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환경책] 완벽한 가격

착취와 낭비를 부추기는 싸구려

《완벽한 가격》,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 황소걸음, 2010.

미국 대도시 주변의 초대형 쇼핑몰을 구경한 적 있다. 주간 고속도로를 낀 거대한 건물은 그리 볼품없었는데, 건물 안은 북적거리고 있었다. 물건만 파는 곳이 아니었다. 영화감상, 길거리 농구, 크고 작은 공연장이 줄지어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했다.

그 건물 푸드코트의 샌드위치 점에 줄을 섰다. “Small or not?”이라 물을 거라 일행이 귀띔했는데, 웬걸. 점원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랄랄라?”했다. 순간 당황해 “랄랄라?” 되물었더니 다시 “랄랄라!”하는 게 아닌가. 난감하기 짝이 없었는데, 누군가 조용히 다가와 또박또박 “Large or not.”으로 풀어주었고, 다행히 굶지 않을 수 있었다. 저임금으로 혹사당하던 점원의 지친 발음을 초행의 한국인은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 저들이 있기에 작은 도시만한 쇼핑몰이 유지될 거라 당시 생각했다.

세상의 상품은 중국산 부츠처럼 터무니없이 싸거나 이탈리아 제품처럼 얼토당토하게 비싼 것뿐이라며 한탄하는 엘렌 러펠 셸은 《완벽한 가격》에서 작심하고 가격 낮추려는 기업의 횡포를 들춰내고, 싸구려를 찾는 소비가 미치는 사회와 생태적 영향을 밝힌다. 양말을 3달러 싸게 사려고 20분 자동차 타고 나가고 동물 학대를 비판하면서 고기값 상승에 흥분하며, 아동노동으로 값싸게 생산한 장난감을 제 아이에게 선물하면서 아동노동을 반대하는 미국 소비자의 ‘인지부조화’를 비판한다.

월마트의 낮은 가격이 가난한 계층을 돕던가. 가난해진 건 월마트가 일자리를 줄였기 때문이다. 가격 낮추느라 대량생산하며 자원을 낭비해야 했다. 숙련공을 몰아내고 텔레비전 광고로 현혹한 디자인을 앞세웠지만 대개 없어도 그만인 물건들이다. 그 바람에 고객은 불필요한 물건을 카트 하나 가득 실었고, 중국 공장의 착취는 심해졌으며 직업을 잃은 미국 중산층은 위축되었다.

면화씨 빼는 기계로 생산량이 급속히 늘자 노예무역을 부추긴 미국에서 정작 가격을 낮추려는 대량생산은 총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생존보다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나. 이제 대량생산은 농작물과 식품에서 의약품으로 이어졌다. 유전자조작 농산물과 그 사료로 키운 소, 돼지, 닭은 세계가 공통이다. 획일적 햄버거와 낙농제품은 결과적으로 신종플루, 구제역, 광우병의 세계화로 연결되었는데, 공장에서 찍어낸 싸구려 식량 때문에 가난한 국가는 더욱 굶주리고 부자 나라는 쓰레기 식품에 찌드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제 식량위기가 다가온다. 자원 낭비가 초래한 지구온난화와 에너지 위기의 필연적 결과다. 해안의 맹그로브 숲을 경쟁적으로 파괴한 새우양식은 쓰나미를 불렀는데, 싸구려 식품은 어떤 내일을 약속할까. 도대체 어떤 수요가 가격을 낮추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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