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아래 두 자녀! 잘사는 놈만 자식인가?


대한민국 가정에는 두 명의 자녀가 있다. 그 중하나는 부모가 집안을 살린다는 명분으로 최고의 교육을 시키고 좋은 직장을 마련해줬고, 차도 사주고, 먹을 것도 많이 주고, 용돈도 푸짐하게 주었다. 그 덕분에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집안의 대들보가 되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제대로 교육도 시키지 못했고, 변변한 직장도 없으며, 먹을 것도 충분히 주지 못하여 현재 아사 직전에 몰려있다. 그리고 지금 그 두 명의 자녀는 서로에게 도움을 달라고 부모를 떼쓰고 있다. 보통의 경우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만, 만약 이런 경우라면 정상적인 부모라면 이제 누구에게 정성을 쏟아야 할까? 소위 잘나간다는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할까 아니면 아사 직전의 자녀에게 신경을 써야 할까?


이것은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 우리 눈앞에서 발생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문제를 그대로 드러낸 현실이다. 60년대의 개발연대 시절부터 수도권은 국가 경쟁력의 상징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가정을 살리기 위해서 정부와 여당이라는 부모는 수도권의 경쟁력을 살리기 위해서 온갖 노력을 다하였다. 좋은 인재를 길러내기 위해서 20대 명문대학의 80%를 수도권이 지었다.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해서 100대기업 본사 중 75%를 수도권에 위치하도록 했다. 수도권의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 수많은 고속도로와 철도, 그리고 전철 노선 등을 설치했다. 중앙정부의 투자는 대부분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리자 신도시 개발을 통해 수많은 아파트를 공급했다. 결과적으로 서울은 세계에서 손꼽는 대도시가 되었고, 인천과 경기도도 세계적인 수준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1960년대에는 수도권의 인구비중에 20.8%에 불과했었으나 지금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수도권의 면적은 전국토의 11.8%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지난 50년간 수도권에는 매년 20만 명의 인구가 비수도권에서 유입되어 왔고, 수도권 지역의 도시기본계획에 반영되어 있는 인구수를 모두 합하면 2020년에 3,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대한민국의 인구가 2013 – 2015년을 정점으로 해서 점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이때쯤 되면 전국인구의 60%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게 될 것이다. 수도권의 지독한 비만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지역에서는 수도권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비수도권은 어떠한가? 매년 인구가 줄어들어 없어질 위기에 처한 군들이 속출하고 있고, 지방에 위치한 대학들은 졸업생들이 진출할 일자리가 없어 실업자 양성소가 돼가고 있다. 농촌에 가도 각 가정마다 차 한대씩 다 있고, 잘 사는 사람 많다고 이야기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농촌에서는 대중교통에 투자할 돈이 없어서 버스가 40분이나 한 시간에 한 대씩 다니기 때문에 농민들이 빚을 내서 자가용을 운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다 보니 농촌의 인구는 매년 줄고 있다. 전북 부안군의 예를 들어보자. 부안군의 인구는 1966년 17만 5,000명이었다. 그리고 42년이 지난 지금의 인구는 6만 1,000명이다. 500개월 동안 한 달도 빠짐없이 매달 300명씩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추가적인 수도권 규제완화는 아사직전에 몰린 지방을 완전히 죽이는 일이라며, 중앙정부에 국가균형발전 전략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이라는 가정을 이끌어 가는 정부와 여당이라는 부모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라는 두 자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자. 수도권은 지독한 인구집중으로 인하여 비만의 부작용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 대기오염이 심각하여 이로 인한 조기 사망자가 10,000명을 넘어섰고, 이는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보다도 많다. 수도권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직간접적 사회적 비용이 매년 최소 10조원에서 60조원에 이른다고 한다. 수도권의 교통 혼잡비용은 매년 6조원을 넘어선지 오래다. 반면에 비수도권에는 그동안 국가에서 투자해놓은 사회간접자본이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일자리와 인구가 점점 줄어들어 아사직전에 몰려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에 더 많은 규제완화와 투자를 통해 좀 더 비만하게 만들것인가 아니면 아사직전의 비수도권을 살리기 위해서 수도권에게 다이어트를 하게 할 것인가의 절박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 선택은 누가 봐도 명확하다. 국가 균형발전의 토대하에 선(先) 지방육성 후(後) 수도권 경쟁력강화의 원칙에 맞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에서 발표되는 최근의 정책들은 국가균형발전의 원칙과는 정 반대로 가고 있다. 최근의 국토해양부의 업무보고 자료에 의하면 향후 수도권의 성장을 유연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현재에도 거의 최소한의 역할만 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을 폐지하거나 대체입법을 하겠다고 나섰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수도권 규제가 헌법 위반이라며 위헌소송에 나서겠다는 터무니없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다. 정부 여당에서는 수도권 내 첨단 대기업 및 국내대기업의 공장입지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해줬던 입지규제를 모든 대기업을 대상으로 완화해준다면 앞으로 지방에 새로운 공장을 지을 대기업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 상수원 보호구역으로부터 20km이상 떨어져야 했던 공장입지 규제도 7km로 완화하였고, 수도권에 대학설립규제도 완화하여 경기 북부지역에 새로운 종합대학이 설립될 길을 열어놓아 지방대학은 파산할 지경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 가운데 최근 비수도권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그리고 시민단체들이 ‘지역균형발전 촉구 결의대회’를 갖고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와 국가균형발전정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이 말하는 국가균형발전은 수도권을 죽이고 지방이 살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 상생할 길을 찾자는 것이다. 수도권이 이미 폭식증으로 인한 고도 비만 환자가 되었고, 국가 발전을 저해하는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규제 합리화라는 이름으로 수도권 규제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이명박 정부를 규탄했다. 이대로 간다면 대한민국은 지방은 없고 수도권만 존재하는 반쪽짜리 공화국이 될 것이며 이는 대한민국에 엄청난 재앙이 될 것임을 강력히 경고했다. 더불어 국가의 균형발전계획 수립의무와 균형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의무를 규정한 헌법 120조와 123조 2항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는 비판도 가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이라는 성장 동력을 발판삼아 선진국 문턱에 까지 왔다. 그러나 이제는 비만증에 걸린 수도권 때문에 국가균형 발전이 저해되고 있다.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계단을 한 단계 더 오르려면 수도권에 대한 강력한 인구 억제 정책을 썼던 국가의 경험을 되짚어 보아야 할 것이다. 1960년을 기준으로 볼 때 파리는 인구집중도가 18.2%였는데 2008년에도 같은 수준인 18.8%에 불과하다. 런던의 경우에는 71년에 그 인구가 745만이었는데 2001년엔 718만으로 오히려 인구가 감소된 상황에서 런던 인근의 규제완화를 시도한 바 있다. 비슷한 기간 우리나라는 60년에 수도권 인구집중도가 20.8%에서 지금 현재는 50%에 육박한다. 지금 당장 손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모자랄 판에 수도권 규제 완화를 통해서 지방을 죽이는 정책만 핀다면 이 정부가 받아야 할 역사적 책임은 그리 가볍지 않게 될 것이다. 



박용신 _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