하는 하천정비사업과 강바닥을 깊숙이 파내고, 그곳에 시멘트를 바르는 운하건설사업과는 완전히 다르다. 하천정비사업의 목적은 홍수피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하천환경을 보전∙회복시키기 위해 추진하는 사업이기에 제방위주의 홍수방어개념을 가지고 있다. 달리 말하면 하천정비사업을 한다고 해서 커다란 배를 띄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넷째, 치수사업은 100% 국고를 들여서 진행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100% 민간투자로 운하건설을 하겠다는 주장은 거짓말이다. 운하건설을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의 하나가 경제성이 없다는 것이다. 들인 돈에 비해 사회적 이득이 한참 적다는 것인데, 사실상 운하건설사업인 뱃길정비에 막대한 국고를 투입하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는 수조원의 국고를 들여서 간신히 얻어낸 조작된 경제성평가 수치일 것이다.

분명하다. 이명박정부의 뱃길정비는 “무늬는 하천정비, 실체는 운하건설”, 이것이다. 논리도 실체도 허구로 가득찬 이명박운하. 그래서 여론은 접을 때가 됐다고 목청을 높이고 있다.

오성규 환경정의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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