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습지의 날 그리고 피크위크

피크위크’라는 친구가 있습니다. 과학의 힘으로 되살아나 애완동물로 키워지는 소설 속 도도새랍니다. 다들 알다시피 도도새는 막무가내인 인간들 탓에 멸종된 덩치가 아주 큰 새입니다. 그 소설은 희극적인 결말이지만 이야기 속 ‘피크위크’는 여간 우울한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오늘 하루 여기저기서 꽤나 시끄러운 행사들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세계 습지의 날’이라고 용산 중앙박물관에서는 나라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이 한창이고, 그 유명하다는 우포늪이나 순천만에서도 사람들은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전 혼란스럽습니다. 그런 행사들을 홍보하는 신문 한편에는 ‘저어새’의 서식지가 사라져간다는 탄식의 소리가 있으니 말이죠. 여기선 습지를 그래서 자연을 보호하자는 일성들이 들리는데, 다른 한쪽에선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천연기념물을 벼랑으로 모는 이중적인 현실이 당혹스럽습니다. 더군다나 그 둘의 주체는 ‘대한민국 정부’라는 동일한 이름을 사용합니다. 지킬 앤 하이드가 뮤지컬로 엄청 유명세를 떨치더니 이젠 나라에서 직접 재현하려는 모양입니다.


잘 몰랐는데 인천내륙의 갯벌이 이제는 송도갯벌 한 곳이라더군요. 중 고등학교 때 그렇게 많이 널려있다고 배웠던 서해의 갯벌들이 시나브로 하나 둘씩 없어졌나 봅니다. 이참에 지식인 선생에게 물어봤더니 조력발전소를 건설한다고 또 없어질 넓디넓은 갯벌들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고도 합니다. 송도 갯벌은 우리나라의 저어새 서식지입니다. 인간의 잣대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저어새는 지구상에 2000여 마리만 남아있는 멸종위기종입니다. 그런 송도갯벌은 ‘송도11공구’라는 생소한 간판을 내걸고 갯벌을 흙으로 메우는 공사가 한창입니다. 그 자리는 대학교 부지로 벌써부터 예약이 되어 있고요. 새들이 먹이를 찾고 때론 쉬고 있는 그 자리에 운동장이 생기든 학교식당이 생기든 간에 더 이상 저어새는 볼 수가 없겠지요.


송도경제자유구역’ 이름 한번 거창합니다. 다 좋습니다. 요즘 그 흔하디흔하다는 어떤 경제전문가들은 환호를 지를지도 모르지요. 그런데 왜 하필 송도갯벌이어야 합니까? 더군다나 다수의 전문가들과 언론에서 실패한 사업이라고 말하는 것을 왜 저어새들이 살아가는 터전에 고집하는 것인지 저는 모르겠습니다. 조력발전소도 참 좋은 일이지요. 화석연료가 아닌 재생 가능한 자연에너지는 누가 뭐라 해도 좋은 일입니다. 그런데 왜 갯벌의 특성상 주기적으로 조차가 변하여 전력 생산이 일정치 못하다는 비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갯벌을 고집하는지 또한 도통 모를 일입니다. 단지 제가 지나치게 아둔한 탓일까요?


어떤 이들은 무슨 일만 하려고 하면 깽판을 놓는다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일이라는 게 벌려 놓는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돼지 삼형제가 집을 지었던 우화에서처럼 대충대충 허투루 하는 일은 금방이고 도로아미타불이 되기 십상이니까요. 차라리 그런 일이라면 안하니 못한 법입니다. 그리고 한쪽에서는 아름다운 자연과 우아한 새의 깃털을 찬양하면서 다른 한쪽에서는 삽으로 자연의 무덤을 파는 이중적인 기만은 고만했으면 좋겠습니다. 더군다나 아이들 교육차원에서라도 지킬 앤 하이드 같은 짓은 출산장려책을 고민하는 이 정부가 할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어새가 갯벌이 아닌 용산 중앙박물관에 살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렇게 가다가는 저어새도 ‘피크위크’처럼 소설속 등장인물이 될 날도 멀지 않아 보입니다. ‘세계 습지의 날’인 오늘 그들 덕에 전 무엇 하나 기쁜 일 없는 하루였습니다.

                 

 

            

by 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