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정의] 기후변화시대의 지구를 살리는 로컬푸드, 지역살림 먹거리 운동

 로컬푸드가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장점 및 가치

지금 다른 나라들에서는 자기 지역 안에서 생산된 먹거리를 먹자는 로컬푸드(local food) 운동이 활발히 펼쳐지고 있다. 오늘날 전세계를 가로질러 이동하는 우리의 먹거리는 생산지-소비자 거리가 수천 킬로에 달할 뿐 아니라 중간에 여러 단계를 거치면서 신선도도 떨어지고 가격도 높아진다는 것이다(심지어는 유기농산물도 이러한 혐의에서 벗어날 수 없다). 쌀을 제외하면 식량자급률이 5% 밖에 되지 않는 우리나라가 사실 이런 문제가 가장 심각할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면 내가 살고 있는 지역 안에서 지역 농민들이 생산한 먹거리를 먹게 되면(더 좋은 방법은 텃밭에서 자기 먹을 것을 직접 재배하는 것이다), 농민과 소비자 모두 경제적으로도 좋고 또 소비자는 생산자를 잘 알게 되어 믿을 수 있고, 서로가 같이 환경을 살리는 방향으로 농업방식도 바꾸어 나가고 농사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서 교육적인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 육식 위주의 식생활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섭취하여 비만이나 아토피, 당뇨병 같은 질병도 줄이고 건강도 되찾을 수 있다는 논리이다(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서 당뇨병 사망률 1위이며 OECD 평균치보다 2.5배나 높다. 당뇨병이야말로 먹는 음식으로 인한 대표 질병이 아닌가).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먹거리의 안전성에는 과민반응을 보이면서도, 정작 먹거리의 신선도에 대해서는 무감한 실정이다.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도 먹거리 운송거리를 줄이면 비행기나 트럭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줄임으로써 온난화 방지에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전세계적인 움직임은 처음에는 농업을 살리고 건강과 환경도 살리자는 목적에서 민간 운동으로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각국 정부와 지자체들이 적극적으로 제도를 만들어가기 시작한지 10여년째 지나고 있다. 일본이나 영국 같은 소국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농산물 수출국에서도 죽어가는 자국 소농들을 되살리는 방법은 이 길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국가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에서는 유기농의 다음 과제, 또는 한단계 더 나아간 운동형태가 바로 로컬푸드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산지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산지에서 소비하자는 지산지소(地産地消) 운동이라고 한다.

일본 지역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산물직매소에서 판매하는 농산물에는 생산자의 이름과 생산지가 표기되어 있다. 영수증에도 생산자가 표기된다.

우리나라에서 로컬푸드 운동을 이야기하면 많은 사람들은 우리나라 처럼 작은 나라에서 굳이 지역산을 말할 필요가 있냐고 반문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어떤 품목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지 못하거나 특정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생산되는 것이 많고, 이런 경우 지역 자급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품목들은 지역에서 생산됨에도 불구하고 지역에서 소비되지 못하고 먼 곳으로 이동되는 경우가 많고, 정작 지역 소비량은 다른 외부에서 가져와야 하는 경우가 많다. 국제적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를 흔히 ‘먹거리 스와핑’이라고 부른다. 불필요한 이동이 발생함으로써 불필요한 환경적인 부하가 발생하고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며, 신선도도 떨어진다. 그 뿐 아니라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구조는 고질적인 중앙집중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 지방의 바로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도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을 한번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로컬푸드 운동의 핵심은 어떤 농산물이 우리 지역에서 나온 것이냐, 이동거리가 얼마냐를 따지는 것만이 아니다. 점점 더 글로벌화, 대규모화, 자본화 되어가고 있는 우리의 먹거리 생산-소비체제가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멀게 만들면서 농민과 소비자, 그리고 자연환경 모두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 체제 하에서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먹거리에 대해 어떠한 민주적인 결정도 내리기 어렵고, 따라서 이 체제를 통제하고 있는 거대 기업들의 의도에 순종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이 문제다. 소비자들에게 충분한 정보가 주어지지 않은 채 우리가 먹고 있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GMO)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점점 더 벌어져 가는 농민과 소비자 사이의 거리를 다시금 좁혀 나가면서 지구환경에도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또 우리 손으로 통제가능하며 결정가능한 방향으로 먹거리 생산-소비체제를 바꾸어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면 소비자와 농민 모두가 이득이 된다.

외국에서는 농민과 소비자가 매주 한번씩 직접 만나는 농민장터, 소비자들이 생산자와 사전 계약을 맺고 농산물을 매주 공급받는 소비자 참여형 농업(CSA), 지역사회에서 노인이나 어린이들이 함께 참여하여 채소를 수확하는 지역 공동텃밭, 학교급식을 비롯한 각종 공공급식의 지역농산물 우선 사용 등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고, 음식점이나 급식업체, 기업 사내식당 중에서도 지역산 농산물과 가공식품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는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역사회 수준에서 지역농민과 소비자(및 대량구매처)와의 사회적 연대라는 목적을 지닌 사회적 기업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영역이기도 하다.


영국의 환경농촌식품부와 런던시청이 먹거리 대량구매처(급식소)를 위해 공동으로 제작한 “지속가능한 먹거리 구매 가이드”: 유기농, 로컬푸드, 공정무역 산물의 비율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 목표이다. 

허남혁(‘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 저자)

 

Leave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clear form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