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주택)는 포근하고 아늑한가!

지난 8월 25일 국회의원회관 128호에서 「보금자리 주택은 서민을 위한 정책인가-보금자리 주택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라는 제목으로 토론회가 열렸다. 환경정의 토지정의센터와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그리고 민주당 김진애 의원실이 공동 주최했다.


‘보금자리주택 건설 추진 현황과 전망’-진미윤/LH공사 토지주택연구원 수석연구원

‘보금자리주택 건설에 따른 개발제한구역 훼손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조명래/단국대 교수

‘보금자리주택 건설의 제반 문제점과 개선방안’-변창흠/세종대 교수


순으로 발표가 이루어졌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우는 친서민 정책의 핵심에는 보금자리주택이 자리한다. 복지의 최우선 중 하나인 주택정책에서 보금자리주택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할 만큼 정부가 내세우는 대표선수이다.


‘보금자리’란 ‘지내기에 매우 포근하고 아늑한 곳’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한국사회는 누구나 인정하듯 전체 소득중 주거비의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곳이다. 2만달러 시대에 살면서 5만달러 시대의 주거비를 지출하며 살아야 하는 왜곡된 주택시장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만큼 서민들에게 있어서 주거안정권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다.
이런 제반 조건에서 서민을 정책대상으로 상정한 주택정택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에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가시적인 효과뿐 아니라 시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어느 정도 달성할 수 있느냐 혹은 달성하고 있느냐까지 면밀히 살피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토론회 발표내용을 간단히 요약했다.

우선 보금자리주택 건설의 핵심인 개발제한구역 해제에 관한 문제제기가 우선됐다. 반값 아파트니 하면서 시세보다 싼 가격의 아파트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가 한 선택은 개발제한구역 해제다. 거기다가 아파트를 건설하면 낮은 지대를 바탕으로 결과적으로 건설비 절감을 유도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른 문제 제기라 할 수 있겠다. [조명래 교수 발표를 중심으로]


●주택정책 실패를 환경부문(GB)으로 전가

▸이명박 정부의 주택정책은 처음부터 거래활성화와 공급확대를 위해 참여정부의 각종 규제를 철폐하거나 완화(예, 종부세 완화, 재건축 규제완화)하는 데 역점을 둬 왔다. 주거약자를 위한 주거복지정책은 전반적으로 약한 편인 것이다. 참고로 국민임대주택의 건설실적을 보면, 2007년 14만6천 가구, 2008년 13만 가구, 2009년 10만6천 가구로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 상반기 강남 재건축발 전세대란은 새 정부 들어 약 20차례 걸친 부동산규제완화의 결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가격 앙등에 따른 전세가 상승, 도심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에 따른 저렴․소형․임대주택의 멸실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판단된다.

▸GB를 해제해 서민주택을 공급하고자 하는 보금자리주택사업은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등을 통해 공급해야 할 주택정책의 실패(무원칙한 재건축․재개발 규제완화의 결과)를 환경부문으로 사실상 전가하는 것이 된다. 즉 GB 희생을 통해 인기영합적인 보금자리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GB는 도시확산방지, 녹지보전, 유보지 확보 등을 위해 엄격하게 보전관리 되어야 할 별도의 도시환경관리정책 영역에 속한다.

▸이런 점에서 보금자리주택사업은 GB해제에 따른 중장기적 비용을 사회전반에 남긴 채, 인기영합적인 주택공급의 단기적 편익을 취하는 잘못된 정책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지속불가능한 반녹색도시로의 전락

수도권에 현재 남아 있는 GB는 서울 155.823㎢, 인천 91.139㎢, 경기도 1212.366㎢로 모두 1459.328㎢.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위해 해제될 140.861㎢은 남아 있는 총 GB면적의 10%에 해당할 정도로 큰 규모다.

하지만, 정부가 인정하듯 보전가치가 적은 GB 대부분이 해제된 상태에서, 보금자리주택공급을 위해 141㎢(정확히는 78.8㎢)를 추가적으로 해제하면, GB 내에서 개발할 수 있는 땅 대부분은 싹쓸이 해제가 되는 꼴이다. 남는 것은 산, 하천, 상수원 보호구역, 생태적으로 민감한 지역들뿐이다. 이렇게 되면, 녹지보전, 도시확산방지, 미래개발을 위한 유보지 확보, 국가안보 등을 위해 개발행위를 엄격하게 제한했던 GB는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진배없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현재에 와 끊임없이 비판을 받고 있는 일본 자민당 정권의 전철을 밟는 꼴이다.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40년 이상 엄격하게 보전․관리되어 온 GB가 토건국가의 등장으로 사실상 와해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GB가 없는 서울은 어떤 모습일까? ‘지속불가능한 반녹색도시’란 표현 외엔 적합한 것이 없을듯하다.


서울-경기 도시 간 연담화의 가속과 수도권 과밀화 심화

개발규모가 크고, 개발지가 많으며, 도심에 버금가는 고밀도 개발(최대 용적률 220%, 경우에 따라 평균 층수 18층 이상 허용)로 GB는 사실상 전면적인 개발지역으로 바뀌게 된다.

GB 내에 개발 가능한 곳 대부분을 대단위․고밀도로 개발하면, 서울과 인근 경기도 도시들 간에 GB로 분리되어 있던 경계선이 사라져, 도시 연담화가 본격화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도시 연담화는 서울 대도시권의 확장과 함께 광역화된 도시권(수도권)을 커버하는 인프라 개발에 대한 많은 수요를 낳게 될 것이다. 아울러 연담화에 따른 거대 도시화(수도권화)는 수도권 밖으로부터 인구와 활동을 지속적으로 흡입하여 수도권의 과집중과 초과밀화를 초래하면서 지방자치시대를 무색하게 만들만큼 거꾸로 가는 국토 불균형을 심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명박 정부의 특징 중 하나는 4대강 공사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스피드다. 광속의 세계를 행정에서도 구현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지 모든 행정에서 속도전은 필수적으로 따라 붙는 것 같다. 보금자리주택에서도 시장상황을 고려한 단계적 시행이 아닌 밀어붙이기식 속도전을 추구한다. 모든 일에서 쉽고 빠른 길만을 선택하는 정책집행은 이명박 정부의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변창흠 교수 발표를 중심으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량과 시기의 재조정이 필요

보금자리주택은 주택공급 부족의 착각 속에서 공공부문에 의해 저렴한 분양주택을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제도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공급하는 보금자리 주택방식은 강남지역과 다른 지역간 양극화, 분양자와 나머지 계층(특히 임대주택 입주예정자)과의 형평성 문제, 과잉공급으로 인한 미분양 주택문제 등을 유발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보금자리주택의 공급목표를 수정하여 개발과 공급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 2008년 경제위기 시점에 추계한 주택공급 목표를 재수정한다면 기존의 보금자리주택공급 목표를 축소할 수 있으며, 2009년 8월 27일에 개발제한구역 내에서 추가적으로 공급하기로 한 보금자리주택의 공급계획도 재조정이 필요하다. 보금자리주택의 공급계획 조정은 민간건설업체나 주된 사업시행자인 LH공사, 그리고 개발의 공공성 측면에서 모두 필요한 조치이다.
 

●재개발사업, 신도시 사업과의 역할 분담

▸지난 정부 때 추진하였던 국민임대주택과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 모두 LH공사에 과도한 재정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LH공사나 SH공사의 적자가 누적되면서 일부 개발사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점을 고려하면 보금자리주택 자체 내에서의 속도조절 뿐만 아니라 신도시나 재개발사업과의 속도조절과 역할 분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특히 재개발사업은 민간 조합위주로 추진되어 왔기 때문에 도시재정비에서 공공성이 부족하였다는 지금까지의 평가를 고려한다면 LH공사나 SH공사는 공공성이 부족한 보금자리주택사업을 축소하고 재개발사업에서 공공성 확보를 위해 역량을 모아야 할 것이다.

▸2기 신도시의 경우 이미 지구지정과 보상이 완료되어 도시건설이 완료단계에 있으므로, 자족적인 산업기반을 확충하여 권역별로 자족성을 갖춤으로써 서울로의 교통혼잡을 억제하고 보금자리주택과 대비하여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LH공사에서도 새로운 보금자리주택의 개발에 대한 투자보다는 기존 신도시의 자족성 확보와 도시마케팅을 통한 경쟁력 회복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개발이익의 환수와 환매조건부 주택의 재도입 필요

보금자리주택의 문제점은 분양가를 저렴하게 책정함으로써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최초분양자가 사유화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하여 의무거주기간과 전매제한기간을 확대하였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환매조건부 주택제도는 개발이익을 원천적으로 환수할 수 있으며, 의무거주기간과 전매제한기간을 설정하여 거주이전을 막을 이유가 없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의 보금자리주택과 같이 저렴한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하고 장기간 전매를 제한한다면, 환매조건부 주택의 요건을 그대로 갖추고 있는 셈이다. 주택법을 재개정하여 환매조건부 주택제도를 부활하거나 환매조건부 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여 보금자리주택의 저가분양으로 인한 개발이익을 원천적으로 환수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미래의 자산인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여 건설하는 주택이라면 그만큼 공공성을 지녀야 하므로 일반분양주택이 아니라 환매조건부 주택이 정당성을 지니고 있음이 분명하다.

 

by 롭다

토론회 자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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