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디자인하는 ‘저탄소 마을’ 필요
2010년 7월 20일 / 미분류

주민이 디자인하는 ‘저탄소 마을’ 필요

정부 2020년까지 600곳 확대 예정…체계적인 계획 운영 성공 관건

농촌의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다. 난방에다 비닐하우스 가온, 농기계 경유까지 에너지가 필요한 곳은 많은데, 기름 값은 자고나면 올라 있다. 여기에 정부가 내놓은 해답은 ‘저탄소 녹색마을’이다. 마을에서 폐자원과 바이오매스를 이용해 직접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정부는 2010년부터 ‘저탄소 녹색마을’을 시범적으로 만들고, 2020년까지 600개로 확대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현재 충남 공주시 월암마을, 광주광역시 승촌마을, 경북 봉화군 서벽리, 전북 완주군 덕암마을이 시범마을로 선정되었다. 선정된 마을에는 1~2년 사이에 50억 원에서 많게는 146억 원까지 사업비가 지원된다.

서벽리가 목재펠릿을 활용할 뿐 나머지 마을에는 바이오가스 플랜트가 설치된다. 그런데 정부의 저탄소 녹색마을 정책이 너무 속도를 내고 있다. 주민들의 역할은 그저 사업 추진 동의서에 도장 찍고, 플랜트 설치 부지를 내주는 정도다.

사업 기간 2년도 너무 짧아 주민 참여는커녕 당장 부지 정하고, 업체 계약해서 시설공사 들어가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게다가 정부가 예산을 턱없이 많이 쓰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는 덕암마을 49가구의 에너지 자립을 위해 146억 원을 투자한다.

한 가구에 3억 원 가까이 지원하는 셈이다. 그렇게 돈을 쏟아 마을을 재생가능 에너지 종합전시장으로 만든다.

지금처럼 사업이 진행되면 국가지원금으로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회사만 돈을 버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것은 시설이 방치되는 것이다.

바이오가스 플랜트는 유기성 폐기물을 운반하고 투입해 에너지를 생산하고, 남은 액비를 처리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마을의 물질순환과 운영에 대한 체계적인 고민이 없으면, 가동이 중단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무레크는 인구 1700명이 사는 시골 마을로 에너지 자립도가 무려 170%이다. 지역 농부들이 유채와 폐식용유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 공장, 잡목과 돼지 똥을 이용한 열병합발전소를 직접 운영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에너지 회사에서 에너지를 구입하고, 일자리도 얻었다.

무레크는 앞으로 석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200달러씩 올라가도 끄떡없다. 독일의 ‘윤데마을’도 에너지 자립까지 7년의 세월이 걸렸는데, 그 시간의 대부분은 바이오가스 플랜트 건설에 걸린 시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참여를 결정하고, 운영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돈을 마련하는데 걸린 것이었다.

해외의 성공적인 에너지 자립마을들은 공통점이 있다.
에너지 자립마을을 만든 주인공이 주민이라는 점이다.

가장 먼저 주민들이 한데 모여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다음으로 정부가 ‘에너지 자립마을 지원단’을 만들어 마을 주민들이 지역의 대학이나 전문가, NGO의 도움을 통해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 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처음부터 재생 가능 에너지 생산을 마을의 산업과 일자리 창출 관점에서 디자인한 것이다.

그 결과 주민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거나 시민발전소를 통해 에너지 생산에 참여하고, 경제적 이득을 얻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저탄소 녹색마을’은 농촌에서 화석연료 고갈과 온실가스 감축에 대응할 뿐만 아니라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사업이다.

따라서 이 정책의 원래 목적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몇 개 마을에 예산을 집중해 지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의지가 있는 마을들이 자립의 토대를 닦을 수 있도록 단계별로 지원해야 한다.

앞으로 정부는 ‘저탄소 녹색마을’ 만들기에 있어서, 마을에 어떤 재생 가능 에너지를 설치할 것인가 보다 마을의 에너지디자인을 누가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해 밑그림부터 그려야 한다.

김세형 기자 fax123@asiae.co.kr
<ⓒ 이코노믹 리뷰(er.asiae.co.kr) – 리더를 위한 고품격 시사경제주간지,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Leave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clear form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