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안전] 당_무설탕/설탕끊기/슈가프리 Day28 설탕끊기와 대안생리대. 즐거운 불편에 대하여

여성주의 모임 새땅 언니들에게 면(대안)생리대 만드는 법을 배우고 대안생리대를 쓴 지 벌써 몇 년째인지 모르겠다. 빠는게 좀 불편은 해도 난 면생리대를 쓰는게 건강으로나 착용감이나 혹은 여성으로서의 자존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기 때문에  이제 대안생리대 쓰는 일이 일상적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지난달 교보언론학교에서 만난 선영양과의 대화에서 대안생리대를 아직 모르는 친구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다. 환경정의 활동가들 중에서도 아직 대안생리대를 써보지 못한 친구들이 있었다. 난가 언니들에게 대안 생리대를 만드는 법을 배우고 빠는 법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여성의 생리를 더럽거나 지저분한 것, 그래서 감추고 부끄러워해야할 것이 아닌 생명을 잉태할 수 있는 여성의 몸으로서 건강한 여성성의 상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런 몸에 대한 긍정의 이야기들을 함께 하고 싶었다.

 마치 설탕의 홍수인 현재의 식문화안에서 설탕을 먹지 않는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점점 안정되는 몸과 정신을 보며 내 존재에 대한 긍정이 더해지듯 말이다.

그래서 환경정의에서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대안생리대 만들기 모임을 함께 할 사람들을 모으고 목요일에 모임을 가지기로 했기 때문에 내가 재료가 될 천을 구입하러 동대문에 갔었다.

 대안생리대 운동을 하는 피자매연대에서 검색을 해보니 동대문9번출구에 나가면 바로 보이는 상가에서 천을 구입하면 된다고 했다. 역시 9번출구 바로 앞에 여러 옷자재를 파는 쇼핑센터가 있었다. A B C D동으로 나뉘어져 도대체 몇층까지 있는지 정말 여러가지의 천들을 파는데 구경하는 재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오른쪽) 화려한 분홍꽃무늬의 겉감. (왼쪽) 안감으로 쓰일 융천과 면.

 장을 보기전에 피자매연대 홈페이지를 통해서 어디에 가면 대안생리대 재료 천을 살 수 있는지를 적어갔는데 너무 넓고 상점이 많아서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헤메며 이 상점 저 상점에 가서 물어보니 대안생리대용 융천을 팔 수 있는 곳을 찾아갔더니 저 분홍꽃무늬가 딱 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여러 가지 무늬들도 많았지만 난 저 분홍꽃무늬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함께 만들 활동가들의 얼굴이 머리에 스치면서 저 무늬가 그녀들의 취향이 아닐 것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곳까지 사러온 건 나니까 내 마음대로 사기로 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안감의 구입. 타월을 재료로 쓰기도 한다던데 타월을 판매하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고 그냥 융을 파는 가게에서 융천과 아기들 기저귀감으로 안감을 하기로 했다.

대안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부자재들. 똑딱핀, 천과 같은 색의 분홍색과 흰색의 실들, 바늘, 그리고 사무실에 있어 따로 구입할 필요가 없었던 시침핀들. 머리속으로 혹시 빠트린 건 없을까 기억을 더듬으면서 쇼핑을 마치고 사무실로 출근을 했다.

출근을 하니 마침 점심시간. 주말에 진영이집에서 직접 키웠다는 호박을 얻어와서 사무실 냉장고에 넣어 놓았다. 아침에 도시락 반찬을 싸오기가 귀찮은데 냉장고에 내 김치와 호박이 생각났다. 그래서 사무실에 도착해서 호박을 굽고 냉장고에 김치를 꺼내서 점심먹을 준비를 했다.

 수정언니랑 밥을 먹으면서 언니도 요즘 나의 슈가프리 덕분에 미숫가루에 설탕없이 먹는다고 해서 마음이 참 뿌듯했다. 설탕이 없이 미숫가루를 무슨 맛으로 먹을까 싶어도 설탕을 빼고 나면 있는 그대로의 원재료의 맛을 느낄 수 있다고 무설탕 미숫가루에 대한 칭찬을 하면서 즐거운 점심을 먹었다.

 호박을 그냥 양념없이 구워서 간장에 찍지도 않고 그냥 먹으니 달고 맛있었다. 이게 정녕 호박의 맛이던가 싶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나의 호박구이를 맛보고 맛있다고 했다. 나의 무설탕김치도 먹는 사람마다 여느 김치와 다를 바없이 맛있다고들 한다.

 무설탕식단. 따지고 보면 간단한 사고의 전환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달아야 맛있다고 생각하는 생각들, 따로 설탕을 넣지 않아도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맛에 대한 생각의 전환. 

 

내가 사과를 너무 좋아하는데 요즘 사과를 먹은지 오래된 것 같다, 가을이나 되야 사과를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하고 며칠이 지나니 환경정의사무실 근처 생협에서 사과박스를 보니 반가운 마음에 두 번 생각 안하고 계산을 했다. 영수증을 받았는데 여름사과라고 써 있었다. 대부분 파란 사과를 아오리라고 하는데 그 이름이 광산이름 같기도 하고 마음에 안들었다. 그런데 여름사과라는 예쁜 이름이 있었다는 걸 배웠다.

 여름사과를 한입 베어무니 젊음을 이야기할 때 풋풋하다는 표현을 하는 것이 절로 떠올랐다. 사과의 조직이 가을사과처럼 부드럽지 못하고 뻣뻣해서 더욱 많이 씹어야 했고 당도도 조금 떨어지는 것 같으며 시큼한 맛마저 돌았다. 난 이맛이 너무 좋았다. 사과의 젊고 건강한 내음이 좋았다. 

저녁에 지난 캠프에서 만난 회원 몇분과 함께 저녁을 먹는 자리가 있었다. 회원분이 만든 자리였는데 “환경정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이름을 지어 주셨다. 환경정의 활동가로써 환경정의에 대한 애정을 보여주시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든든했다. 퇴근을 하고 캠프의 즐거움에 대한 여운을 가지고 만난 자리로 향하였다.

 저녁 메뉴 회. 나는 육고기를 먹진 않아도 가끔 해산물은 먹지만 회를 즐기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사회적인 관계속에서 어울림을 위해 를 먹어야 할 일들이 생긴다. 게다가 설탕이 들어간 간장, 쌈장, 초고추장을 먹지 않고 회를 먹는 건 참… 그래서 밥을 시켜 미역국과 쌈장없이 야채에 밥을 싸서 먹다가 회를 많이 드시라는 회원분의 권유에 소금과 참기름을 찍어서 몇점 먹으니 조금 낳았다.

 비롯 먹는 건 불편했지만 캠프에 대한 추억을 나누는 건 너무 즐거웠다. 캠프를 다녀와서 과자와 라면을 찾지 않고 음식물 쓰레기를 남기지 않는다는 아이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시는 회원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캠프준비를 하느라 마음 졸이며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을 하던 날들이 보람되게 느껴졌다.

 아이들에게 변화에는 캠프를 경험하였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환경과 자신을 위해 건강한 생활습관을 가지려는 마음의 자세가 있었기 때문에 그런 변화가 있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캠프에서 전하고 싶었던 내용들이 스펀지처럼 흡수할 수 있는 마음. 집에 돌아오는 길 그런 회원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니 열심히 활동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동대문에서 회사로 오는 버스를 타기 전에 화분을 파는 노점상에서 2000원 주고 산 화분. 어떻게 놓으면 좋을까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페트병에 줄을 달아 책상위에 매달아 놓았다. 식물은 정서적인 안정을 주는 음이온이 나온다고 했던가. 속상하고 힘들 때 산에 가서 초록빛 나무잎들을 보면 마음에 편안해지던 생각이 떠올라서 내 책상에 앉아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자리잡아 놓았다. 지금 가지고 있는 심리적인 안정감이 오래되었으면 싶었다.

 설탕을 끊고 몸과 마음이 안정이 되니 주변도 돌아보고

이런 저런 새로운 시도들도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 같다.

 벌써 슈가프리 30일이 끝나간다는게 아쉽다.  

 8월 17일

 아침: 여름사과, 현미콩밥 한공기, 무생채

 점심: 호박구이, 현미콩밥, 배추김치, 부침개

 간식: 여름사과, 콩국

 저녁: 회, 흰밥, 미역국, 깻잎, 상추

3 Comments
  1. 한여름소낙비

    나도 미숫가루는 설탕 안넣어 먹는데…
    물에 타서 먹으면 좀 싱거운 듯하고, 우유에 타먹으면 설탕이나 꿀 없이도 고소하니 맛있더라구..
    네가 평화로우니 나도 좋다. ^_^

  2. 아무것도 가미하지 않은 순수호박전 인가요? 볼때마다 맛있어 보여서요.^^

  3. 참. 저도 피자매로서.. 집에서는 예전에 어머님들이 사용하시는 방법 그대로 기저귀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있어요. 외부에서도 써볼까 하고, 몇년 전 신임에게 대안생리대를 구입하기는 했는데..밖에서는 잘 안써지더라구요. 예쁘게 만들어서 사진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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