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안전] 당_설탕끊기/무설탕/슈가프리 30일] 어느덧 설탕끊기 30일

설탕을 끊는다는 건 상상해본 적도 없었던 일이죠. 과도하게 정제해놓아서 영양가도 없이 살만 찌는 순백의 하얀 설탕이 몸에 안 좋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죠. 흔히들 설탕을 많이 먹으면 살이 찌기 때문에 이빨이 썩기 때문에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요즘은 설탕의 과다섭취가 췌장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으며 우울증을 비롯한 여러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설탕을 적게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설탕을 먹고 있는지 그 설탕들은 우리의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는 중요하지 않은 것만 같습니다. 우리가 먹는 거의 모든 음식에 설탕이 들어가기는 것은 음식을 맛을 더하기 위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케이크, 초콜렛, 과자, 아이스크림과 같은 단 음식들을 보면 먹어도 괜찮으니 팔 수도 있는 것 아니겠나 하는 안도감마저 듭니다.

 

저도 설탕을 멀리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특히 화가 나거나 슬플 때면 난 설탕과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인간관계에서 받은 상처를 순간이나마 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술들로 화를 삭히고 갈라지고 찢겨지는 것 같은 마음을 빵의 폭신함으로 메우며 세상의 쓴맛을 그만 뱉어버리고 싶을 땐 초콜렛을 입에 달고 있으면 좀 숨통이 트이는 것도 같았습니다. 설탕의 하얀 결정체는 눈에 보이지 않았지만 언제 어디서든 숨어 있다가 내가 손만 내밀면 내게 다가와 위로를 건네는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설탕이 없이는 즐거울 수 없을 것 같았습니다.


그런 제가 한달 동안 설탕을 끊기로 했습니다. 과일과 밥을 통해 당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있으니 음식에 더 많은 설탕을 넣어 섭취할 필요가 없다고 하더군요. 정말 그런지 궁금했습니다. 막상 설탕을 끊겠다고 선언을 하고 나서 세상이 너무나 낯설었습니다. 난 음식에 설탕을 많이 넣지 않는다고 하시는 우리 엄마의 김치에도 깻잎장아찌에도 멸치볶음, 콩자반, 대부분의 반찬에 설탕이 들어갔습니다. 무심코 길을 걷다가 마주하는 수많은 상점들도 신기했습니다. 어느 동네를 가거나 빵집이 없는 동네가 없었으며 아이스크림 가게들이 그 중간중간을 음식점의 메뉴들을 봐도 고주창, 간장까지 설탕이 들어간 상황에서 설탕을 끊은 제가 근접할 수 있는 곳이 없었죠. 수많은 술집들 또한 설탕으로 취해 있었구요. 가끔은 마트 혹은 시장에 가서 먹을 것을 찾아보았습니다. 진열장이 예쁘고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포장으로 가득 차 있는 가공식품들 중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설탕이 듬뿍 들어간 가공식품들을 내 일상에서 빼니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건 야채, 과일들. 우리의 땅, 바람, 물이 만들어준 그대로를 먹는 것이었습니다. 빵 대신 당근과 오이를 먹고 콩을 갈아 콩국을 먹고 감자를 삶아먹고 간식의 메뉴가 바뀌었습니다. 항상 설탕이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했던 반찬들에 설탕을 넣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오히려 담백하였죠. 설탕을 끊으니 동시에 많은 것들과 멀어졌습니다. 수입밀가루, 방부제, 등의 각종 화학첨가물들이 모두 설탕과 한식구이더군요. 설탕이 꼭 사기꾼의 사탕발림처럼 느껴졌습니다. 자연에서 태어나고 지는 인간에게 자연 그대로 맛있지 못하며 건강할 수 없는 화학첨가물들을 단맛으로 포장하여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그래서 자연의 맛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드는 설탕은 우리 시대 먹거리의 사기꾼이죠

 

외식은 설탕을 끊은 저에게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메뉴는 칼국수, , 콩국수, 된장찌개, 청국장 등의 몇 가지로 한정이 되었고 그 음식들을 먹는다고 하더라고 설탕이 들어가지 않은 반찬을 찾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죠. 김치조차 먹을 수 없이 밥을 먹어야 하니 차라리 외식을 꺼리게 되었습니다.

 

예상치 못한 금단현상이 왔습니다. 설탕을 먹지 않은지 3일째 되는 날부터 머리가 아팠으며 속이 울렁거리고 너무 졸렸습니다. 심지어 몸에 힘이 빠져 퇴근하는 길 다리에 힘이 풀려 집에 돌아가기 위해 애써야 하거나 손이 힘이 빠져 컵을 집기가 버거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 설탕을 먹지 않아 생기는 금단현상이 2주정도 지속이 되었습니다. 전 제 몸의 이런 변화가 당황스럽고 두려웠습니다. 그 동안 단 음식을 먹었던 게 이런 금단현상을 나타낼 만큼의 중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웠고 이런 중독성에 나도 모르게 더 단 음식을 찾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설탕에 대한 두려움까지 생겼습니다.


설탕을 끊으면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해 무척이나 괴로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설탕을 끊고 느껴지는 심리적인 안정이 있었습니다. 특히 금단현상을 느끼면서 설탕이 얼마나 중독성이 강한지를 몸으로 깨닫고 몸이 좋지 않은 설탕을 먹지 않는 건 바로 내가 내 몸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설탕 홍수와 중독의 사회에서 내 자신을 위해 중심을 세우고 나 자신을 위한 식이요법을 하고 있다는 것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어쩌면 이런 안정감이 설탕이 우울증, 신경과민, 짜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야기한다는 많은 조사들이 저의 몸에서 증명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끔 빵집을 지나가거나 내가 좋아하는 초코머핀을 보면 먹고 싶었지만 저걸 먹고 나면 다시 설탕에 중독되고 말 것이라는 생각과 그것을 먹지 않는 내 자신을 보며 어떤 만족감마저 느껴졌습니다.

 금단현상에 끝나고 나니 어느 순간 먹구름에 비가 걷치고 난 이후의 맑은 하늘처럼 몸이 개운해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기가 어렵지 않았고 설탕을 식단에서 배제했을 뿐 식사량을 줄이거나 특별히 운동을 하지 않아도 체중이 1kg정도 빠지고 안색이 밝아졌습니다. 몸이 개운해지니 해야 할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평소에 가지고 있던 알르레기도 많이 좋아지고 가려움증도 사라졌습니다. 아침에 요가를 배우고 저녁에 한강을 산책하며 걷다가 퇴근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삶에 활기가 생겼습니다. 설탕을 끊고 이런 변화가 올지는 상상해본 적이 없었죠.


설탕이 식단은 맛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식탁에서 설탕을 빼면 새로운 맛의 세계가 열립니다. 강렬한 단맛을 빠지고 나면 나머지 본 재료들의 맛을 있는 그대로 느낄 수 있죠. 또 맛에 대한 기준이 달라져서 단맛의 과일보다 조금은 덜 달더라도 그 과일의 고유의 맛이 느껴지는 건 선호하게 되었답니다. 인공적으로 당이나 소금으로 입맛을 자극하지 않고 과장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맛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설탕이 없는 김치도 그대로 너무 맛있었고 감자도 . 항상 설탕과 함께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미숫가루도 설탕을 넣지 않고 먹으니 그 원재료 곡식들의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의 이런 변화들을 통해 전 세상을 향해 말하고 싶습니다
. 손을 닿으면 너무나 쉽게 닿을 수 있는 음식들 속의 설탕을 얼마나 먹고 있는지 그리고 그 설탕들은 여러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한 번쯤 돌아보세요. 그 단맛이 중독되어 점점 더 단 음식만을 찾아 헤메고 있는 건 아닌가요? 그래서 그 음식들을 통해 섭취하는 설탕의 양이 정말 여러분의 삶의 필수적이 요소인지 말입니다.

 

솔직히 거리를 걸으며 설탕중독에 빠져 있는 사회 속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움을 밀려옵니다.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설탕이 듬뿍 숨어있는 단 음식들을 어떤 경계없이 먹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까움이 몰려옵니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인생을 헌신하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몸과 정서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음식에는 무신경하다는 것,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게 아이들에게 빵, 과자, 아이스크림, 음료수를 통해 너무 많은 설탕을 먹이고 있으며 그건 바로 우리 아이들의 미래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합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인생은 구비구비 오솔길을 걷는 것처럼 새롭기만 합니다. 이 구비진 길의 끝나면 저 길이 어디로 이어질지 알 수 없는 것처럼 저의 설탕 끊기의 시간이 흘러왔습니다. 전 설탕을 배제한 저의 30일의 시간이 끝났지만 설탕 끊기는 쭉 이어가기로 했습니다. 설탕을 끊고 생기는 몸과 마음의 변화들을 보며 설탕을 먹지 않는 것은 절 위해 긍정적이라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죠. 설탕의 중독의 사회에서 설탕을 먹지 않고 살아가는 건 여전히 쉽지 않지만 그것이 나를 위한 선택이라는 확신 때문입니다. 오늘 한끼의 식사는 설탕이 없는 밥상으로 어떠신가요? 한번쯤 설탕을 넣지 않고 김치와 반찬을 만들고 일주일쯤 과자와 빵을 끊어보시면 어떨까요?

이 글은 환경정의 소식지 9/10월호에도 함께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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