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사대강 개명신청 그 후

어제 사대강 사업 반대에 대한 선관위의 잇따른 선거법 위반 판결에 대한 시민불복종의 일환으로 내 이름을 ‘사대강’으로 바꿔달라는 개명신청에 대해 불가 판결을 받았다. 법원 판결문을 인용해보면, ‘개명신청을 하게 된 의도나 목적 자체는 불순한 것으로 볼 수 없지만’, 이름은 ‘인격권의 한 내용’으로 ‘정치적 이념이나 이슈와 관련하여 견해를 표시하는 방법’으로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고, 신청 이유가 ‘일시적, 즉흥적인 착상’이라는 것이다.

아직도 나의 개명신청 사실을 모르는 부모님을 생각할 때 이름으로 대변되는 나의 ‘인격권’을 보호해주신 국가의 판결에는 감사하나, 그에 못지않게, 아니 나에게는 그보다 더 중요한,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가 억압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감이다. 개명신청 자체는 법원 판결문처럼 일시적이고 즉흥적일지 모르나 우리가 개명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마저 즉흥적인 것은 아니다.

선거국면에 접어들면서 선관위는 사대강과 관련한 모든 캠페인과 시위, 홍보물까지 금지시켰다. 비단 선관위뿐만이 아니다. 시내에 나가 사대강과 관련한 1인 시위라도 할라치면 어느새 경찰 대여섯명이 내 주위를 둘러싼다. 나는 그저 피켓 하나 들고 서 있을 뿐인데, 내 피켓 하나가 무에 그리 큰 위협이 된다고 경찰들이 몰려오고, 철수하지 않으면 체포한다고 으름장을 놓는가. 마지막 최종 경고까지 시간을 끌며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개탄하면서 오가는 시민들과 서글픈 눈빛을 교환한다.

최근 우리 환경운동진영에서는 사대강에 대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게 하는 현 시국에 대한 국면전환의 일환으로 서울시의원에 후보를 냈다. 서울시의원이 되면 사대강에 대한 캠페인이나 홍보물 배포와 같은 활동들을 제재없이 펼치고, 우리의 내용을 시민들에게 알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가 자유롭게 서로의 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우리가 지켜내고 싶은 것들에 대해 얘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지만, 우리는 서울시의원 시민후보 진영이 되어 종로 한복판에서 선거유세랍시고 수퍼맨, 베트맨, 원더우먼 등등 영웅복장을 하고 리버댄스를 춘다. 시민운동 활동가들이 하던 일 모두 접고 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는, 이름을 바꿔서라도 지켜내고 싶은 무거운 주제지만, 선거가 자신의 정치적 의제를 펼치는 재미난 상상력과 유쾌한 행동으로 채워지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오늘도 거리에서 춤을 춘다.

사대강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했을 때, 사대강에 대한 얘기를 이름처럼 일상적으로 얘기하고 싶었다. 나도 사대강이 되었으니 사대강의 마음으로 사대강의 아픔을 같이 하고 사대강을 대변하고 싶었다. 비록 지금 이름은 사대강이 될 수 없지만, 나날이 공사판으로 파헤쳐지는 강을 보며 바싹바싹 마음이 타들어 간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아직도 사대강이다. 그리고 이 땅에는 수많은 사대강들이 있다. 이 수많은 사대강들의 마음이 모여 우리의 사대강이 지켜지기를 간절히, 간절히 소망한다.

2010. 5. 27

한때나마 사대강으로 불리고 싶었던 이가

 

1 Comment
  1. megod

    그림 퍼갑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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