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고전] 성장을 멈춰라

성장을 멈춰라!

이반 일리히 지음 / 이한 옮김 / 미토 / 2004년 6월 / 10,000원

어떤 기성의 학문적․사상적 틀도 단호히 거부하고 독창적인 통찰력과 혜안으로 산업 사회의 모순 구조를 파헤쳐온 이반 일리치의 정신적 토대와 기본 철학을 잘 보여주는 책. 지은이는 이 책 외에도 『학교 없는 사회』, 『병원이 병을 만든다』, 『행복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등을 통해 학교․병원․에너지 등 이른바 ‘근대화’와 ‘성장’을 상징하는 여러 제도에 반기를 들고 근대 문명 전반에 대한 비판과 분석 작업을 한 바 있는데, 지난 2002년 사망한 지은이를 두고 가디언, 르몽드, 뉴욕 타임즈 등은 사후 특집 기사를 통해 ‘20세기 최고 지성 중 한 명’이라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책은 묻는다. 일반적인 주류 상식대로 ‘성장’은 모든 가치를 뛰어넘는 선(善)인가? 이에 대해 지은이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로까지 무한 성장하는 산업 사회의 생산 방식을 근본적으로 반대한다. 대신 자율, 공동의 도구 사용, 자율적인 인간 행위의 상호 교환을 중심으로 하는 ‘공생의 사회’를 주창한다. 특히 현대 사회의 전반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균형’이라고 강조한다. 삶의 ‘균형’을 통해서만 사람․도구․집단 사이에서 올바른 관계를 형성하는 ‘공생적(convivial)’인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공생적’ 사회란 정치적으로 상호 연결된 개인에게 현대 기술이 봉사하는 사회, 책임 있게 도구를 제한하는 사회를 뜻한다. 저자가 ‘성장을 멈춰라’고 하는 이유 또한 사회 구성원 모두가, 다른 사람들이 최소한도로만 통제하는 도구를 사용하여 가장 자율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사회가 만들어질 때 비로소 공생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리치는 유럽 여러 곳에서 교육을 받고 가톨릭 사제가 되었던 사람이지만, 무엇보다 푸에르토리코와 멕시코 등 제3세계 민중 사회에서의 현장 체험을 바탕으로 시장 경제와 산업주의라는 서구식 개발 논리가 얼마나 허구적이고 폭력적인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제3세계 사회의 토착적 삶의 지혜와 민중의 생활 조건을 파괴하는지에 대해 철저하게 분석하고 증언하였다. 그에 따르면, 산업주의 체제가 배격되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궁극적으로 빈곤이나 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기 때문이 아니라, 좀더 근본적으로 인간이 인간다운 위엄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을 갈수록 망가뜨리기 때문이다. 부제 ‘자율적 공생을 위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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