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 없는 4대강 정비사업의 문제점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에서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에 한 말이다. 청와대는 “특정 정책을 겨냥한 발언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많은 사람들은 세종시 문제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발언으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 말은 대통령이 공무원들에게 해야 할 말이 아니다. 오히려 국민이 대통령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아닐까.


어디 세종시 문제뿐이랴.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으로 추진되는 4대강 사업도 국가의 백년대계를 위한 정책으로 적당한 타협이 있어서는 안 되는 사업이다. 무늬만 정비이지 대운하와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걸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4대강 사업이 유사 이래 최대의 국토파괴를 자행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벌어질 지도 모른다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구동성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민들도 많이 불안해하고 있다. 국민들의 불안은 초대형 국책사업인 4대강 정비사업이 차분한 검토 없이 불도저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정부는 사회적 합의절차를 거쳐 국민의 동의를 받으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문화재, 환경, 치수 등 치밀한 사전조사도 무시하고 있다. 그러니 4대강 사업을 둘러싸고 많은 문제점이 쏟아져 나올 수밖에 없다. 4대강 사업은 다른 사회간접자본 예산을 축소시켰다. 지방자치단체들은 4대강 때문에 지역 SOC 예산이 깎이고 있다며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나아가 복지, 교육 분야의 예산도 축소시켰다. 수자원공사의 사업비 8조원 분담의 위법성, 턴키공사 입찰 담합 의혹 등 불법과 편법이 판을 치고 있다. 수해예방효과가 과장되었으며, 막대한 홍보비가 마구 쓰였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들의 견해와 야당의 반대, 국민의 불안은 모조리 무시되었다.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는 왜 이렇게 무리하게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을까. 대통령 당선의 밑거름이 되었던 ‘청계천 신화’의 확대판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면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대운하는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대통령 선거과정에서도 제18대 국회의원 총선거과정에서도 대운하 추진을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 핵심공약으로 내세우지 못한 까닭이다. 촛불민심 앞에서는 국민이 원하지 않으면 대운하를 건설하지 않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4대강 살리기’라는 이름을 내걸고 나선 4대강 정비는 실질적인 대운하다.


단순히 대통령의 뜻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정부는 문제투성이의 4대강 정비사업을 합리적 절차와 법 규정을 무시하면서 졸속으로 밀어부치고 있다. 이제 와서 아무리 반대한들 대통령이 뜻을 바꿀 것 같지도 않다. 4대강 정비는 청계천과 같은 수준의 정비가 아니다. 전 국토를 뒤집어엎는 사업이다. 단군 이래 최대의 사업이라는 비유 그대로 4대강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이다. 정부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 해도 22.6조원이나 된다. 불과 1년 전에 4대강사업구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예산규모는 13조 9천억 원 수준이었다. 그 뒤 정부 발표 예산안은 점점 늘어났고, 30조원이 넘을 거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22조원은 엄청난 돈이다. 3조원만 있으면 대통령이 내건 대학 등록금 반액 공약을 실현할 수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지원 예산은 8억 천7백만 원이었고, 장애학생통합교육기반구축 예산은 17억3천3백만 원이었다. 천억 원이면 6만 명의 어린이가 점심을 굶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22조원이 얼마나 큰 돈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엄청난 예산이 들어가는 4대강 사업이 졸속적으로 처리되어서는 안 된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식의 속도전은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먼저 4대강 예산의 30%가 넘는 8조원을 수자원공사에 떠넘기기로 한 것은 불법이다. 국가채무와 재정건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부린 꼼수이다. 수자원공사는 물 확보, 수질개선, 홍수예방, 일자리 창출 등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수자원공사가 4대강 사업에 참여함으로써 국가의 부채규모가 겉으로는 줄어들었다. 그러나 전문가의 진단에 따르면 수자원공사의 부채율이 1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수자원공사의 부채도 결국은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을 강행하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회피하는 것도 문제이다. 몇 년에 걸쳐 수십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대형국책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 절차 등이 없이 강행되는 것은 국가재정법은 물론 헌법까지 어긴 것이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업을 하는데 왜 예비타당성 조사에 1~2년을 허비해야 하느냐”며 “시간을 낭비할 필요 없다”면서 국가재정법에 명시돼있는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필요성을 전면 부정했다. 법률에 따른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4대강 사업을 무조건 밀어부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것이다. 정부가 ‘시간 낭비’라고 깎아내린 예비타당성조사는 국가재정법 제38조 제1항을 근거로 이뤄진다. 총 사업비가 500억 원이 넘는 국가사업이나 국가의 예산이 300억 원 이상 필요한 사업의 타당성을 사전에 면밀히 검토하도록 한 것이다. 이를 통해 대형신규사업의 신중한 착수와 재정투자의 효율성을 제고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예비타당성조사는 1999년부터 시행되어 국가재정의 효율적 운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때부터 2007년까지 대형국책사업 335개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44%에 해당하는 147개 사업이 타당성이 낮은 것으로 조사되어 폐기되었다. 예산낭비를 막은 것이다. 주무부처 장관이 제도의 취지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거나, 알면서도 무시하는 것인데, 어느 경우이든 국민과 역사 앞에 죄를 짓는 것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국가재정을 멋대로 운용해서는 안 된다.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 사업의 타당성과 시급성을 꼼꼼하게 따지고, 우선순위를 공정하게 헤아려서 예산을 집행하도록 법에 절차와 조건을 규정해 놓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렇게 법적 절차에 따라 숙고에 숙고를 거듭해 사업계획을 짜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국가재정의 효율적인 운용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국회의 심의를 기다리고 있는 2010년도 예산안을 보면 부자감세로 인한 세수감소에도 불구하고, 4대강 사업 6.7조원, SOC 예산 축소 철회, 국방예산 9천억 증액 등 불건전한 사업을 포함함으로써 대규모 재정적자가 예상된다. 국가채무의 GDP 비율이 36.9%에 이르게 되었고 중기재정계획에 의하면 2009-2013년까지 모두 132.8조원의 재정적자 누적치를 기록하게 되어있다. 결국 타당성 검증도 안 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느라 발생할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중장기적으로 복지예산, 교육예산 등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예산의 확대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는 현실이다. 정권의 사활을 건 토목사업보다 서민과 민생에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정부는 500억 원 이상이 들어가는 하나의 사업을 두 개 이상의 개별 사업으로 쪼갰음이 드러났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피해가기 위해 신청할 때에는 500억 이하로 줄여 허위로 신청했다가 나중에 총액을 늘리는 편법을 동원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런 편법과 불법이 밝혀진 경우 국가재정법 제22조에 따라 즉각 예비타당성 조사를 재실시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4대강 사업이 토목사업이 아니라 친환경사업이자 물 확보, 홍수예방, 수질개선, 친수공간 확보, 지역경제 활성화 등 1석5조의 사업이라고 주장한다. ‘문화가 흐르는 4대강 살리기’라며 문화사업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4대강 사업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사업”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무시해가면서까지 강행하려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환경을 파괴하는 ‘삽질사업’으로 전락할 거라며 환경 대재앙을 우려하고 있는 환경단체들의 주장을 그냥 무시해서는 안 된다. 강바닥에 막대한 돈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토목 전문가와 하천 전문가의 주장도 무시하면 안 된다. 공개적인 합리적 토론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야 사업추진에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손혁재 한국 NGO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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