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미국원자력 마피아 40년인 원전수명 100년으로 늘리려 해"

‘원자력 마피아’가 지배하는 美 핵발전소 실상은?

<AP> “40년 수명 100년으로 늘이려 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 발전에 대한 우려가 고되는 가운데 미국에서 원전 수명에 대한 논쟁이 일어날 조짐이다. 미국에서 원전 인가 기간은 40년으로 정해져 있지만, 규제 당국의 허술한 검토에 의해 쉽게 재인가가 이뤄지고 있고 원자력 업계를 중심으로는 아예 인가 기간을 늘리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AP>는 2011년 6월 28일 탐사기사를 통해 “원자로와 부속 장비들이 40년이 지난 이후에도 해체되지 않을 것이 명확하다”라며 최근 원전 가동 재인가를 둘러싼 논란을 보도했다.

미국의 원자력 사업은 1970년대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인가 기간이 끝나가는 2000년대 초반부터 재인가 작업이 이뤄져 왔다. 현존하는 104개의 원자로 중 66곳이 대중의 무관심 속에 재인가 과정을 통과했고 대부분 20년을 더 가동하게 됐다. 인가를 받지 못한 원자로는 단 1곳이었다.

하지만 <AP> 통신은 원자로 가동을 재인가하는 과정에서 규제 당국의 검토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통신은 업계 및 정부 문서를 검토한 결과 수십 년간 규정상 안전 제한(safety margin)이나 규정 등에 대해 정부와 업계의 절충이 반복해서 이뤄져 왔다고 폭로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에서 원자로 노후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다 2008년 퇴사한 엔지니어 조 호펜펠드는 “내가 본 모든 게 제대로 검토되지도 않고 인가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NRC가 재인가와 관련 원자로를 직접 조사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 NRC를 감찰한 담당관은 보고서에 “NRC의 고위층은 NRC가 사업자가 제출한 위험평가 정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썼다. 5년 뒤 재인가 감찰에서도 NRC의 검토 보고서가 사업자의 재인가 신청서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반복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NRC에서 원자로 재인가 관련부서의 국장을 지냈던 크리스토퍼 그림스는 NRC가 직접 조사하는 것보다 사업자의 재인가 신청서상의 내용에 의존하는 실태를 인정하면서도 예산 제약에 책임을 돌렸다.

▲ 미국의 원전 절반이 재인가를 받은 가운데 원자로 수명을 놓고 논란이 일 조짐이다. ⓒ프레시안 자료사진

원자로 수명은 무한대?

미국은 원전의 수명을 40년으로 정해놓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이 시작된 지 40년이 지나자 이 수치가 원자로의 물리적 수명을 규정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업계 측 전문가들은 원자로 건설 비용을 뽑아내는 기간을 40년으로 예상했기 때문에 이를 원자로의 수명으로 여기게 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NRC도 2008년 인가 기간의 근거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공학적 분석 및 부품의 설계상 제한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리적으로 원자로 수명은 무한대에 가깝다는 얘기다.

1990년대에 NRC 의장을 지냈던 이반 셀린은 당시 미 의회가 40년 뒤에도 원자로를 가동하기 원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40년’이란 숫자가 정해졌다며 정치적 타협에 따른 산물일 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은 자료 검토와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원자로의 수명은 40년을 넘기지 않는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기록에 따르면 원자로 사업 초기인 1982년 D.클락 깁스(Clark Gibbs) 인가 및 안전위원회 의장은 NRC에 “미래에 건설되거나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가 40년의 수명을 갖도록 설계됐다”고 말했다.

1970년대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원자로 건설 과정에서 안전 조사를 감독했던 리차드 라히 공학 교수도 원자로의 수명이 무한이라는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원자로들은 특정한 수명을 갖도록 설계된다”며 “그들이 말하는 것은 순 거짓말”이라고 말했다.

“원자력 업계, 인가 기간 자체를 늘리려 시도”

<AP>는 규제 당국의 허술한 감시 속에 원자력 발전소들이 속속 재인가되면서 업계는 한발 더 나아가 인가 기간 자체를 늘리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 원자력 발전에 미국 전력 생산의 20%를 담당하고 있는 위상을 이용해 원자로 수명에 대한 논란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심산이다.

업계의 돈을 받아 설립된 미국 전력연구소는 2009년 보고서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이 원자로 가동 기간이 80년에서 100년까지 늘어나도 안전하게 작동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그해 11월에는 원자력 발전회사 경영자 60% 이상이 원자로 수명이 80년 이상일 것으로 믿는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미 의회 역시 에너지부에 지난 2년간 1200만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고 원자로가 더 오래 가동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지시했다.

하지만 통신은 에너지부의 자료를 인용해 화력발전소가 원자로를 제외하고는 원전과 비슷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향후 50년 안에 90%가 문을 닫게 된다며 원자력 업계의 주장에 이의를 제기했다.

NRC 자문위원회의 다나 파워스는 “원전이 한번 재인가를 받거나 가동 기간을 60년까지 늘릴 순 있겠지만, 두 번은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학자이자 NRC 위원인 피터 라이언스는 원자로 격납 용기와 콘크리트 안에 묻힌 배선, 지하 파이프 등 원전의 일부 부속은 교체하기 매우 힘들기 때문에 수명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NRC 그레고리 자코 의장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원전의 재인가는 안정성 여부에 기초하고 있지 경제적 논리에 따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신은 규제 당국과 원자력 업계가 원자로를 계속 가동시키기에 충분할 정도로 가정과 이론, 기준을 바꾸는 방법을 찾아왔다며 가동 기간 연장을 위한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 전망했다.

프레시안 /김봉규 기자

Leave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clear form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