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정의][경인운하][활동소식]경인운하 막장 공청회 현장에 가다

2월 20일 오전 10시 국토해양부와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주관하는 <경인운하사업 환경영향평가 및 사전환경성검토 공청회>가 인천 서구 문화회관에서 진행됐다. 이달 초 계양구, 서구, 김포, 서울 강서 등지에서 진행된 4번의 주민설명회에는 찬성 측에서 입구를 막고, 반대하는 주민은 들어갈 수 없도록 저지하여 참석을 할 수 없었다. 때문에 이번 공청회는 경인운하사업에 대해 정부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던 첫 번째 자리였다. 지난 주민설명회가 파행으로 진행된 만큼 오늘 공청회는 공정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며 공청회장으로 향했다. 경인운하 사업이 현재 많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공청회장을 채우고 있었다. 200석 규모의 소공연장은 원활한 공청회를 진행할 장소로는 턱없이 부족해보였다. 사람들이 통로까지 빽빽하게 들어 앉자 한 시민이 주최 측에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수공 관계자는 “이번 공청회는 말 그대로 ‘공개청문회’이다”면서 “누구나 다 참여해 각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9일자 언론 기사에 따르면 찬성 측 주민들은 공청회 주도권을 잡기 위해 최소 200명 이상의 주민을 동원할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실제로 이날 공청회 현장 바깥에는 여러 대의 관광버스가 줄을 지어 서 있었다). 공청회가 진행될 서구문화회관이 200석 규모이기에 사전에 좌석을 선점, 반대 측 참여를 최소화한다는 전략이다.  

수공에서 경인운하백지화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이하 수도권공대위)에 공청회 참석을 요청하며 밝힌 토론 패널 구성은 주민대표 1인, 사업시행자 1인, NGO 1인, 평가대행자 1인, 전문가 4인이었다. 수도권공대위는 이에 대해 사업시행자와 평가대행자는 사업의 내용을 설명할 뿐 의견개진은 하지 않아도 되므로 불필요한 구성이며, 전문가의 경우 찬성 전문가 2인과 반대 전문가 2인 등 공정한 참석을 바탕으로 찬/반 토론형식의 진행을 요청하였다. 이번 공청회가 그동안의 오해를 불식시키고 건전한 토론의 장이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할 수 있도록 다양한 견해를 가진 토론자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러한 기대는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었다. 환경영향평가법에서는 주민공청회의 절차와 방식에 대하여 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번 공청회는 찬성 측 인사로만 일방적으로 구성하여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이번 주민공청회 토론자 중 전문가 4인과 주민 1인은 모두 수자원공사에서 운영하는 경인운하 건설자문단 소속 인사들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8명 중에 7명이 찬성 측 인사로 구성되어 있는 어처구니없는 구성인 것이다. 이는 환경영향평가법이 정한 공청회의 목적(다양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함)을 무시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이번 공청회는 주민의견 수렴절차를 박탈한 것이 되었기에, 사실상 이번 공청회는 개최하지 않은 것에 다름 아니다.

그리하여 공청회가 시작되자 조강희 수도권공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불공정한 패널 구성에 항의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요구하며 공청회 무효를 선언했다. 그러자 지난 주민설명회 때도 입구를 막고 온갖 폭언을 퍼부었던 박한욱 경인운하추진협의회 위원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조강희 위원장을 무대에서 밀어냈다. 순식간에 공청회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이곳 저곳에서 고성이 난무하기 시작했다.


이 날 공청회는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들이 충돌하며 긴장되는 순간을 연출했다. 김포지역 주민들도 해사부두 이전 및 주민 보상 문제 등을 요구하며 대거 참석하였다. 그들 역시 김포시 전체가 4계절 내내 모래 바람에 휩싸이고, 철새도래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하며 공청회 토론자로 참석하고자 했지만 이들의 의견도 반영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수공 관계자는 공청회 진행을 강행했다. 듣는 사람이 있건 말건 순서를 진행하며 사업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한 것이다. 내용이야 어떻든 공청회를 진행하는 것 자체가 이들에게는 중요한 모양이다. 이는 오늘 공청회가 지난 주민설명회와 마찬가지로 요식행위에 불과함을 그 스스로 시민들 앞에 드러낸 것이다.

일방적인 설명이 끝나고 토론회 패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 박한욱 위원장은 주민설명회 때 입구를 막았던 것은 찬반토론이 아닌 설명하는 날이기 때문이었다며 말문을 열었다. 10년 동안 반대자는 충분히 의견을 개진했기 때문에 들을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콜럼버스의 달걀, 알렉산더의 칼을 인용하여 퍼포먼스까지 진행하며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게 인간의 능력이므로 우리 역시 경인운하를 멋있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개 시민단체와 일개 반대하는 사람들은 반대하는 나라 백지화 나라 만들어서 그 곳에서 설명회와 공청회를 열고 살라고 했다. 공청회 자리에서 듣기에는 참으로 황당하고 민망한 발언들이었다. 

경기도의 추천을 받은 아주대학교 이재용 교수가 홍수 관련 문제에 대해 설명했다.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 사업에서 발전한 사업이며 홍수시만 사용하는 것을 상시로 이용하기 위해 운하를 건설하는 것이지만 근본적인 목적을 훼손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운하에 배가 다니기 위해서는 항상 기본적인 수위를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홍수배제 능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자세한 자료는 받지 않았고 시간이 부족하여 정확한 시뮬레이션은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사업의 시작이었던 가장 근본적인 목적인 홍수 방지 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검증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인천시의 추천을 받은 인천대학교의 진형인 교수는 물류에 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경인운하 사업이 2조 넘는 돈을 들여 추진됨에도 화물운송구조상 맞지 않기 때문에 경제성이 없다는 논란에 대해 경인운하시설물은 물류뿐만 아니라 복합시설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천터미널은 인천신항 역할을 보완하는 것이며 친수 공간으로서 한강르네상스와의 연결에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야말로, 경인운하가 물류수단으로서 전혀 가치가 없음을 스스로 인정함 셈이었다. 물류만으로는 경제성이 없으니, 여러 복합시설물을 끌여들여 어떻게라도 끼워맞추기식 경제성 부풀리기를 자행하는 것이 아닌가?

굴포천 협의회에도 참여한 바 있는 인하대학교 이상원 교수는 경제성에 관해 이야기했다. 최근 정부는 경인운하의 경제성에 대해 ‘100%가 조금 넘는 효과가 있다(비용편익 1.07)’는 KDI의 연구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이교수는 예전에 네덜란드 DHV사가 분석했던 150% 이상 경제성이 있다는 결과를 더 신뢰한다고 주장했다. 그에 대한 근거로 경인운하의 연안운송 역할과 수변공간레저기능을 들며 KDI보고서에는 이에 대한 편익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비용편익이 설령 1을 넘지 않더라도, 즉 경제성이 없어도 경인운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경기부양문제가 심각하여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다.  

마지막으로 인하대학교의 이영길 교수가 선박에 대해 설명하며 중국에서는 이미 R/S선을 사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만들어 보지 않았지만 기술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얼마 전 언론에 나왔던 위그선은 적절치 않다라고 덧붙였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의견을 들으니 경인운하 사업에 대한 의문은 오히려 커져만 갔다.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 가운데 제대로 해결된 것이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빈약한 논리도 부끄럽지 않은듯 억지 주장을 펼치며 그저 삽질만이 목적임을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 시각 수도권공대위는 밖에서 공청회 무효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조강희 위원장은 오늘 공청회 진행과 파행으로 치닫고 있는 경인운하 사업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경인운하 사업은 결코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얹는 식의 굴포천 방수로에서 단순 발전된 사업이 아니다. 국민혈세 2조 2500억원이 들어가는 대규모 국책사업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성 및 환경성에 관한 그동안의 쟁점 가운데 속 시원히 해결된 것은 아직 아무 것도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편법과 불법을 넘나들며 속도전을 펼치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사업에 정말 당위성이 있다면 찬/반 논쟁을 통해 그를 증명하라. 더 이상 일방적인 설명은 듣고 싶지 않다. 

10 Comments
  1. OBS 희망조합 단식농성장 지지방문 때문에 참석은 못했지만;

    정말 답답할 따름이네요…

    꼭 막아 내요!

  2. Zeronil

    허허참.
    한심하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공청회가 아니라 공개소음회가 되어버렸군요.
    경인운하가 뭐 그리 중요하다고..
    지네들 잇속차리느라 정신을 못 차리는군요.

  3. 위나 아래나

    위나 아래나, 곳곳이 막장입니다 ㅡㅡ;

  4. -R-

    우리는 여기서 한 가지 생각을 해봐야합니다.

    민주주의라고 합니다.
    민주주의의 시행방식 중 하나인 “다수결” 을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수결이 “유일한” 민주주의 의 시행방식인양 “결론” 짓습니다.

    그런 사고방식이 남아있으니 아직도 저따위 “요식행위” 를 반복하는 겁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효율성과 민주성은 서로 맞서는 가치입니다.

    효율성만을 따지자면, 그 어떤 것이든 일단 저질러놓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실제로 있을 수 있는 효과를 “예측” 하느니, 사후약방문으로 그때그때 대처하면서 막으면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민주성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 결과와 과정에 있어. 그리고 시작부터.
    그 어떤 사람도 짓밟혀서는 안 되며, 침해되어서는 안 되기에.
    더더욱 조심해서 실행해야한다고 하는 것이 민주성입니다.
    이는 고대 아크로폴리스의 아고라가 “근대 민주주의의 산실” 이라고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여 토론했습니다.
    분명 탁상공론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 있어 그 누구의 목소리도 “묵살” 당하거나 “침묵을 강요” 당하지 않았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듣고, 그것에 대해서 반박하고, 또 그것을 반박하거나 보충하는.

    그러한 “토론” 만이 오고가는, 인간다운 “생각” 이 서로 교차하는 장소였습니다.

    말하자면, 저런 공청회는 그러한 “탁상공론” 을 위해 존재하는 겁니다.

    그래놓고, 자신들은 외칠 겁니다.
    자신들을 반대하는 사람은 아예 공청회장에서 “배제” 해버리고.
    자신들에게 찬성하는 사람들로만 공청회장을 꽉 채운 이후.

    우리의 민주주의는 이런 다수결에 의해 실행되며,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있다!
    라고 하는 파쇼를 휘두르는 겁니다.

    반대하는 사람은 애초에 받아들이지도, 설득해볼 의지조차 없으니 그저 밀어내 버리고.
    자신들만의 투표를 진행할거라 이겁니다.

    저건 민주주의가 아닙니다.
    독재? 그것도 아닙니다.

    단순히 폭력입니다. 독선입니다. 파시즘입니다.

  5. 온거

    이미 3월에 삽질시작하기로 언론에 발표했더군요. 공청회는 요식행위일 뿐..

  6. 김도운

    http://blog.naver.com/doun9/30043367183
    제목 : 경인운하에 대한 환경정의 공화국의 주장을 보면서

    저의 반론을 폈습니다. 한번와서 읽어주시기를

  7. 서기

    난 경인운하나 파라고 세금낸게 아닌데.. ㅠ,.ㅜ

  8. 미친놈들

    돈지랄을 하는구나 아주 대운하 이름만 교모하게 바꿧네 시발넘들

  9. 송달룡

    김도운씨 블로그 클릭해서 한 번 읽어보십시오. 환경정의 공간정의국이 갖고 있는 경인운하에 대한 시각은 지나치게 편협되어 있습니다. 혹자에 따라서는 무슨 정치적 동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정의라는 좋을 말을 쓰면서 과연 누구를 위한 정의인지 생각해보셨는지 되묻고 싶습니다. 기차 타고 부산을 갈 때마다 동대구 지나면서 도룔뇽이 생각납니다. 참 비싼 도룡뇽이었지요. 지금도 내 주머니, 당신 주머니에서 그 비용이 게속 나가고 있습니다. 경인운하에서는 그런 일이 반복되면 안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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