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 쟁점과 대안

<이슈투데이>를 위한 글/2009.1.17

4대 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 쟁점과 대안


조명래(단국대 교수)


1. 이슈의 배경: 녹색뉴딜과 4대 강 정비사업의 논란


 2009년 1월 6일, 정부는 경제위기의 타개책으로 ‘녹색 뉴딜’ 사업을 발표했다. 뉴딜(New Deal)이라 함은 본래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대공황 극복을 위해 1933부터 1937년까지 추진했던 일련의 경제정책을 말하는 데, 정책의 핵심은 대규모 공공사업을 벌려 일자리를 대량 창출하는 것이었다. 녹색 뉴딜은 녹색과 뉴딜을 합친 말이다. 녹색은 저탄소, 친환경, 자원절략 등으로 대표되는 성장전략을 한다면, 뉴딜은 일자리 창출용 대규모 공공투자사업을 지칭한다.

 

 2012년까지 총 50조원을 투자해 연인원 96만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녹색 뉴딜은 9개 핵심사업과 27개 연계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핵심은 ‘4대 강(한강, 영산강, 금강, 낙동강) 살리기 및 주변 정비’ 사업이다. 실제 녹색 뉴딜 사업의 전체 예산 중 36%, 전체 일자리 창출 목표 중 30%를 4대 강 정비 사업이 차지하고 있다. 녹색 뉴딜의 성패가 4대 강 정비사업에 걸려 있는 셈이다.    

 

 그러나 4대 강 정비 사업은 녹색 뉴딜 이전에 발표되었고, 또한 그와 함께 정치적, 사회적 논란을 불렀다. 삽질하는 사업이 대부분인 4대 강 정비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수단이 될 수 없고, 하천 생태계를 심각하게 파괴할 것이며, 창출될 일자리도 건설 노무직이 대부분이라는 등이 논란꺼리다. 이 중에서도 2008년의 촛불시위로 정부가 마지못해 중단했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논란의 중심이다. 대통령의 핵심공약이면서 최우선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지만, 국민여론에 밀려 잠시 중단되었던 ‘4대 강을 연결하는 운하’를 다시 건설하기 위한 사전포석이 곧 4대 강 정비 사업의 숨은 정치적 의도라는 것이다. 우선 사업의 내용을 보면 그러한 의구심을 불식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비슷한 시점에 사업타당성이 불명확해 중단되었던 경인운하 사업을 정부가 다시 추진하기로 함에 따라 4대 강 정비와 운하건설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구심이 더욱 커졌던 것이다. 그렇다면, 4대 강 정비사업은 실제 어떠한 내용과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이와 연동된 경인운하 건설의 쟁점은 어떠한 것이며, 이 두 사업은 실제 서로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가?          

 


2. 사실은 이렇다: 4대 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사업의 실체


 2008년 말 정부가 발표할 당시 4대 강 정비사업의 명칭은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였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이 사업의 목적은 지구온난화를 대비하고, 홍수 및 가뭄 등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며, 하천공간을 합리적으로 정비해 이용을 최대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의 4 대 강 정비를 위해 2011년까지 총 14조원이 투입되면 19만 개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23조원에 달하는 생산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되었다. 이를 한국판 ‘뉴딜 효과’라 불렀다.

 그러나 2009년 초 녹색뉴딜이 발표될 때, 이 사업은 ‘4대강 살리기 및 주변 정비사업’으로 불러졌고 9대 핵심과제의 하나가 되었다. 또한 2012년까지 17조9917억 원을 투자하고 27만5973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사업내용이 확대되었다. 주요 사업으로는 ‘노후한 제방 보강’, ‘토사 퇴적 구간 정비’, ‘하천 생태계 복원’, ‘중소규모 댐, 홍수조절지 건설’, ‘하천변 저류지 및 저수지 개발’, ‘하천 상하류를 연결하는 자전거길 조성’, ‘친환경 보의 설치’ 등이 제시되어 있다. 2009년 상반기까지 마스터플랜을 확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2008년 말부터 7개 지방도시(충주, 대구, 부산, 안동, 연기, 나주, 함평)를 대상으로 한 선도사업이 이미 착수된 상태다. 앞으로 정부는 녹색성장위원회를 만들어 녹색뉴딜사업의 정책방향과 투자를 조율할 계획이어서 4대 강 정비 사업도 이 틀 내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인운하는 굴포천 유역의 상습적 수해를 예방하기 위해 1992년 굴포천 물을 서해로 빼는 방수로 사업을 확대하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방수로 (14.2km)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한강 쪽으로 3.8km만 추가로 연결하면 홍수대비 뿐 아니라 평상시에는 운하로 활용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이렇게 해서 1995년 굴포천 방수로 사업은 서울 강서구 개화동과 인천 서구 시천동을 잇는 길이 18km, 폭 80m의 경인운하사업으로 확대되어 실시계획 승인 전까지 갔으나, 환경문제와 경제성에 대한 환경단체 등의 문제제기로 2003년 중단되었다.

 

 2003년 감사원의 재검토 의견에 따라 정부는 네델란드 DHV사에 경제성 분석을 의뢰하여 ‘비용(C) 대 편익(B)의 비율(B/C)’이 1.76으로 경제성이 충분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지만 추진의 의지를 확정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재추진 의사를 밝히고, 2008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성 분석 결과 B/C가 1.07로 나오자, 정부는 재추진을 결정하게 되었다. 정부가 경인운하 사업에 속도를 내는 것은 수해예방은 물론, 물류비절감, 교통난 완화 등 녹색성장에 필요하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반도 대운하 건설이 한참 논의 될 때 경인운하는 한강-낙동강을 잇는 운하(경부운하)와 연계하도록 되어 있어, 그 재추진이 이미 기정사실화 되다시피 했다.        

3. 쟁점의 분석: 4대 강 정비사업과 경인운하 건설의 문제점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독려하고 있는 데서 알 수 있듯이, 4대 강 정비사업은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의 내용과 추진방식 등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합의가 결여된 만큼, 그에 따른 문제점이 적지 않다.

 

 첫째, 지금 이 시점에 국가적 차원의 ‘하천 정비’가 굳이 필요하냐는 문제다. 2006년 건교부는 ‘하천정비기본계획수립현황과 하천별 정비현황, 치수사업의 민간위탁 현황’ 보고서에서 4대 강 하천 정비사업의 개수율이 97.3%에 달했음을 지적했다. 이는 추가적인 대규모 하천 정비의 필요성이 그렇게 크지 않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더욱이, 필요하다 해도, 4대 강 정비예산을 앞으로 4-5년간 13배 늘릴 정도로 4대 강의 문제가 심각한지도 의문이다. 대표적인 하천문제인 ‘범람으로 인한 홍수’는 현재 4대 강에서 매우 드물게 발생하고 있고, 4대 강 관리에서 핵심인 수질도, 낙동강의 경우 2008년 상반기에 1 급수로 나아졌다. 그러나 정작 미래지향적 하천관리의 핵심이 되는 ‘하천 생태기능 복원’ 같은 부분은 부차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둘째, 4대 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 건설의 사전 작업인가 하는 문제다. 물론 정부에서는 이를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하천준설, 슈퍼제방, 하도 건설 등을 포함하는 18조원 규모의 하천정비는 ‘통상적인 하천 정비’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사실상의 대운하 1단계 사업이란 이유 외에 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선 국가하천에 대한 하도정비사업이 지금까지 한번도 추진된 바 없다. 4대 강 정비 사업이 대운하와 다른 점은 ‘한강-낙동강을 잇는 시설’, ‘대형 갑문’이나 ‘터미널’의 설치가 없는 정도이고, 나머지는 약간만 보완내지 변경하면 대부분 비슷하다. 가령 하도정비나 제방보강은 운하 수로로, 농업용저수지나 댐 건설은 운하 용수의 확보로, 배수갑문과 자연형 보는 주운용 갑문으로 쉽게 전환되거나 활용될 수 있다. 현재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4대 강 정비사업’과 ‘운하건설사업’간의 차이점은 사업을 추진하면서 쉽게 극복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4대 강 정비로 인해 하천의 자연적 모습과 기능이 왜곡되지 않을까 하는 문제다. 정부 당국자는 4대 강 중 현재 정비되어 있는 구간은 ‘서울시 구간의 한강’ 뿐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즉, 수중보를 설치해 저류가 되고 둔치를 설치해 수변공간이 확보된 조경하천을 정비된 하천의 이상형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운하를 전제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현재 구상대로라면 정비된 ‘4대 강’은 복원된 ‘복원 청계천’이나 ‘서울구간 한강’의 확대된 모습이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곧 한반도 자연에 대한 대학살을 의미하게 된다.

 

 넷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투입하는 18조원의 ‘기회비용’ 문제다. 미국의 오마바 정부가 추진하는 뉴딜의 70%가 복지관련 사업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하천정비와 같은 토건사업에 명운을 걸고 있는 한국식 뉴딜은 결코 바람직스러운 것이 못된다. 뉴딜효과로 간주되는 ‘고용 및 생산유발효과’도 허수에 불과하다. 19만의 고용유발 효과란 것이 건설업 분야에서 10억 원을 투입했을 경우 16.6명의 신규 취임이 발생한다는 관련연구 결과를 기계적으로 적용해 도출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러한 뉴딜효과도 18조원을 감세 등으로 부족할 지자체의 교부금으로 활용하거나 마을단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지원함으로써 얻게 될 효과와 비교하면 보잘 것 없을 수 있다.

 

  4대 강 정비사업의 문제는 이렇듯 구상단계에서 나타나는 초기적이고 포괄적인 것이라면, 경인운하의 문제는 이미 진행된 것이고 구체화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첫째, 지금 당장 쟁점이 되는 것은 정부가 재추진의 근거로 밝힌 경제성의 문제다. KDI가 경인운하의 B/C가 1.07로 산정해 ‘경인운하 건설이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만, 비용과 편익을 계산하면 비용은 낮추고 편익은 부풀렸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비용으로 줄인 대표적 예는 제방도로 포장, 부대시설 비용을 비롯한 굴포천 방수로 2 단계 사업 비용 (4,790억원)이고, 편익으로 부풀린 대표적인 예는 재항 (인천항 화물처리) 비용과 하역비 절감에 따른 편익, ‘강-바다 겸용선’을 띄움으로써 물동량이 1.6배 는다는 가정에 따른 편익, 토지의 고분양가에 따른 편익 등이다. 이러한 평가방법의 문제는 그 동안도 계속 되었던 것이지만 앞으로도 추진세력이 온존하는 한 계속 될 것이다. 또한 이 문제는 추진이 이미 결정된 4대 강 정비사업에서도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둘째, 형식적인 평가의 문제를 떠나 경인운하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문제다. 이는 근본적인 문제이면서 그 동안 반대를 줄곧 해왔던 시민단체들의 물음이기도 하다. 경인운하사업은 방수로 공사를 부풀린 것으로 운하로서 타당성을 가지고 인위적으로 만들어 갔다. 운하로서 구실이 처음 부여될 때 그 근거는 수도권에서 수요가 많은 바다모래의 이송이었지만, 그 후 콘테이너 물동량의 흡수, 관광레저 수요의 충족 등으로 바뀌어졌다. 인접하여 다른 대체도로와 대체 개발지가 많은 데, 18km의 운하가 그 기대된 기능과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지는 근본적으로 의문시된다. 이는 성급하게 과장되어 추진되는 4대 강 정비사업에서도 장차 나타날 문제이기도 하다.   

 

 셋째, 필요하지 않으면서 국책사업으로 부풀어져 추진되는 것은 이를 지지하는 개발세력의문제다. 없는 경제성을 숫자 조작을 통해 끝임 없이 있는 것으로 만들어내고, 감사원의 감사로 사업 재검토가 요청되었지만, 시민단체들의 줄기찬 문제제기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경인운하가 1995년 이래 줄곧 추진되어 온 것은 전적으로 이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관련 부처나 민간기업의 이해관계 때문이다. 이 세력들은 경인운하 중단을 약속했던 노무현대통령의 태도를 바꾸었고, 또한 경인운하 건설 재개를 공약으로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의 등장으로 전에 없는 공세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개발주의 세력의 온존이 경인운하 사업이 지금까지 계속 살아 있도록 했다면, 이 현상은 ‘4대 강 정비사업에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넷째, 경인운하는 경부운하와 연결되는 문제다. 경인운하사업과 4대 강 정비사업은 공히 이명박 정부가 역점을 두고 동시에 추진하는 국책 혹은 그에 준하는 사업이다. 때문에, 여러 경로로 서로 연계될 수 밖에 없다. 일단 경인운하 자체가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것이어서 자연이 한강정비사업과 연계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한강르네상스에 의해 조성되는 한강주운은 경인운하와의 연계를 이미 전제하고 있다. 4대 강 정비사업이 우려대로 운하사업으로 본격 추진되면, 경인운하와의 연결은 불문가지일 뿐 아니라, 경인운하 건설의 경험은 장차 추진될 4대 강 운하사업의 길라잡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4. 필자의 주장: 대안의 모색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녹색뉴딜의 핵심사업으로서 4대 강 정비사업, 그리고 그에 연동된 경인운하의 쟁점은 두 사업 모두 충분한 논의와 검토를 거치지 않고 정치적으로, 혹은 관료적으로 결정되어 추진됨으로써 발생한 문제들이다. 따라서 최소한 그 기대된 긍정적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쟁점을 해소하고 또한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는 작업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우선, 4대 강 정비와 관련해서는, 과연 현재의 시점에서 ‘18조원 규모의 하천정비가’가 필요한지를 근본적으로 되물어 봐야 한다. 불필요하다면, 사업자체를 철회하고, 나아가 ‘대운하’ 사업으로 확대 추진하지 못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와 함께 국민 혈세 18조원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지방 중소기업 육성 및 기술인력 양성이나 지방정부의 복지사업 확충 등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사회적 투자에 우선 배정하도록 해야 한다. 국가적 차원에서 하천정비를 추진한다 해도, 현재로선 국가하천 보다 지방 하천 정비를 우선으로 하되 지역숙원사업과 연동해 추진토록 해야 한다. 4대 강 정비는 통상적인 국가하천정비 수준을 유지하되 하천의 생태기능 복원에 역점을 둬야 한다. 지구온난화 등을 대비한 국가하천 정비가 필요하다면, 기존 사업에 대한 평가를 먼저 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추진해야 한다. 4대 강 정비는 국토균형발전이 아니라 국토의 생태적 관리란 관점에서 접근하고, 이를 위해 환경부의 역할이 대폭 강화돼야 한다.

 

 한편, 경인운하의 경우는 논란이 되는 경제성 분석을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중립적 기구를 통해 다시 투명하게 하되, 사업추진에 대한 전제를 두지 않고 해야 한다. 설혹 계량적 평가에서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더라도, 운하로 인해 야기될 제반의 현실문제(수요 감소로 운하의 이용감소, 미기후 변화, 환경사고, 지역생태계 단절 등)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강과의 연결이 한강을 무리하게 주운으로 개조하는 정책의 빌미가 되어선 아니 된다. 또한 경인운하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건설경험(예, 비용편익분석)이 4 대강 운하건설의 준거가 되어선 결코 아니 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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