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안전] 당_설탕끊기/무설탕/슈가프리 Day25&26 남인도 여행의 여운. 그리고 함께하는 무설탕 밥상

금요일 아침 금단언니에게 전화가 왔다. 내가 며칠 전 진영이가 이달 말이면 아기를 낳는데 남편이 출장을 가 혼자 있으니 우리가 놀러가자고 금단언니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이 없더니 금단언니가 서울 올라올 일이 있는데 그김에 진영이 집에 놀러가자는 말이였다. 난 외박할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지만 금단언니의 말이기에 바로 좋다고 하고 퇴근후 금단언니를 만나 밀리는 차들 사이에서 6시간을 보낸후야 조치원으로 이사간 진영이의 집에 다다를 수 있었다.

진영. 은미. 금단. 고아의 베나울림 바닷가에서.

 우리는 2006년도 각각 혼자 남인도를 여행하던 여행자들이였다. 혼자 여행을 온 여행자들 셋이 남인도를 휘젖고 다니며 여행하는 동안 여행자들은 점점 더 엉키었고 가끔은 셋이 되고 가끔은 넷, 다섯도 되어가며 하루하루를 축제처럼 즐기며 한달을 보냈다.

 남양주에 사는 화가 금단언니. 조치원에 사는 약사 진영이. 부천에 살며 환경단체에서 일하는 나. 지난 여행의 여운이 길고 깊기 때문이여서 그런지 한달 동안 서로에게 정이 너무 깊게 들었는지. 여행을 다녀온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서도 이렇게 두어달에 한번은 얼굴을 본다.

 한참 우울증이 심할 때 나를 도닥거리며 함께 여행을 해준 이들이기 때문에 난 금단언니와 진영이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특별하다.

 

진영이는 여행할 때도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작년에 결혼을 해서 이달 말이면 아기가 세상의 빛을 볼 예정이다. 진영이가 이 언니들을 제쳐두고 여행자의 자유로움을 버리고 결혼의 굴레에 들어간다는데 너무 아쉬웠지만 이렇게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가지고 그 아이를 위한 준비를 하는 걸 보니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했다.

내가 설탕안먹기 체험을 한다니 좀 특이하다고 생각을 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진영과 금단언니 특유의 아량으로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으며 별로 질문도 하지 않으며 나를 배려해줬다. 셋 다 워낙 외식을 좋아하지 않기도 하고 밖에 나가면 내가 먹을 수 있는 게(설탕이 안 들어있는 음식이) 없다고 집에서 밥을 해서 먹었다.

 진영이의 어머니께서 진영이집에 반찬을 해주셨는데 셋이서 밥을 차려기 위해 반찬을 접시에 덜던 금단언니는 내가 먹을 수 있는 것과 먹을 수 없는 걸을 분류하면서 반찬을 담는 배려까지 보여주셨다. 저 위의 맛있어 보이는 반찬중 내가 먹을 수 있는 반찬은 멸치볶음 한 가지.
 

 진영이의 친정에서 가져온 신선한 야채가 밥상에 올랐다. 부모님이 집 앞의 밭에서 직접 씨를 뿌려서 키우셨다는 야채들은 도시에 가는 내가 누릴 수 없는 호강으로 보였다. 파프리카, 오이고추, 깻잎은 입안을 향긋하게 감쌌다. 그리고 호박을 밀가루, 계란없이 구웠는데도 달고 맛있었다. 앞으로는 호박전을 이렇게 먹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싱그러운 밥상을 좋은 친구들과 함께하는 더없는 즐거움을 누렸다.

 
누군가의 집에 놀러가면서 내 김치를 싸가지고 간다는게 우리나라 정서상 즐겁게 느껴지지 않지만 사무실 냉장고에 내 무설탕김치도 있고 해서 가져갔다. 아무래도 한국인으로서 밥상에 김치가 없으면 밥을 먹다 만 것 같지만 대부분의 김치에 설탕이 들어있기 때문에 나에게 무설탕김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내 김치를 꺼내놓고 먹었는데 워낙 무던한 성격의 진영이기 때문에 이해해주겠지 싶었지만 왠지 진영이집 김치를 무시하는 것만 같아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강원도 출신 금단언니는 감자를 싸왔다. 언니는 토요일 오후에 집에 놀러올 친구들이 있어서 어서 집에 가야했기 때문에 집에 가기 전에 우리에게 감자전을 붙여 주었다. 감자의 고장 강원도 출신답게 감자전을 맛있게 붙여주어서 간식으로 맛있게 얌얌. 지난 여행에서도 금단언니가 해주는 음식에 감동의 연속이였던 이야기를 또 했다. 해도 해도 또 하는 금단언니가 해준 음식들이야기.

금단언니가 가고 난 토요일 밤 기차를 타고 집에 올 예정이였다. 진영이와 난 둘다 청국장을 좋아해서 진영이집에 가서 종종 청국장을 끊여먹었다. 그랬더니 이제 진영이 집에 가면 청국장이 먹고 싶어진다. 진영이랑 그런 이야기를 하다가 저녁에 둘이 마트에 가서 청국장과 두부를 사다가 청국장을 끊여먹고 TV를 보다보니 잠이 솔솔 왔다. 집에 오기도 귀찮고 그렇게 하룻밤을 더 자고서야 집에 돌아왔다.

 진영이 집에서 캠프 준비의 묵은 피로가 날 잠들게 하는 것 같았다. 그렇게 먹고 이야기 좀 하다가 자고. 영화 좀 보려면 자고. 무엇보다 편안함이 있었기 때문이였던 것 같다. 그렇게 잘 쉬다가 돌아오는 길 요즘 내가 겪는 인간관계의 어려움이 이들에 영향이 있지 않을까도 싶었다.

 너무 편안하고 친밀한 것 나와 취향이 가까운 사람들과의 시간에 익숙해져서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 점점 서툴러져가는 것 아닐까 싶었던 오랫만에 편안한 주말이였다. 

 8월 14일

8월 15일 

 점심: 잡곡밥, 깻잎, 파프리카, 오이고추, 호박전

 간식: 감자전 1장

 저녁: 청국장, 두부, 잡곡밥

 과일: 포도, 복숭아, 자두

점심: 콩국수, 야채조금

과일: 포도, 복숭아, 자두

간식: 참크래커 1봉

저녁: 현미콩밥, 김치, 강된장, 배추, 오이고추

4 Comments
  1. 빈잔

    무설탕김치 맛 좋더군요…
    담에 나도 도전해 봐야지

    • 엄마 말씀으로는 것절이, 깍두기 빼고는
      보통 집에서 만드는 김치에는 설탕이 안들어간데요.
      다만 파는 김치에나 설탕이 들어간다고..
      혹시 빈잔님 집에서 담그는 물김치, 오이소박이 등에 설탕은 넣으실 수 있겠군요.
      그래도 김장김치는 설탕이 절대 들어가지 않는데요.

    • 요새는 집에서도 김치에 설탕 넣는 집들 많아.
      설탕 아니더라도 매실액을 넣기도 하고…
      그만큼 우리 음식문화가 단맛을 즐기는 쪽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지.
      우리가 이렇게 슈가프리 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2. 한여름소낙비

    좋은 사람들과 좋은 시간보냈구나.. 재충전의 시간이 되었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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