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힘

“잔반을 줄이면 반찬의 가지수가 늘어납니다.”  한 구내식당의 벽에 걸려 있는 플랭카드 문구입니다.
워딩이 정확한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대개는 “잔반을 줄입시다!”나 “반찬을 남기지 맙시다!”, “먹을 만큼만 가져가시기 바랍니다!” 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그러나 어떤 문장이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만든 것인지, 또한 어떤 문장이 잔반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지 알수 있겠죠?

  또 다른 한 예로 어느 세차장에는 매일 수많은 고객들이 세차 터널 안에서 자동차의 사이드 미러나 범퍼, 안테나가 파손됐다고 불평을 했습니다. 직원들이 열심히 사이드 미러를 접어 주고 안테나를 내리도록 주의도 줍니다. 하지만 불평은 늘어만 갑니다. 세차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입구에 있는 안내판에는 “범퍼 파손에 대해서는 세차장이 책임지지 않습니다”, “특정 모델과 SUV차량은 세차시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책임지지 않습니다”, “고정식 안테나에 문제가 생겨도 세차장이 책임지지 않습니다” 같은 경고 문구들이 있었습니다.

 고민끝에 세차장 관리자는 경고판에서 부정적인 단어들을 모두 없애버렸습니다. 그리고 경고문이 꼭 필요한 경우에는 부정적인 단어들을 긍정적인 단어들로 대체했습니다. 예컨대 “여기서 정차하지 마세요”를 “계속 전진하세요”라고 바꾼 것입니다.그리고 세차장 출구에 “세차에 불만이 있으시다면 기꺼이 다시 세차해드리겠습니다”라는 표지판을 새로 세웠습니다. 직원들은 항상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하도록 교육했습니다.

 이렇게 공격적인 표지판을 없애자, 불만을 제기하는 고객이 급감했다고 합니다. 왜 그랬을까요? 기존의 부정적인 단어로 채워진 표지판들이 세차장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손해 가능성’을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안테나 파손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경고문 때문에 고객들은 세차 후에 자신의 안테나가 손상되지는 않았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던 것입니다. 세차장이 긍정적인 표현과 긍정적인 목소리로 가득 차자, 분위기도 즐거워졌고 손님들도 유쾌해졌습니다. 고객들의 불만도 크게 줄어든 것은 당연했습니다.

 시민들은 환경단체는 항상 경제성장과 개발에 대해 특히 정부가 하려는일에 무조건 반대, 저지, 비판만 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우리의 의도와는 다르게 공격적이고 과격한 모습들이 언론에 종종 비춥니다.  그래서 시민단체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를 많이 떠올리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위의 예들은 긍정적인 문구와 생각이 고객, 손님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자신의 책 ‘코끼리는 생각하지마’를 통해 프레임 구성에 대해 중요하게 말하면서, 지난 미국 대통령선거 때, 왜 민주당이 공화당에게 패배할 수 없는지를 알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닙니다. 최근 서울시교육감 선거때도 바로 알 수 있었죠. 진보에 속하는 주경복 후보의 현수막에는 외고 자립형 사립고 증설반대, 국제중고 신설반대, 방과후 학교 반대, 기초학력평가 반대, 0교시 수업 반대.. 등 보수에 속하는 공정택 당선자의 공약에 반대하는 문구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공 당선자는 유일하게  강남 임대아파트 신설에만  반대한다고 부정적인 단어 사용을 최소화했습니다.

‘긍정적인 문구’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민에게 다가가는 것. 이는 식당이나 세차장에서만 사용되는 마케팅의 한 방법이 아니라 좀 더 평등하고 친환경적인 진보가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