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고전]우리들의 하느님

우리들의 하느님

권정생 지음 / 녹색평론사 / 2008년 5월(개정증보판) / 10,000원

『몽실언니』, 『강아지똥』, 『한티재 하늘』 등의 동화로 잘 알려진 권정생 선생의 산문 모음집. 황폐화 일로에 있는 이 시대의 삶의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지켜보면서 깊은 슬픔과 분노와 연민의 마음으로 전하는 사람 이야기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아이들을 만나고 아이들을 위해 글을 쓰면서 행복했다는 선생의 세상 이야기와 이웃 이야기들이 하도 맑아서 읽는 이의 삶을 거울처럼 되비치게 만든다.

빨갱이의 자식으로 태어나 범죄자가 되어버린 목이, 첫날밤도 치르지 못한 채 신랑을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시부모를 봉양해온 할머니가 효부상을 거부한 사연, 인공 수정을 당하는 태기네 암소의 눈에 맺힌 눈물, 양파값 폭락으로 목숨을 끊은 승현이네 아버지, 추운 겨울 냉이를 팔러 50리 길을 나서는 종익이네 할머니 등에 얽힌 이야기들은, 화려하진 않지만 진실과 감동을 한껏 담고 있어서 그 울림이 자못 크다. 성전 건축에 열을 올리고 빨간 십자가로 불야성을 이루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비판이나, 소유욕 때문에 병들어가는 자연과 경쟁으로 내몰리는 아이들 교육 문제 등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은 우리네 삶의 구석구석을 후려친다. 한마디로 이 책은, 인간이 문명이란 이름으로 자연과 또 다른 인간에게 행하는 폭력의 야만스러운 실상에 대한 부드러우면서도 매서운 고발이다.

“우리가 알맞게 살아갈 하루치 생활비 외에 넘치게 쓰는 것은 모두 부당한 것이다. 내 몫 이상을 쓰는 것은 벌써 남의 것을 빼앗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올림픽에서 금메달 땄다고 하느님께 감사하고, 대학 입시에 수석 합격했다고 감사하고, 복권에 당첨되었다고 감사하고, 이런 감사는 모두 이기적인 감사다. 내가 금메달을 따면 못 따는 사람이 있고, 내가 수석을 하면 꼴찌한 사람이 있고, 내가 당첨이 되면 떨어진 사람이 있고, 내가 잘 되기 위해서 누군가가 못되는 것을 생각하면 어찌 기뻐할 수 있겠는가. 그런 감사를 하느님은 절대 기뻐하지도 바라지도 않으신다.” “산과 바다에는 수많은 동물과 식물들이 어우러져 살고 있다. 그저 그날 살아갈 만큼 먹으면 되고 조그만 둥지만 있으면 편히 잠을 잔다. 부처님께 찾아가 빌지 않아도, 예배당에 가서 헌금을 바치고 설교를 듣지 않아도 절대 죄짓지 않고 풍요롭게 산다.” 하나같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하는 말들이다. 선생은 최근에도 이라크 파병과 관련해 한마디 하셨다. “승용차를 버려야 파병도 안 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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