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칼럼]벡스터 효과
2010년 7월 22일 / 미분류

[환경칼럼]벡스터 효과
 황대권 | ‘야생초 편지’ 저자

생물학에 ‘벡스터 효과’라는 것이 있다. 미국에서 거짓말탐지 기술을 가르치던 벡스터라는 사람이 우연히 거짓말탐지기를 식물의 잎에 연결해 이런저런 실험을 하던 중 식물도 사람과 같이 주변의 환경 변화에 감정적으로 반응한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그가 벌인 여러 가지 실험 가운데 재미있는 것은 식물도 사람처럼 ‘측은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식물이건 동물이건 자기 앞에 있는 생명체가 죽어가는 것을 보면 굉장히 마음아파하듯 격렬히 반응하다가도 같은 일이 자꾸 반복되면 점점 무반응이 되어 간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사람 이외의 생물들이 나름의 감정체계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살아왔다. 아니 알았어도 극히 예외적인 일로 간주하고 더 이상 깊이 알려 하지 않았다. 만약에 그들도 인간과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낀다고 생각하면 지금까지

처럼 멋대로 행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죽음을 앞에 두고 벌벌 떠는 모습이 빤히 보이는데 어찌 모른 척할 수 있으랴! 그러나 다른 생명을 어쩔 수 없이 ‘살해’해야 하는 직종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죽음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것이 직업이기 때문에 애써 무시할 뿐이다. 그리고 직업이 되었다는 것은 반복학습에 의해 이미 무감각 상태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세기 동안 우리는 개발과 성장만이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굳게 믿고 행동해 왔다. 그로 인해 생태계가 총체적으로 이상징후를 보이고 있음에도 우리는 아직도 그 믿음에 대해 의심해 보려 하지 않는다. 생태계가 망가지면 결국은 인간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경고를 끊임없이 듣고 있으면서도 왜 사람들은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걸까? 바보가 아니면 무언가에 단단히 홀려 있음에 틀림이 없다. 욕을 먹을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둘 다이다. 지구상에 몸 붙여 살고 있는 생물종 가운데 가장 똑똑한 체하는 인간만큼 자연에 대해 무지한 종은 없다. 북미의 코요테는 들판의 사슴떼가 자연에서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관리’하면서 먹이사냥을 한다고 한다. 남획을 하면 자신에게 불리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하는 행동이다. 아마존의 밀림은 자연이 만들어준 선물임에 틀림이 없지만 최근의 연구에 의하면 숲 속에 사는 원주민들에 의해 세심히 ‘관리’되고 있었다고 한다. 이 모두가 자연을 모르고는 할 수 없는 행위다.

무지한 자가 용감하다고 했던가? 세계 도처에서 인간들이 벌이고 있는 거대 프로젝트를 보면서 그 무지막지함에 몸서리치는 사람은 나뿐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보면 이 시대 누구보다 영리하고 똑똑하다. 문제는 이들이 무언가에 홀려 있다는 사실이다. 나의 행위가 모두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믿음이 그것이다. 바로 이것, “나에게 이로운 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이라는 관념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북미의 코요테도 아마존의 원주민도 똑같은 관념을 가지고 있으니까. 다만 현대인은 나와 전체를 분리해 놓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아마존의 원주민은 나와 전체가 한 몸인 상태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다르다.

무한경쟁시대에 개발과 성장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개발을 하든 성장을 하든 다른 생물종도 우리 인간과 똑같이 느끼고 생각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했으면 한다. 지금처럼 무자비한 살상이 계속된다면 영화 <아바타>에서 보듯 다른 모든 생물종들이 합심해 인간을 공격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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