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안전] 당_설탕끊기-Day6 설탕중독, 그리고 내 삶의 중독들~ (7월 26일)

주말 내내 너무나 많이 잤다. 일요일 저녁에 식구들하고 하와이와 우크렐레에 관한 여행프로그램을 보다가 잠이 들었는데 언제 방에 들어왔는지 모르게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그런데 새벽 4~5시쯤 속이 너무 울렁거려서 일어났다. 속이 울렁거리는 것에 너무 놀라웠다. 내가 무슨 설탕을 그렇게 많이 먹었다고. 뭔가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일어나서 부엌을 뒤져보아도 먹을 것이 없어서 토요일 시장에서 사다놓은 천도복숭아를 어그적어그적 씹으며 거실 의자에 앉아 푸르스름하게 해가 뜨기 전 파란 하늘을 보며 내 인생의 중독에 대해 생각했다.

 전날 채식김치를 담그기 위해 요가원 겸 채식요리연구원을 찾았을 때 불편했던 감정은 늘어진 설탕들 뿐이 아니였다. 손님이 올 시간이 되었는데도 정리되지 않아 어지러워진 요가원의 풍경, 저쪽 작은 방에서 낮잠을 자는 어떤 사람의 발, 그리고 차창에 빨래를 위해 널어놓은 하얀 손수건 그리고 요가를 위한 도구들. 모임시간이 되었는데도 아무도 나타나지 않는 김치강좌. 난 이 곳이 정시가 되어도 기차가 출발하지 않는 거리에 쓰레기와 노숙인이 가득한 인도의 거리인 것만 같았다. 순간 내가 가진 현실의 어려움들이 생각나 도망치듯 떠나고 싶었다.

 그렇다. 나는 아편중독보다 중독성이 강하다는 여행중독자이다. 인생에서 벽을 마주치는 순간마다 손에서 놓아버리고 떠나버리고 싶은 여행중독자이다. 그리고 난 알콜중독증이 있다. (차마 알콜 중독자라는 말은…) 대학입학 후 난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대학입시와 다르게 대학생활이 너무나 실망스러웠고 그때부터 마시기 시작한 술이 정도가 내가 생각해도 정도가 과하다. 나의 우울증과 약해져 가는 몸의 주요 원인으로써 술을 꼽는다. 술로써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친분을 유지해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리고 난 많은 걸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설탕금단형현상을 느끼면서 모든게 부질없이 느껴졌다. 그 많은 술자리 후 내게 남은 건 무엇인가. 과음 후 다음 날이면 묵직해져가는 팔과 치아의 통증? 그러면서 생각을 했다. 난 도대체 내 인생의 어떤 부분으로부터 자꾸 도망가고 싶은 것일까. 그래서 난 도망 갈 수 있었을까. 갑자기 내 인생과 각종 중독에 대한 깊은 고찰이 이어지다가 다시 잠이 들었다.

아침이 되니 엄마가 어제 내가 자는 사이에 새로산 믹서기를 자랑하기 바빴다. 벽돌도 갈 수 있는 믹서기라나. 참나. 동생하고 저 믹서기에 벽돌을 꼭 갈아봐야겠다고 수다를 떨고 있었더니 내가 며칠 전부터 먹고 싶다고 노래를 콩물을 만들어주셨다. 아침이라 잘 먹히지 않아 사무실에 싸와서 두유 대신 간식으로. 점심먹고 시장으로 산책갔다가 우정간사와 두개에 천원하는 천도복숭아를 사서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먹기. 

 설탕이 들어간 음식을 피하다보니 자연스레 가공식품을 먹지 않게 된다. 난 쉴새없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식탐녀인데 가공식품을 피하니 자연스레 야채 과일과 친해진다.

저녁때는 감자를 삶아 먹었다. 요즘 설탕끊기가 엄마의 노동력을 희생해서 실험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도 들어 내손으로 뭔가 해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생각을 하다가 감자를 삶았다.(고작!!) 인터넷을 보다보니 물을 자작하게 졸이면서 삶아야 맛있다고 해서 물을 적게 놓았다가 감자와 냄비를 조금 태우기까지 했지만 내 감자를 맛보신 공간국 김홍철국장님은 맛있다고 하셨다.

 라면은 숙련된 기술로 잘 삶는데 감자는 이렇게 못삶다니. 내가 그렇게 가공식품을 좋아하는 사람이였던가 싶었다. 그래도 맛있었다. 김홍철국장님 하나 드리고 나 하나 먹고 젤 큰 건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낼 데워먹을 예정.

 

원래 오늘 저녁까지 남아 있었던 이유는 이 책에서 설탕끊기로 인한 금당현상을 겪은 작가와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서였는데 감자 삶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고 블로깅하는데 시간보내고 이제 갈 시간이다. 그래도 조금 읽은 부분에서 작가는 48시간만에 나와 같은 메스꺼움, 깨질것 같은 편두통을 견디었다고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나 싶어서 좀 위안이 되었다.

 오늘은 아침부터 사무처회의에 성미산 개발현장 방문에 회원캠프 준비에 너무 너무 바빴는데 내가 무슨 정신에 이곳 저곳 다니며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혼이 나가 있는 상태였다. 머리는 아프지는 않았지만 멍했고 눈밑에는 다크서클이 다 생겼다. 피부는 붕뜬 것 같았고 손발에 힘이 빠지는 듯하다. 누구든 인정하는 식탐을 가지고 있는 내가 입맛이 다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하루종일 속이 메스꺼웠다. 사무실 식구들이 이런 나를 보면서 설탕을 먹어야 해결되는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이 시간을 지내고 나면 더욱 좋아질꺼라는 설탕끊기 매니저 화정언니의 말을 믿어보기로 한다.

 7월 26일

 아침: 현미밥 한공기, 무생채, 조미김 8장, 계란후라이1개, 천도복숭아 1개,

          콩물 반컵

 점심: 현미밥 한공기, 가지볶음, 무생채, 계란말이 3조각, 생선조림조금

 간식: 콩물 한컵, 천도복숭아 1개

 저녁: 쌀밥 1/4공기, 무생채 조금, 삶은 감자(중) 1, 토마토(소) 1

 야식: 천도복숭아 2개, 아몬드 한 줌, 콩물 1/3컵

그.리.고. 퇴근길~                       

오랫만에 나의 취미인 양화대교 건너기로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했다. 선산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양화대교를 건너 당산역까지 30분, 그리고 당산역에서 영등포역까지 30분. 퇴근길에 기분이 좀 괜찮은 날은 양화대교를 건너며 한강의 강바람을 만끽하는데 요즘 양화대교를 못건넌지 너무 오래 되었다. 요즘 정신이 없었다. 기분좋게 양화대교를 건너는데 갑자기 다리가 후들후들거리면서 허기가 심하게 지며 어지럽기까지 했다. 저녁이 되니 좀 상태가 좋아진 듯해서 산책을 하려고 했는데 도저히 영등포역까지 걸을 수 없어서 당산역에서 뭔가 요기를 하고 가야겠다. 너무 늦어서 밤에 잠을 못잘까봐 커피를 먹기도 꺼려졌고 난 채식을 선언한 이후 커피 때문이 아니면 우유도 안 먹는다. 그러다가 발견한 노점 과일장사에서 이천원어치의 천도복숭아를 샀다.

 이미 설탕끊기 매니저 화정언니가 제한한 하루 권장 섭취 과일량을 다 먹었지만 너무나 허기가 져서 참을 수 없었다. 하나를 당산역 화장실에서 물로 씻어서 먹고도 허기가 가시지 않아 다른 하나는 다시 물을 찾기도 어려워 손으로 슬슬 닦아서 먹고 나니 세상을 좀 보이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여전히 정신이 없어 당산역에서 신도림가는 2호선 지하철을 타야 하는데 9호선을 타러갔다가 다시 시청가는 방향으로 가는 지하철을 기다리다가 겨우 내가 타야하는 지하철 플랫폼을 간신히 찾았다. 천도복숭아 2개로 간신히 허기는 면하였지만 집에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서있기가 너무 힘들었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앉아있는 젊은이들에게 “설탕 먹는 사람들은 일어서!”라고 말하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참길 잘 했지) 집에 돌아와서 또 깊은 수면에 빠졌다. 

맨위 천도복숭아 사진 출처: blog.naver.com/bbang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