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한 도시를 살리는 방법? 도시에서 생명 키우는 도시농업!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지난 70~80년대 까지만 해도 ‘농부의 자식’이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한다. 당시 본인은 산업역군으로 농촌을 떠나있을지라도 아버지와 어머니,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농부가 아닌 사람이 없다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몇 세대가 흘렀지만 아직까지 우리들의 유전자 속에 생명을 가꾸고 키우는 농부의 유전자가 살아있지는 않을까?

올해 들어 환경정의는 도시농업 활성화 사업의 일환으로 상자텃밭을 나누어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말 그대로 뭔가를 심고 가꿀 수 있는 텃밭은 텃밭인데 상자로 된 텃밭이다. 이동성 좋고 큰 공간을 차지하는 게 아니어서 생활주변에 짜투리 공간이 있으면 어디든 가능한 이동식 텃밭이다.

어제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을 봤다. 지어진지 얼마 안되는 주상복합 건물에 사시는 분이 같은 건물에 사는 이웃들과 상자텃밭을 가꾸어 보고 싶다고 해서 상자텃밭과 흙, 퇴비등을 전달해주러 갔던 길이었다.  임시보관을 위해 우선 옥상으로 올려놓고 주변을 보니 최근에 지어진 여느 건물처럼 예쁜 ‘옥상정원’이 조성되어 있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그냥 옥상정원이 아니라 바깥쪽으로는 정원이고 안쪽으로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는 곳은 뭔가 오밀조밀하게 심어진 작은 텃밭이었다. 가로 세로 1m도 채 되지 않는 손바닥만한 텃밭인데 어떤 곳은 채소를 심어놨고, 어떤 곳은 방울토마토 또 어떤 곳은 쪽파와 배추등이 심어져 있다. 뭔가를 심었다가 수확한 흔적만 남아있는 곳도 있었는데 어떤 곳은 고추를 심었었는지 몇 그루의 고춧대가 남아 있었다. 그러고 보니 누군가 옥상입구에서 비닐을 깔고 말리고 있는 빨간 고추들이 여기서 수확된 것인 듯 했다. 요즘 추세가 대형건물의 옥상녹화는 기본으로 하고 있어 옥상 정원 정도는 그러려니 했지만 거주 하는 주민들을 위해 텃밭형식으로 이용할 수 있게 처음부터 배려되었다는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텃밭은 수확하고 나면 황량해져 볼품없어지는데 바깥쪽은 원래대로 조성된 정원이어서 안쪽의 텃밭 작물이 없어져도 옥상정원이 썰렁해질 우려는 없어 보였다. 그분의 말씀대로 공간이용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다.

사실 손바닥만한 곳에 수확이래야 별 볼일 없을 테니 먹을게 없어 그곳에 텃밭을 만들지는 않았을 게다. 이래저래 먹을거리가 불안하니 직접 안전한 먹을거리를 키워보겠다고 텃밭을 하기도 했겠지만 그런 곳에 살만한 경제적 조건이면 백화점이나 그 흔한 마트에서 전문 농부들이 정성들여 키워낸 친환경유기농산물을 충분히 살 수 있을 테니 그 이유도 그리 절대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곰곰 생각해보면 아마도 뭔가 녹색 생명을 키우고 가꾸는 것에 대한 굶주림이나 유전적 본능은 아닐까 ?

얼마 전 단체 사무실 1층 주차공간에서 사전 예약한 주민과 단체들을 대상으로 상자텃밭을 분양했다. 직접 흙을 담고 모종을 심는 한분 한분의 모습이 작은 생명을 키울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느 대학교 동아리에서 온 친구들은 흙을 담고 모종을 심으면서 벌써 잘 키운 상추에 삽겹살 먹을 생각에 왁자지껄하기도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낮선 ‘도시농업’이라는 말이 이제는 제법 귀에 익숙해진 듯하다. 더구나 안전한 먹을거리를 키우고, 어린이들의 정서와 환경교육, 여가활동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서울은 물론 수원, 안산, 대전, 인천, 부산 등에서 다양한 도시농업 시민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각종개발로 도심내 녹지가 사라지고 있는 지금 도시에서 생명을 키우는 도시농업이야 말로 지금의 피폐한 도시를 살리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2010. 9. 10

공간정의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