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운하’와 토건국가의 극단화

경인운하 문제 

   ‘경인운하’는 무엇인가? 그 건설을 책임지는 ‘횡재’를 한 수자원공사는 ‘경인운하’는 굉장히 좋은 것이라고 열렬히 선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오랫동안 줄기차게 공작을 한 끝에 결국 운하의 건설을 실제로 강행할 수 있게 되었고, 경기도, 인천시, 서울시는 ‘경인운하’의 혜택이 대단히 클 것이라고 열을 올려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하는 막대한 경제효과와 고용효과는 전혀 믿을 수 없는 것이며, 그 실체는 운하를 비롯해서 다양한 건설사업을 전광석화처럼 벌이겠다는 것일 뿐이다. 이것은 사실상 망국적 ‘한반도 대운하’의 서북단을 완성하는 사업이다.

 

경인운하사업은 이미 조성된 굴포천 방수로(14.2㎞)와 새로 건설할 한강 쪽 3.8㎞ 길이의 수로를 이어 총 18㎞의 주운(舟運)수로를 건설한다. 운하의 폭은 80m로 계획하고 있다. 경인운하는 향후 3년간 총 2조2500억원이 투입돼 2011년 12월 완공될 예정이다. 수로 양쪽 끝단인 서해 쪽과 한강 쪽에는 각각 인천터미널과 김포터미널이 세워지며 공원 시설과 마리너 시설이 어우러진 휴식공간으로 꾸며진다. 한강 용산에서 서해까지 수심 6.2m 깊이로 뱃길이 뚫리면 RS(River&Sea) 4000톤급 화물선이 중국까지 바로 연결된다. 일본·동남아 등지에서도 선박을 이용해 서울로 들어오고 나갈 수 있다. 또 요트 등 마리너 선박이 한강을 출발해 서해까지 나간다. 한강유람선이 서해까지 왕래하고 외국의 호화 유람선도 서울에 들어온다(라영철, ‘물길이어 ‘녹색성장’ 물꼬튼다-수자원공사, 10년만에 경인운하사업 재개’, <노컷뉴스> 2009/02/17). 

 

   본래 ‘경인운하’는 ‘굴포천 방수로’로 시작되었다. 방수로(放水路)는 ‘홍수를 피하기 위해 하천의 물을 빼서 흘려 보내는 인공수로이다. ‘굴포천 방수로’는 인천 부평동의 철마산에서 발원해서 김포평야를 지나 한강으로 흘러드는 굴포천의 홍수를 피한다는 명목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굴포천 방수로’의 건설도 제대로 연구를 하고 추진된 것인지 큰 의문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것이 머지 않아 ‘경인운하’라는 괴물로 바뀌면서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내 시대착오적 ‘삽질경제’를 최고로 여기면서 전국을 공사판으로 만들자고 외치는 이명박 정부에 의해 ‘경인운하’의 완성이 강행되기에 이르렀다. 그 과정은 이 나라가 빠져 있는 토건국가 문제의 심각성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그 핵심에 국토해양부라는 괴물이 있다.  

 

경인운하는 1987년 홍수 피해를 계기로 92년 착공한 너비 40m 방수로 사업이 출발점이다. 이것이 80m로 두 배나 늘어난 것은 굴포천 방수로가 경인운하로 바뀌면서부터다. 99년에 현대건설 등 7개 회사들이 경인운하주식회사를 설립하고 국토해양부 안에 경인운하과가 신설되면서 경인운하 사업은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의 문제제기로 한국개발연구원이 사업타당성을 검토한 결과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나왔고, 감사원도 동일한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국무조정실에서도 경인운하 계획을 백지화하고 방수로 사업만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포기하지 않았다. 환경부와 환경단체를 끌어들여 ‘굴포천유역 지속가능 발전협의회’를 만들고 방수로 너비를 80m로 확대하여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는 데 성공했다. 경인운하의 경제성을 공동으로 조사하여 3분의 2의 찬성으로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하자던 애초 합의서는 국토해양부의 파기로 휴짓조각이 돼 버렸다(신창현, ‘국토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나’, <한겨레> 2009/01/12). 

 

‘녹색’ 물감으로 치장된 ‘경인운하’의 조감도와 처절한 실제 모습(인터넷에서 내려받은 사진, 2008년 3월)

토건국가의 극단화

   ‘경인운하’의 건설은 토건국가 문제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토건국가는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끊임없이 벌여서 막대한 재정을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는 기형국가이다. 토건국가는 개발독재의 역사적 유산이며, 불행히도 한국 사회의 작동을 규정하는 구조적 특징이다. 그것은 단순히 한국 사회의 병리적 문제가 아니라 정상적 문제이다. 토건국가는 병리적 문제가 정상적 구조로 고착된 기형국가인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한국에서 토건국가 문제는 부차적 현상이 아니라 본질적 현상이다. 토건국가 문제를 통찰하지 않고, 그것을 전면적으로 개혁하지 않고, 한국 사회를 ‘좋은 사회’로 만들 수 있는 길은 없다. 

토건국가 문제가 잘 보여주듯이 정부가 주도해서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는 것은 결코 합리적인 경제정책이 아니며 정상적인 경제위기의 대책도 아니다. 이것은 국가 차원과 지역 차원으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먼저 국가 차원에서 토건국가는 ‘삽질경제’를 억지로 유지해서 경제와 사회의 ‘진정한 선진화’를 가로막는다. 막대한 혈세는 불필요한 삽질이 아니라 복지, 문화, 정보, 기술 등에 투자되어야 한다. 다음에 지역 차원에서 토건국가는 일시적인 ‘삽질경제’의 전개로 지역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삽질경제’는 결국 지역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만다. 이러한 토건국가는 방대한 먹이사슬을 통해 작동한다. 그 정점에는 재벌을 위시한 ‘강부자’가 있고, 중간에는 지역에서 개발과 투기를 주도하는 토호들이 있고, 가장 아래에는 ‘떡고물’을 기대하며 토건국가를 지지하는 작은 지주들이 있다.

   토건국가라는 용어는 ‘국가’라는 용어와 관련해서 두가지 차원에서 검토될 수 있다. 첫째, ‘국가’는 일정한 영역 안에서 작동하는 사회를 뜻한다. 이런 점에서 토건국가는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을 중심으로 작동하는 기형사회를 뜻한다. 둘째, ‘국가’는 권력의 집행자로서 정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기구를 뜻한다. 이런 점에서 토건국가는 불필요한 대규모 토건사업을 끊임없이 벌이는 가장 직접적인 주체를 뜻한다. 실제로 토건국가에서 핵심적인 것은 바로 후자의 차원이다. 정부를 비롯한 각종 국가기구가 병적으로 비대한 토건업을 유지하고 토건업과 깊이 유착된 자기의 조직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막대한 혈세를 탕진하고 소중한 국토를 파괴하는 것이 토건국가의 핵심인 것이다. 따라서 토건국가의 개혁은 무엇보다 정부조직과 재정구조의 개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국토해양부와 수자원공사를 비롯한 각종 공사들은 토건국가의 직접적 기획자이자 작동자이다. 

‘경부운하’도, ‘경인운하’도 모두 ‘경악운하’일 뿐이다.(운하백지화국민행동, 2008년 3월)

   한국은 ‘토건국가에서 복지국가로’ 발전해야 한다. 한국은 돈이 없어서 복지국가를 이루지 못하는 나라가 아니라 토건국가 문제 때문에 복지국가로 발전하지 못하는 나라이다. 한국이 ‘돈 많은 못 사는 나라’가 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극악스런 토건국가 문제 때문이다. 환경운동은 단순히 자연을 지키는 자연보호운동이 아니라 반생태적 사회를 생태적 사회로 바꾸는 사회개혁운동이다. 이런 점에서 환경운동은 현대 사회운동의 최전위이다. 환경운동이 제대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그것이 자라나고 전개되는 사회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의 환경운동은 토건국가의 개혁과 생태복지국가의 건설을 운동의 목표로 전면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서구의 글들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야 이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 서구에는 토건국가 문제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을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리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우리의 현실을 개혁할 수 있을까? 수자원공사와 같은 토건국가의 주체들을 해체하지 않는 한, 그들은 토건국가 문제를 계속 악화시킬 것이다. 문제에 대응하는 것에서 주체들을 혁파하는 것으로 운동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 ‘경인운하’의 건설이 잘 보여주듯이, 한국에서 토건국가 문제는 이미 극단화 상태에 이르렀다. 토건국가의 발본적 개혁에 우리의 건강한 미래가 있다.

-홍성태 상지대학교 교수

※ 환경정의 소식지 <우리와 다음> 3/4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