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 사라진 내일(2009년 올해의 환경책 6)

사라진 내일


제목 : 사라진 내일

저자 : 헤더 로저스
역자 : 이수영
출판사 : 삼인
출간일 : 2009년 7월

도서분야 : 2009년 올해의 환경책

 

쓰레기 만드는 ‘쓰레기’ 인간들


박승옥 ∥ 풀뿌리공제연구소장


인류는 지금 역사상 최고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 물론 소수의 이른바 선진국 인민들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의식주 일상생활 곳곳에 상품이 넘치고 넘친다.

전기에너지 하나만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일반 가정에서 한 달 동안 쓰는 전력량은 보통 200~300kWh나 된다. 그런데 전기에너지 1kWh는 320미터나 되는 파리 에펠탑 꼭대기에서 맨손으로 지상의 소형 승용차를 들어올리는 힘과 같다. 이런 일은 슈퍼맨이나 불러야 비로서 가능한 일이다. 실로 어마어마한 에너지이다. 우리는 한 달 몇 만원을 전기요금을 내고는 슈퍼맨 2백 명 이상을 불러다 쓰는 호사스런 소비생활을 즐기고 있는 중인 것이다.

물론 이런 소비생활은 전혀 지속불가능하다. 대량생산 대량소비의 원천인 석유와 천연가스와 기타 다른 천연자원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와 천연자원이 고갈되고 나면 현재의 자본주의 석유문명은 붕괴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마치 소비하지 않으면 누가 죽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미친듯이 소비를 멈추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대량소비 체제는 당연히 엄청난 쓰레기를 만들어낸다. 전기에너지를 1kWh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두 배에 해당하는 쓰레기, 즉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만들어낸다. 그리하여 집집마다 건물마다, 거리 곳곳에 전국 방방골골에 나날이 쓰레기가 넘치고 넘친다. 도대체 이 쓰레기는 왜 생기고 어디에 갖다 버리는 것일까.

헤더 로저스는 이 쓰레기가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추적하는 수색대원의 역할을 한다. 그는 자본주의의 이면인 쓰레기를 통해 자본주의의 맨모습을 보여주고 자본주의의 실행자이자 설계자이면서 쓰레기 생산의 주역인 기업들의 추악한 범죄 행위들을 고발한다. 헤더 로저스에게 역사는 쓰레기 이전 시대와 쓰레기 시대로 구분된다. 그리고 쓰레기 시대는 위생매립지의 역사, 포장 산업과 재활용의 역사이기도 하다.

1939년 세계 박람회장인 코로나 메도우스도 쓰레기 매립지에 세워진, 과거의 죽은 상품을 기초로 미래 상품을 쌓아올린 상품 숭배의 성지였다. 존 에프 케네디 공항도 쓰레기를 매립한 터 위에 세워진, 고공 대량 낭비의 기념탑이었다.

1971년 2회 지구의 날에 방영된 유명한 텔레비전 광고는 포장산업 자본가들이 만든 ‘미국을 아름답게’라는 단체가 만든 것으로서 자본가들이 쓰레기 배출의 책임을 교묘하게 일반 시민들에게 떠넘긴 기념비같은 작품이었다. 아메리카 원주민이 쓰레기로 가득찬 강을 카누를 타고 건너가 고속도로 앞에 멈춰 서자 전속력으로 질주하는 자동차에서 패스트푸드 포장지가 던져진다. 그러자 아메리카 원주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음악과 함께 한때 이 땅에는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환경을 오염시켰다, 이제 사람들이 환경오염을 멈추어야 한다는 내용의 설명이 흘러나온다. 요즈음 나오는 우리나라의 공익광고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쓰레기를 생산하는 자본주의 체제는 결국 노동자들을 쓰레기로 버린다. 쓰레기를 배출하는 도시인들은 그 자신이 쓸모없는 쓰레기로 전락해서 쓸쓸하게 위생매립지와 쓰레기 소각장인 공동묘지나 화장터로 향한다. 이런 악순환의 쓰레기 사회 중독증을 치료하고자 원한다면 먼저 헤더 로저스를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