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땀과 노력, 눈물 그리고 그들의 꿈과 미래 -제9회 강의날 대회(안동) –

9년.

9년이면 코흘리개 어린애가 학교에 들어가서 초등 6년과 중학교 3년을 마치고 ‘고등학교’라는 어렵고 힘든, 그러나 인생에 있어 중요한 시점에 들어가는 시기다.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훌쩍 자란 아이를 보면서 ‘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컸지?’싶은 기특한 마음과 앞으로 닥칠 어려운 일에 대한 착잡함이 그 부모의 마음에 가득찰 것이다.
 

제9회 ‘강의날 대회’.

지난 주말 안동 하회마을에서 9번째 ‘강의날 대회’가 끝났다. 처음으로 주관자가 아닌 참관자로서, 그리고 어느 덧 훌쩍 커버린 강의날 대회를 보면서, 정말 언제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나, 어떻게 이렇게 잘 해내갈 수 있었나 하는 기특하면서도 안쓰러운 여러 마음이 들었다.

‘강의날 대회’는 환경정의가 만들어낸 새로운 운동의 모형이라고 할 수 있다. 1999년, ‘우리동네 하천, 다른 동네 하천 어떻게 다른가>라는 하천보전운동을 하면서 다른 많은 단체들이 똑같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하천운동 사례들을 모으고, 하천운동가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교류하는 프로그램이 절실하던 차에, 일본에서 먼저 시작된 「일본 강의날 대회 워크샵」에서 힌트를 얻어 2002년 양평에서 처음으로 강의날 대회를 개최하게 되었다.

첫 몇 해 동안은 ‘강의날 대회’가 무엇인지 알리는 작업과 함께 대회에 나와 자신들을 하천보전 운동 사례들을 알리도록 독려하는 작업이 중요했다. 이게 왜 필요한지를 설득하는 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연인원 700~800명의 사람들이 모이는 행사인 만큼 필요한 재정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웠다. 게다가 5분이란 짧은 시간동안에 자신들의 성과를 소개하고, 공개적으로 투표를 통해 우수 사례들을 선발한다는 방식에 대한 낯설음에 익숙해지는 것도 어려움이 있었다.

여러모로 부족하고 어려움이 있었지만, 강의날 대회가 끊이지 않고 9년째 대회를 계속하고 있다. 첫해대회부터 해마다 평균 600~700여명의 사람들이 강의날 대회를 다녀간다. 유치원생들부터 청소년, 대학생, 일반주민을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자신들이 했던 하천보전 활동을 소개하고 자랑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도 하천보전 활동, 민관협력 사례들을 소개해 주었고, 많은 시민들로부터 격려를 받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사례교류나 포럼을 하면서 정부 관련 기관, 학계 전문가, 기업들의 활동들도 간간히 소개되었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시민들이 생각하는 좋은 하천은 무엇이고 좋은 하천을 만들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고 고민하게 하는 시간도 갖게 했다. 그야말로 ‘강의날 대회’는 강과 관련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2박 3일간 강과 하천만을 생각하며 나아갈 바를 고민해보는 시간이다. 요즘처럼 그 물이 먹을 물인지 뭔지 구분도 못하고 하천 개발에 열을 올리는 시대역행적 하천정책이 휩쓸고 있는 시대에 인간과 자연과 공존하는 좋은 하천을 고민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격려하는 ‘강의날대회’란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더욱 더 깨닫게 된다.

물론 10회 대회를 앞둔 ‘강의날 대회’가 초반의 모든 어려움들 – 참여자 조직, 재정마련, 대회운영 시스템 개발 등등 -을 다 해결하고 완벽해 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오히려 대회를 개최하면 할수록 시행착오가 늘고, 과제는 더욱 더 많아진다. 그건 아마도 ‘강의날대회’와 이 대회를 주최하는 ‘강살리기네트워크’가 해마다 진화하고 있기 때문일 테지만 분명히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이번 9회 대회를 보면서 드는 몇가지 고민을 말하자면, 첫 번째로 강의날 대회의 우수사례는 우리사회에 어떻게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지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강의날 대회는 그 성과와 경험들을 교류하고 그로 인해 하천운동의 발전을 목표로 했었다. 그러나 4대강이 파헤쳐지고 마구잡이 하천복원과 천문학적 유지비용이 드는 하천복원 등을 볼 때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하천보전의 모델이 정립되고 확산되고 있는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강의날 대회를 통해 해마다 8개 이상의 우수 사례들을 정하고 최상의 3개 사례는 <일본 강의날 대회 워크샵> 한국의 대표적 하천보전 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그러한 모범사례들이 시민단체들에게만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하천개발 및 하천정책에까지도 뿌리를 내리고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좀 더 필요해 보인다. ‘강의날 대회’가 그야말로 우리들만의 잔치가 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두 번째로는 유역별 대회 개최를 고민해야 한다. ‘강의날 대회’는 전국의 실개천부터 한강이나 낙동강 등 큰 강까지 그리고 습지와 만까지 활동의 영역이 모두 포함된다. 그러나 한강과 낙동강, 금강, 영산강은 많은 조건과 상황이 다르며 또 각 큰 강이 품고 있는 유역의 상황이 다르다. 따라서 각 유역별 대회를 통해 유역내 상황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하고 유역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유역별 대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4대강 유역에서 제외된 평택호나 남대천 같은 유역까지도 아우를 수 있는 유역별 대회가 필요하다. 그리하여 사람들의 삶과 문화가 하나가 된 하천보전 운동을 강화하고 유역내 사람들을 키우는 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청소년분야 확대다. 이번 대회를 가보니 많은 초․중․고등학생들의 참여가 눈에 띄었다. 멀리 안동까지 그것도 2박 3일씩이나 하는 행사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사실 ‘정상’은 아니다.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그거 한다고 대학을 잘 가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더욱 더 그 청소년들의 정신과 열정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해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 청소년 분야를 확대하고 구분하여 청소년 역량강화를 위한 대회 운영이 필요해 보인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대회에 참여할 때 동기를 부여하고 다시 학교에 갔을 때 더 많은 청소년들을 하천운동에 끌어들일 수 있도록 도와주고 관심 가져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를 위한 선생님들에 대한 지원과 그들을 격려하는 것도 중요하다. 청소년들은 우리의 미래다. 현세대의 잘못된 하천관을 변화시키고 올바른 환경관을 심어주는 것이야말로 미래 환경에 대한 투자이다.

수천 년을 흘러온 강들이 인간의 탐욕으로 아파하고 있다. 지난 십년 ‘강의날 대회’를 통해 그렇게도 좋은 하천과 좋은 하천 만들기의 중요성을 외쳐왔지만 오히려 거꾸로 가는 하천정책을 볼 때 가슴이 아프고 이런 문제에 대한 책임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러나 강과 하천은 계속해서 흐른다. 그리고 여전히 ‘강과 하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위에 많이 있다. ‘강의날 대회’에서 그들의 땀과 노력, 눈물 그리고 그들의 꿈과 미래를 만날 수 있다. ‘강의날 대회’가 그 꿈을 품고 새 세상을 보게 하는 모태가 되어 주리라 기대한다.


2010.08. 30

김미선(전 환경정의 생명의물센터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