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환경정의 동행. 나흘
2011년 4월 04일 / 공지사항

 

흐르는 강이 아름답습니다.

 

 

길벗민박의 아침. 부지런한 분들은 일찍 일어나 쌍계사에 다녀오시고, 나머지는 조금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보냈습니다. 우리의 걸음이 어느새 목적지에 가까이 왔다는 사실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9시 정도에 네 번째 동행길 출발. 매화꽃을 보며 화개장터 쪽으로 나가는 길에는 양쪽으로 서있는 벚꽃나무의 곧 터질 듯한 꽃망울을 보며 걸었습니다. 새하얀 눈이 내린 것같이 밝을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 으로도 아름다운 시간이었습니다. 올 봄 최고기온이라는 오늘. 따뜻한 봄햇살은 길을 걷는 나그네의 두꺼운 외투를 벗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열어주었습니다.

 

지나가는 길 힘내라고 먹을 거 건네주시던 인심 좋은 사람들이 있던 화개장터를 지나 국도를 통해 하동으로 가는 길은 봄길 입니다. 개나리의 선명한 노랑색이, 코를 찌르는 진한 꽃향기가, 나무에 돋아나는 연두빛 새싹이 하나 같이 봄이 왔다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덩치 큰 대형트럭과 관광버스, 속도감을 한껏 즐기시는 여러 자동차들 덕분에 국도로 가는 길은 조금 무서웠습니다. 쌩쌩 달리는 차가 지나갈 때마다 길 가로 잔뜩 움츠러들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11시가 조금 지났을 때 산신령님처럼 반갑게 나타난 지역 주민의 도움으로 국도가 아닌 강 옆으로 갈 수 있는 길을 알게 됐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길인 듯 했던 그 길은 자동차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고 더 진한 꽃향기를 느낄 수 있는 길이었습니다. 강을 보고 봄을 보며 걷는 길은 훨씬 더 좋았습니다.

 

11시 반이 조금 넘었을 무렵. 풀밭 위에서 강을 보며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그림 같은 풍경을 보며 소풍 온 것 같은 즐거운 마음으로 맛있게 밥을 먹었습니다. 점심식사 후에 섬진강에 발을 담가보기도 하고 좀 더 가까이서 섬진강을 만나봤습니다. 맑고 차가운 물이 정신까지 맑게 해줬고 찰랑거리며 흐르는 강이 어느 때보다 소중하게 여겨지던 순간이었습니다. 역시 강은 흘러야 아름답습니다.

 

이어서 걷는 길. 다른 것 아닌 자연에 빠져드는 소중한 시간을 체험했습니다. 자연은 언제나 스스로 그 자리에 있고, 때가 되면 부지런히 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위로가 되어 다가옵니다. 봄이 오면 나무와 아주 작은 꽃마저 때를 알고 새 잎과 꽃을 피워냅니다. 그 정직함과 부지런함을 닮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봅니다.

 

강길을 따라 걸어 어느새 평사리 공원에 도착. 오직 나의 걸음만으로 어느 곳에서 어딘가에 도착하는 게 신기하고 뿌듯합니다. 공원의 한쪽 벤치에서 앞서간 일행을 모두 만났습니다. 가끔은 발이 아프고, 힘들기도 한 길이지만 함께 걷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감사합니다. 좋은 사람들과 어깨동무하고 손잡고 함께 걷는 인생의 여러 길은 외롭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평사리 공원에서 숙소까지는 4km 남짓이었습니다. 숙소가 있는 마을로 접어들고 나서 계속 되는 오르막에 힘들어하며 무거운 걸음을 옮겼지만, 산 아래 매화꽃들과 집들. 멀리까지 보이는 멋진 경치에 하루의 고생과 피로가 가시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저녁. 무사히 하동까지 온 것. 그리고 무사히 동행을 마치는 다음날을 기념해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이번 동행으로 한결 가까워진 느낌의 사람들이 정겹습니다. 모두에게 의미 있고 행복한 동행이었길. 마음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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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 : 3/31(목)

* 걸어온 길 : 삼신리~화개장터~하동 평사리~흥룡리(15.1k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