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제 기업도시, 세종시

<시사인> 칼럼/2010.1.15

청계천에 있는 광교는 태조의 둘째 왕비 신덕왕후의 무덤에 있던 묘지석으로 만든 것이다. 계모인 신덕왕후를 증오했던 태종 이방원은 묘지석을 뜯어 다리를 만든 뒤 장안 사람들이 매일 밟고 지나가도록 했다. 노무현 포퓰리즘의 소산물이라는 이유로 세종시(행정중심복합도시)는 그를 싫어하는 세력들에 의해 ‘뜯김’을 당한 뒤 음해하고 증오하는 여론에 의해 짓밟히더니, 결국 이명박표 ‘관제 기업도시’로 덧씌워 놓았다.

세종시 건설은 9부2청2처 등 정부 및 공공기관 40여개를 옮겨 국토의 새로운 중추거점을 조성하는 21세기 국토전략의 한 방안이다. 이는 노무현대통령의 선거공약으로 제시되기 이전부터 줄곧 추진해온 국토정책의 오랜 숙원사업이다. 그러나 ‘재미 좀 봤다’는 말 한마디로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바라보던 그의 정적들은 오만가지 구실을 달더니 끝내 세종시에 죽임을 가했다.

 

지난 11일에 발표된 ‘세종시 발전방안’은 겉으론 ‘과학교육중심 경제도시’를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속내는 원안의 핵심인 행정부처 이전의 백지화를 위한 것이다.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원안의 내용을 의도적으로 축소하고 왜곡시켜 얻은 부정확한 근거를 토대로 부풀려 놓은 ‘그들만의 장밋빛 약속’을 담아 놓았다. 대표적인 예로, 원안의 고용인력이 25만명으로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임의적인 용지면적을 기준으로 17만명으로 축소해 놓은 반면, 그들 식으로 창출하는 고용규모는 24.7만명으로 늘려 놓은 점을 들 수 있다.

 

원안의 부당성을 이야기 할 때, 이명박 정부의 수정론자들이 핵심으로 들고 나온 게 부처이전에 따른 행정비효율성이다. 참여정부 때 행정비효율성 극복방안을 연구했던 국책연구기관에게 산출하라고 윽박 질려 나온 행정비효율성의 비용은 무려 연간 3-5조원에 달한다. 계산하기 난감하기 그지없는 ‘정책품질저하비용 3.65조원’과 ‘성장잠재력 저하비용 1.03조원’이 대부분이다. 서울중심 국정운영의 비효율성에 따른 사회적 비용, 이전과 함께 강구해야 할 행정능률 개선의 편익, 국가균형발전에 의한 편익 등을 함께 비교․평가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지만 모두 생략했다. 이러한 수치들은 ‘그들만의 것’으로 결국 국민을 기만하는 것에 불과하지만, 그 뒤엔 한국의 중앙집권체제가 보장해 주는 수도권 기득권층의 무서운 ‘계급욕망’이 웅크리고 있다.

 

권력기관을 내놓길 꺼려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래서 행정기관 이전의 백지화는 예견된 것이었으며, 행정기관이 오지 않는 빈 자리를 그들의 이익과 어깨를 같이할 ‘자본’이 차지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 결과 행정중심을 빼고 교육과학중심을 넣었지만, ‘신세종시’의 실상은 국가가 동원해 채우는 자본의 공간, 곧 ‘관제 기업도시’다. 자족성과 고용창출력을 늘리기 위해 대기업을 끌어온다고 하지만, 그 추동력은 ‘빅딜’로 표현되는 ‘국가와 자본의 거래’에 있다.

 

그러니 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해 던지는 미끼로서 세제혜택 등 유인책은 파격적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대기업과 대학에게 제공되는 저가의 원형지 공급이다. 정부가 밝힌 원형지의 공급가격은 평당 36만-40만원 수준이다. 첫마을 사업지역에 유상으로 공급된 원형지의 실제 공급가격 145만과 현재 예정된 원형지 공급가격 36만-40만원과의 차이를 계산하면 105만-109만원이 된다. 100만원으로 계산하여 전체 자족용지 450만평의 60%에까지 적용하면 총 적자는 무려 2조7천억원에 달한다. 이 적자는 돌고 돌아 국민의 혈세로 메워야 한다. 2조7천억 원은 결국 기업유치를 빌미로 국가가 국민의 혈세를 자본에게 안겨다 주는 선물인 셈이다.

 

이렇게 엄청난 선물을 받고 들어 올 자본이 과연 지역발전, 나아가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할까? 답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각종 혜택이 집중되면 될수록 세종시는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의 유사사업지역으로부터 투자 및 생산 활동의 기회를 빨아드리는 블랙홀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조성된 공간(녹색첨단산업단지)은 고급의 인력을 고용할 대기업이 독차지함으로(전체의 86%), 정작 지역민을 대거 고용할 중소기업이 들어올 여유가 없다. 또한 중추거점기능(본사 등)을 서울에 둔 채 현지공장 형태로 들어오고, 또한 협력관계나 판매망이 수도권에서 구축되면, 세종시는 결국 수도권의 외곽 기업도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는 까닭의 하나는 세종시의 입지가 기업도시를 위해 처음부터 선정된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세종시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조성을 위해 4군데의 입지 후보지를 100여명의 전문가들이 비교 평가해 선정된 곳이지 기업도시를 위해 선정된 곳이 아니다. 문제는 당초의 건설목적도 도시성격도 다 바뀐 가짜 세종시를 40-50조원(공공과 민간)을 투여해 과연 건설해야 하냐는 근본 물음이다.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관제 기업도시를 수도권 턱 밑에 조성해야 하나? 그러나 정작 걱정되는 대목은 가짜 세종시의 미래다. 신 정경유착에 의해 자본의 공간으로 조성되지만, 국가에 의해 버려졌듯이, 가짜 세종시는 자본에 의해 언제 다시 버려질 것 같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로 선택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끝>

조명래(단국대 교수&환경정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