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은 정부의 Mouth Tank인가

ㅇ 최근 언론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이 수도권 규제완화와 국가균형발전 정책의 폐기를 본격 요구하는 보고서를 내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KDI 관계자는 “KDI내부에서는 인위적인 국가균형발전은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균형발전을 강조해온 참여정부와 등질 이유가 없어 지난 5년간 말을 아껴왔다”며, 지난 3일 ‘지역개발정책의 목표와 전략 재정립’이란 제목의 자료를 통해 “수도권에 대한 중복적인 각종 규제는 축소·철폐해야”한다고 밝혔다.

ㅇ 우리는 지나친 수도권과밀로 인해 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내의 주민들까지 교통.환경피해 등 많은 폐해를 떠안고 살아가는 현실에 눈감으려 하는 KDI의 입장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과거 여러 보고서를 통해 지역발전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 지원을 강조해온 KDI의 이러한 입장 변화는 일방적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발표한 현 정부를 뒷받침해주기 위한 논리개발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인운하 경제성에 대한 KDI의 입장변화와도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KDI는 과거 경인운하에 대한 경제성 분석에서 경제성 없음을 발표했지만, 최근의 보고서에서는 입장을 반대로 바꾼바 있다.

ㅇ 결국 금번 KDI의 입장 변화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각 연구기관들의 독립성 문제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을 떠난 이동걸 한국금융연구원장은 이임사에서 “연구원을 정부의 Think Tank(두뇌)가 아니라 Mouth Tank(입) 정도로 생각하는 현 정부에게 연구의 자율성과 독립성은 한갓 사치품일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예산의 절반 이상을 정부로부터 직접 지원받는 KDI 역시 정부의 Mouth Tank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게 하는 대목이다. 더군다나 “참여정부와 등질 이유가 없어 지난 5년간 말을 아껴”왔다는 KDI 관계자의 말은 매우 당황스럽다. 이번 정부와도 역시 ‘등질 이유’란 없을 것이니, KDI의 금번 입장변화 역시 단지 ‘등지지 않기 위한’ 변화란 이야기인 것인가? 결국 KDI의 정책판단 기준은 정부의 입장을 거스르지 않기 위함임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니, 앞으로 과연 KDI가 공신력 있는 연구기관으로 그 명목을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

ㅇ 여전히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기 힘든 수도권 집중으로 인해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하는 현실에서 수도권규제는 지역균형발전을 위해 절대적인 선결조건이다. ‘수도권규제완화철회와 분권·균형발전 실현 전국연석회의’는 KDI의 ‘균형발전 폐기론’을 수도권-비수도권의 엄청난 불균형을 더욱더 부추기는 정책으로 간주하고, 이의 부당성을 알리기 위한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또한 KDI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경인운하, 수도권규제완화 문제에서 보여준 정부정책의 거수기 역할을 중단하고 다시금 책임 있는 연구기관으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

2009년 2월 9일
수도권규제완화 철회와 분권.균형발전 실현 전국연석회의
(참여단체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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