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환경책] 잔치가 끝나면 무엇을 먹고 살까- 한국사회의 생태적 전환을 위한 제언

박승옥 지음
녹색 평론사
2007년 10월

김경애/<한겨레> 기자 

‘전태일에서 생태농업으로!’

지은이 박승옥씨는 신문에서 제목만 따서 이어 읽은 듯, 전혀 엉뚱해 보이는 두 단어가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말한다. 과연 두 단어 사이에 어떤 연결 고리가 있는 것일까? 조만간 닥칠 ‘석유정점(Peak Oil)’, 전 세계 석유생산이 정점에 도달하는 시기가 바로 그 고리다.

책머리에서 고백처럼 밝혔듯, 지은이는 1975년 서울대 문리대의 첫 유신반대 시위 현장에 있었고, 1980년 5월 서울역 광장에 있었고, 1987년 6월 항쟁의 현장에 있었다. 그 이후 20년, 이른바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한국사회는 과연 그가 바라던 그 모습인가?

“그러나 세상은 여전히 전태일의 1970년이다. 전태일은 아직도 우리 시대의 횃불이다.”

지은이는 민주화 20년조차 철저히 원자화된 개인들, 비정규직으로 내몰리는 개인들을 양산해내고 사회 자체를 파편화로 내몬 ‘사막화 20년’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단언한다.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고, 단군 이래 최고의 풍요를 누리고 있다고들 하지만 실상은 ‘풍요 속의 빈곤’, 양극화의 골은 한층 깊어지고 있다. 민중의 힘으로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노동운동으로 노조 결성도 자유로워졌고 정당도 결성했으며, 북한과 체제경쟁에서도 승리가 확실해졌는데도, 지금 대한민국 사람들은 전혀 행복하지 못하다.

지은이는 이 모든 불행의 이유를, 우리가 자본주의와 석유문명에 중독되고,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에 길들여진 일벌레로 전락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석유 한 방울 나지 않으면서도 석유 의존도는 세계 8위의 자원 소비 괴물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그 석유가 말라가고 있다. 이미 1970년대 초를 정점으로 석유 매장량은 고갈의 길로 들어섰다. 조만간 자본주의 산업문명이 작동을 멈췄을 때 먹을거리의 90%를 석유를 통해 조달받아온 인류에게 당장 끔찍한 식량난이 닥치는 것은 필연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식량 자급도 5%에 불과한 한국 사회는 생멸의 재앙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기후변화란 사실도 이미 예견돼 있다.

한마디로 잔치는 끝나가고 있다. 그러면 대안이 정녕 없는 것일까? “다시 농촌으로 가자, 브나로드 운동을 펼쳐야 한다. 마을 공동체 복원이 지름길이다.”

지은이가 제시하는 대안이 공허한 이상론으로만 들리지 않는 것은 그 자신 지난 30여년 현장 속에서 온 몸으로 부대끼며 체득한 실천 의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학생운동을 거쳐 돌베개 출판사 편집장, 서울노동운동연합 정책실장과 전태일노동자료연구실 대표 등을 맡아 노동운동에 투신한 그는 92년부터 10년 가까이 전국 곳곳에서 농사를 지었다. 현재는 재생가능에너지 시민기업인 `시민발전‘ 대표로 생태적 전환을 위한 풀뿌리 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의 삶의 궤적 자체가 전태일 이후, 민주화운동과 환경운동과 통일운동의 고리를 거쳐 마침내 생태운동에 이르는 ‘386세대’의 한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6월 항쟁 이후, 민주세력은 비판적 지지·후보단일화·독자후보 등 세 갈래 정치 지향을 갈라졌다. 앞의 두 세력은 90년대 초 현실사회주의 붕괴 이후 대안 사회체제 모색을 포기하고 신자유주의 세계체제에 투항 편입해 급기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앞장서고 있고, 민주노동당마저도 내부 붕당정치로 퇴색해버렸다.’ ‘1970년대 말부터 공해문제 인식의 지평이 열려 80년대 초 공해문제연구소를 조직, 한국의 환경운동은 서구와 달리 민주화운동의 한 갈래로서 출발했다. 6월 항쟁 이후 급속도로 성장했다. 반공해선언, 공해반대를 넘어 환경 생명 생태주의로 확산됐으며, 환경권 개념까지 설정했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사회 건설 운동으로 전환하지 못한 무능력의 결과로, 홀로 씨앗을 뿌릴 수밖에 없었다.’ ‘통일운동의 방향도 마찬가지다. 90년대 초 소련 붕괴로 석유 조달이 끊겼을 때 쿠바와 북한의 다른 선택은 지금 극명한 대비를 보여주고 있다. 유기농법으로 전환한 쿠바는 식량 자급을 토대로 주택 의료 환경 복지 등등 체제 안정을 이뤄 새로운 대안 사회로 꼽히고 있다. 반면 석유 농법을 답습한 북한은 대량 아사의 늪에 빠져 체제 붕괴 위기에 빠져 있다. 이제 남과 북 모두 생명농업밖에 다른 길은 없다.’

생태적 전환을 실천에 옮기는 시민사회운동의 능력에 다음 세대의 미래가 달렸다는 지은이의 외침은 절박하다. 그렇지만 이 책의 최대 미덕은 불안과 공포 조성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대안 실천론을 일러준다는 점이다.

“당장 모든 것을 버리자는 주장이 아니다. 차근차근 새로운 사회전환을 준비하고 풀뿌리부터 시작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