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펜하겐에서 기후정의를 실현하자
2009년 12월 03일 / 미분류


코펜하겐에서 기후정의를 실현하자

– “COP15 공동대응단”, 코펜하겐 주요 의제에 대한 입장 발표 –


그 누구도 이제는 기후변화가 거짓말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이미 인류는 많은 것을 잃었고, 많은 것을 잃어갈 것이기 때문이다. 인류가 기후변화에 대한 조치를 늦추고 있는 지금도 생태계는 절멸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고, 이상기후는 인류의 삶과 문명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높아지는 해수면은 남반구 사람들은 생활터전을 앗아가고 있다. 안정적으로 음식을 확보하지 못해 기아의 수는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재앙을 예고한 IPCC 4차 보고서가 발표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인류는 여전히 화석연료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IPCC 보고서가 상황을 너무 낙관적으로 봤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금세기 말에나 다 녹을 것이라던 북극 빙하는 2020~2030년경이면 모두 사라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왔고, 지구온난화에 따른 피해가 거의 없던 남극마저도 급격히 녹아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구온도가 제어 불가능한 수준으로 달음질치고 있다.

하지만 전세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인류의 폭주를 막아야만 하는 시점이다. 그래서 우리는 기후변화협약 제15차 당사국 총회(UNFCCC COP15, 이하 “COP 15”)에 주목한다. COP15는 Post-2012 논의를 마무리하기로 한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또한 우리 시대의 문제점을 반성하고 새로운 세기를 열어가기 위한 시대적 전환점이기도 하다. 따라서 COP15 공동대응단은 COP15가 전세계가 우리 시대 심각한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우리에겐 코펜하겐이 마지노선이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간의 이해관계로 인해 금번 COP 15에서 Post-2012에 대한 최종합의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우울한 전망으로 현실을 자위하기에는 우리에게 남겨진 시간이 너무나 짧다. 그간의 COP 진행과정을 보면 목표에 대한 최종합의가 있더라도 세부이행과제 논의에서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즉 코펜하겐에서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결국 교토의정서 효력이 만료되는 2012년과 그 이후 대응과정에 시간적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적절한 대응시기를 놓칠 수밖에 없게 된다.

게다가 COP 15는 COP 13에서 합의된 발리행동계획에 따라 Post-2012논의를 완료하는 마지노선으로 규정되어 있다. 각국 정부협상단이 스스로 정한 국제적 약속을 파기하면서까지 국가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국제 합의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하지만 이는 자신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비겁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COP 15에서 합의가 나오지 않는다면 이것은 도덕적으로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며, 경제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매우 어리석은 결정이다. 지금 우리는 COP 15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환점이 될 것인지, 아니면 인류 역사상 가장 어리석은 시대로 기록될 것인지의 기로에 서있다. 각국 정부협상단은 이러한 점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COP 15에서 논의가 종결되도록 무한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IPCC AR4 권고안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IPCC는 AR4를 통해 기후변화가 파국으로 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세기 안에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를 450ppm이하로 안정화시켜야 하고, 산업화 이전에 비해 2℃ 이하로 온도 상승 제어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는 논쟁이 끝난 과학적 사실로서, 우리가 기후변화 문제에 접근함에 있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원칙이다. 심지어 IPCC의 권고안이 너무 보수적이고, 350ppm까지는 낮춰야 재앙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크게 못미치는 노력조차 거부당하는 현실은 개탄스럽기만 하다.

코펜하겐 회의에서는 최소한 전지구적으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85% 이상을 감축하는 목표가 전세계 공유비전으로 수립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 대응이라는 대전제가 각국의 경제 이기주의에 발목이 잡혀 훼손되는 상황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각국 정부대표단은 전세계인의 생명을 볼모로 한 위험한 치킨게임을 당장 중단해야만 한다.

지구온난화는 선진국의 책임이다.


이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지구온난화는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들의 책임이 명백하다. 그간 선진국들은 화석연료를 독점하며 풍요를 누려왔다. 지구온난화는 선진국 풍요의 산물이며 따라서 선진국들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거의 모든 책임이 있다. 그러한 기후부채(climate debt)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행위이다. 우리는 환경문제 해결의 제1의 원칙이 오염자부담의 원칙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선진국은 자신들이 지구온난화에 기여한 것에 걸맞은 감축 목표를 내놓아야 한다. 우리는 주요 환경단체들이 선진국들에게 요구한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40%,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95%를 감축 주장을 지지한다.

또한,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피할 수 없는 고통을 안고 있는 제3세계에게 납득할 수 있을 만큼의 재정․기술적 지원을 해야 한다. 해마다 기후변화로 인한 제3세계의 피해는 늘어나고 있는데 선진국들의 지원방안은 이를 극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그나마도 제대로 집행이 되지 않고 실정이다. 선진국들은 지금 이순간도 기후변화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거나, 경제적 피해를 입거나, 심지어 죽는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더 이상 선진국들의 이기심으로 인해 피해를 받는 국가와 민중이 있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은 코펜하겐 합의를 통해 제3세계 지원에 관한 명확하고 실질적인 공약과 강제력 있는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여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한 환상을 버려라.


지구온난화 대응 비용을 효율적으로 만든다는 미명하에 도입된
현행의 배출권 거래제는 그간 기후변화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됐다. 막대한 배출권이 인정되어 온실가스의 실질 감축 효과는 없었고, 온실가스 감축 책임이 있는 기업들은 배출권 거래를 통한 이익 창출에 몰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도를 악용하며 사실상 거래시장의 도덕적 해이를 방치해왔다. 기후변화대응의 핵심은 이미 지속불가능할 정도로 에너지를 소비하고 있는 선진국들이 자국 내에서의 온실가스를 어떻게 줄일 것이냐 하는 것이지 배출권을 구입하여 목표량을 채우는 것이 아니다. 현재까지 제시되고 있는 배출권 거래제 효과는 수학적 환상에 불과하다.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녹색 덧칠
 

COP 15 주요 의제 중에는 Post-2012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몇 가지 덫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REDD(개발도상국의 삼림 감소와 파괴 방지를 통한 온실가스의 감축)제도다. 그간 일각에서는 REDD가 개도국이 삼림을 지키는 대신 재정적 지원을 해주기 때문에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제도라고 홍보해왔다. 하지만 그건 매우 편향된 시각에 불과하다. 열대우림을 지키자는 의도에 동의한다 하더라도 REDD 제도가 도입되면, 선진국의 지원을 받기 위해 개도국들이 삼림에 의존해 살고 있는 지역 토착민들의 삼림에 대한 이용권과 생존권을 박탈하는 결과를 나을 것이다. 게다가 REDD가 지금 논의되는 것처럼 배출권으로 인정을 받게 될 경우 배출권이 남발되어 오히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또한 단일 경작재배로 인한 생물종다양성 훼손 문제도 심각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의 REDD는 기후변화대응책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핵발전을 CDM으로 포함시키려는 시도 역시 불평등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핵발전은 인류의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핵폐기물이라는 다른 환경문제를 발생시키고, 이 폐기물 문제는 고스란히 다음세대의 부담과 위험으로 이어진다. 에너지에 대한 편익은 현세대가 취하고, 피해는 다음 세대로 넘기는 전형적인 세대간 불평등의 문제이다. 또한 핵발전이 기후변화대응에 기여도가 높을 것이라는 건 왜곡된 환상에 불과하다. IEA조차 2050년까지 CO2 감축 기여도에 있어 에너지 효율향상이 31~53%인 반면 핵발전은 2~10%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 게다가 여러 연구에서 드러나듯 폐로비용이나 사회적 비용을 감안하면 경제적이지도 못하고 심지어는 전쟁무기로 전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우리는 이런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핵발전이 기후변화대응 수단으로 인정되는 것을 반대하고, 특히 CDM으로 인정받기 위한 어떠한 시도에도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다.

탄소포집․저장(이하 ‘CCS’) 역시 잘못된 기후변화 해결책 중의 하나다. CCS는 결국 현재의 에너지 과소비 문화를 유지시켜 화석연료 시대를 연장하겠다는 의도에 불과하다. 또한 상용화를 하기까지는 매우 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고, 안전성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런 불확실성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와 효율화에 노력을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그래서 결론은 ‘기후정의’다.

기후변화협약은 “공동의(common)”, “차별화된(differentiated)” 감축 의무를 지는 것이 원칙이지만, 실제 협상과정에서는 선진국과 개도국 간의 이해 관철을 위한 기제로만 활용되었다. 기존의 기후변화협상 과정은 각국의 경제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이해관계의 갈등 과정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경제․환경적 권리는 물론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은 거의 논의되지 못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제3세계, 토착민, 노동자, 농민, 여성 등의 키워드로 정리되는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제도적 폭력이다. 기후변화는 이상기후 현상으로 인한 피해와 기후변화대응 과정에서 소외되는 피해 등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노동자, 농민, 토착민, 여성 등 사회주체들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면서도 기후변화대응 과정에서 마저 생존권을 위협받거나 사회적 피해가 집중되는, 사실상의 방치 상태에 놓여 있었다. Post-2012 체제에서는 이들의 사회권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조치가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따른 불평등 양상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후정의’의 원칙이 새로운 합의 안에 분명하게 수용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제3세계의 온실가스 개발권(GDR), 선진국의 기후부채 책임, 경제적 약자들의 에너지기본권 등에 관한 내용이 협상문에 구체적으로 명문화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각국이 자국의 기후변화대책을 수립할 때도 ‘기후정의’원칙이 명명백백하게 포함되어야 한다. 특히, 국제노총이 제안하여 협상문안에 포함된 ‘정의로운 전환’원칙을 지지한다.


우리는 한국정부가 부끄럽다.


그간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국제회의에서 틈만 나면 한국이 기후변화대응의 “얼리 무버가 되겠다”, “한국의 책임에 걸맞은 온실가스 감축을 하겠다”라고 공약해왔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지난 11월 2020년까지 2005년 대비 4%를 줄이겠다는 초라한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서는 “국제사회가 개발도상국에 요구하는 최대치(BAU 대비 30% 감축)”라며 자화자찬하는 어이없는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태도가 부끄럽다.

세계 10위의 에너지소비국이고, GDP 규모가 15위에 이를 정도로 산업화된 국가이다. 현재 30여개 국가가 Annex I에 포함되어 감축의무를 받은 상황에서 우리는 누적배출량마저 세계 22위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에너지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에 관한한 결코 개도국이라고 할 수 없다. 요란했던 국제적 약속과는 반대로 국제적 책임에 걸맞지 않은 감축 목표는 전세계를 기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협상단은 지구온난화 기여도에 상응하는 감축의무를 공약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 COP 15 공동대응단은 한국 정부가 2005년 대비 25% 이상의 목표를 수용할 것을 요구한다.

UNEP와 Greenpeace, WWF, Oxfam 등 세계적인 국제기구와 환경단체들이 한국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에 호의적인 평가를 내놓은 바가 있다. 이는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한국의 상황을 오인한 것에 불과하다. 한국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은 핵발전을 크게 늘여 에너지 수요를 유지하겠다는 것과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여 한국에서 가장 큰 4개의 강 유역을 완전 개발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저탄소 녹색성장’이 아닌‘고탄소 회색성장’에 지나지 않는다. UNEP와 국제적인 환경단체들은 한국의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한국정부의 외교 전략에 휘둘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COP15 공동대응단을 비롯하여 한국 시민사회의 주장을 경청하고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다.


COP 15 공동대응단의 주장


1. COP 15는 기후재앙을 막기 위한 역사적 과제다. 발리에서 약속한대로 이번 회기 안에 Post-2012체제에 대한 최종 합의가 도출되어야 한다.

2. 전세계 공유비전은 최소한 전지구적으로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50%~85% 이상을 감축하는 목표로 가져야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의 중기목표 역시 1990년 배출량 수준으로 복귀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야 한다.

3. 특히 선진국은 지구온난화에 대한 책임을 지고 202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40%, 2050년까지 1990년 대비 95%를 감축해야 한다. 또한 기후변화로 피해를 받고 있는 제3세계에게 피해를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재정․기술을 즉각 지원해야 한다.

4. 각국 협상단은 배출권거래제, REDD 등 왜곡된 수단은 전지구 감축총량을 줄이고, 심각하고 많은 사회적 문제들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걸 직시해야 한다.

5. 탄소포집․저장(CCS)과 핵발전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킨 현재의 사회구조를 유지시키겠다는 의도이므로 Post-2012 체제에서 감축대책으로 인정되어서는 안 된다.

6. Post-2012체제에서는‘기후정의’의 원칙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협상문에 ‘기후정의’의 원칙과 제도를 명문화하고, 노동자․토착민․농민․여성 등 기후변화로 인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계층에 대한 특별 보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또한 국제노총이 제안하여 협상문안에 포함된 ‘정의로운 전환’원칙을 지지한다.

7. 한국정부는 자국 이기주의를 버리고 온실가스 감축노력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 2005년 대비 최소 25% 감축을 공약하라. 또한 전세계인들을 호도하는 ‘저탄소 녹색성장’의 홍보를 즉각 중단하라.


2009. 12. 3

환경정의⦁COP15 공동대응단1)

1)환경정의는 아래 단체들과 함께 12월 7일부터 18일까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개최되는 제15차 유엔기후변화총회에 대응하는 공동대응단을 구성해 2012년 이후의 포스트 교또체제가 조속히 타결될 수 있도록 코펜하겐 현지에서 다향한 활동을 펼칠 계획입니다. 
국제노동자교류센터, 민주노동당, 민주노총(건설산업연맹, 공공운수연맹, 발전산업노조, 가스공사지부, 환경관리공단지부),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에너지노동사회네트워크, 에너지시민회의(기독교환경연대, 녹색교통, 녹색연합, 부안시민발전소, 불교환경연대, 생태지평, 여성환경연대, (사)에너지나눔과평화, 에너지정의행동, 한국YMCA전국연맹, 환경과공해연구회,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전농, 전여농, 진보신당 녹색위원회,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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