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건적 녹색성장의 위험

<시민사회신문> 시론을 위한 글/2009.2.19

토건적 녹색성장의 위험

조명래(단국대 교수)

전 지구적으로 휘몰아치는 위기를 피해갈 나라는 별로 없다. 그러나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하락 폭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은 위기 속으로 유독 더 깊숙이 휘말려들고 있다. 지구적 위기가 개별 국가의 위기로 나타나는 것은 해당국가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매개로 한다. 위기를 대응할 수 있는 국가의 역량이 약하거나 국가정책이 부적절하다면, 지구적 위기는 해당국가에 더 크게 다가오게 된다는 뜻이다. 우리의 위기상황이 바로 이러하다.

보수 언론들은 지금의 세계위기에 우리가 특히 취약한 한 것을 높은 해외의존도와 같이 대외적인 요인 탓으로 돌리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러 원인의 하나일 뿐이다. 위기를 예방하거나 극복하는 방식으로 국민경제를 지혜롭게 관리하지 못한 통치의 실패가 위기를 오히려 키웠다는 측면이 제대로 주목돼야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세계전체가 위기에 휩싸이다 보니 내외의 원인 구분이 모호해졌다. 그와 함께 위기를 키운 국정운영의 실패에 대한 집권세력의 책임을 묻는 것도 간단치 않게 되었다. 이렇다 보니 위기를 자초한 정책들을 계속 추진하면서 위기를 더욱 키우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다.

신자유주의식 성장(예, 747성장)의 환상에 사로잡혀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녹색분칠을 한 채 교묘하게 추진하고 있는 ‘녹색성장’이 그 대표적인 예다. 아무리 포장해도 녹색성장은 녹색으로 세탁된 ‘경제중심의 성장정책’이고 그 실체는 ‘삽질경제’ 혹은 ‘토건경제’에 있다. 지금 한국은 허울 좋은 위기극복의 정책이란 미명 아래 토건경제로 질주하고 있는 중이다. 이는 국민경제를 위기의 수렁 속으로 몰고 가는 위험스럽기 그지없는 국가운영 방식이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것은 녹색을 내세운 토건적 성장이 마치 선진정책 인냥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고, 나아가 녹색의 상징조작과 이의 권력화를 통해 토건세력의 지배가 갈수록 공고해진다는 사실이다.

환경이 희소가치로 추구되는 시대에 녹색성장은 환경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방식의 경제성장으로 이미지화 되어 국민들의 녹색환각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이렇게 자극된 녹색환각은 그러한 정책을 추진하는 집권세력들의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면서 그들의 권력적 지배를 자발적으로 수용하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는 ‘청계천 효과’와 같은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환경복원이란 이름으로 청계천을 화려하게 부활시켜 시민들의 환심을 샀고 덕분에 권좌에까지 올랐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녹색성장은 청계천 효과를 국가적 수준으로 확장하는 정책인 셈이다.

국민적 반대를 무시하고 ‘한반도 대운하를 4대 강 정비사업’로 바꾸고, 또 이를 다시 ‘녹색뉴딜’로 포장했다가, 최종적으로 녹색성장이란 정책에 편입시켜 강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데서 우리는 녹색을 표방하는 토건권력이 어떻게 패권화하는 지를 이미 보아 왔다. 이를 ‘토건적 녹색 파시즘화’라 부를 수 있다. 녹색 파시즘은 녹색주의자들이 그들의 권력을 독단적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반면 토건적 녹색 파시즘은 토건주의자들이 녹색을 내세워 그들의 권력을 반민주적으로 활용하는 현상을 말한다. 토건적 녹색 파시즘의 활성화는 진짜 녹색권력을 무력화시켜 환경파괴를 막을 보루를 없애고 토목적(불도저식) 권력사용으로 사회전반에 민주주의의 퇴행을 초래하게 된다. 토건적 녹색성장이 초래할 위험의 최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녹색성장이 불필요하거나 추진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아니다. 진정한 녹색성장은 경제(시장)만 아니라 국가와 시민사회를 함께 녹색화하는 틀을 가지고 추진되어야 한다. 앞선 나라에선 이런 녹색성장을 ‘생태적 근대화’라 부른다. 스웨덴과 같은 나라의 경험에서 알 수 있듯, 생태적 근대화의 핵심은 일상주체들이 자발적으로 녹색의 삶을 살아가는 다양한 방식의 제도화에 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써야할 카드다. 단기적으로는 토건주의 성향이 갈수록 노골화되는 현 정부의 ‘사이비 녹색주의’를 제도와 정책으로부터 거두어내는 ‘시민 녹색권리 찾기운동’이 광범위하게 일어야 한다. 가식적인 녹색성장정책, 나아가 토건주의 집권세력들의 반민주적 권력행사를 시민들이 녹색 자의식을 가지고 비판하고 문제제기하는 새로운 녹색시민운동이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