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환경책]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리 호이니키 지음/김종철 옮김
녹색 평론사
2007년 11월

-모든 것은 순환적으로 움직인다. 생존을 위해서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이룬 노동과 보살핌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나는 세상을 통제할 수 ‘없는’ 하나의 피조물일 뿐이다. 우주의주 움직임 앞에서 나는 작고 의존적이며 농사는 우리가 이 세계 속에 어떻게 존 재해야 하는지 가르친다.

– 참을성 많고 신중한 농부들은 땅을 보존하고 삶터에서 우러나는 이야기를 보존하는 것에 대부분의 시간을 바치는데 이것이 ‘문화’의 원천이다.

– 소규모 자급농을 통해 땅의 기운에 눈뜨게 된다. 오든 인간의 삶터에는 그 땅을 보존하 는 영적 기운이 있고 한 장소를 안다는 것은 땅의 영기에 사로잡혀, 거기에서 두려움과 공경심, 겸손과 감사의 마음으로 산다는 것을 뜻한다.

1970년 봄, 나이 마흔. 리 호아니키는 켈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학생들의 시위를 목격하고 회의하며 질문을 하기 시작한다. 학생들은 버릇없이 자란 철없는 몽상적 존재인가, 아니면 미국 사회의 심부에 있는 질환, 치명적인 무질서를 대변하고 증언하고 있는가? 한 사람의 ‘미국 시민’이라는 사실을 예민하고 고통스럽게 인식한 그는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에 인도되어 주변의 소용돌이로부터 뒤로 물러나 질서의 원리를 발견하고자 하였으며 하노이에서 돌아온 베리건이 증언한 베트남의 살육현장이 장차 대학교수로 안락한 삶을 누릴 그의 조용한 생활을 좀 더 직접적으로 흔드는 것을 느낀다.

그는 미국이라는 자신의 나라에 똑바로 부딪칠 필요가 있음을 느끼고 미국 정부와 정권, 사회 전체가 도덕적으로 깊이 썩어 있다면 어떻게 이 나라를 사랑할 수 있는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을 인간으로 존재하게 하는 공동체로부터 항구적인 절연이야말로 자신의 나라를 진실로 섬기는 애국심이라는 덕행을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촐한 봉급의 일자리가 있는 베네수엘라의 카라카스로 아내와 함께 떠난다.

라틴 아메리카의 종교와 정치문화에 관해 연구하면서 좀 더 정의로운 사회로 나가는 희망찬 움직임을 대변하는 것 같은 여러 변화를 눈여겨보던 그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일리노이주 생거먼 대학에서 정년이 보장된 교수로 근무하다가 ‘기도와 노동’이 결합된 현대적 형태의 삶을 찾아 남부 일리노이의 어둠이 잠긴 두메로 떠나 농부가 된다.

특권적 교수로 살아가는 것에 죄책감을, 자기 집단 이익에 골몰하는 노조운동의 정당성에 회의감을 느끼고,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여행하는 것에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죽음을 다루는 의료기술에 거부감을 느끼는 는 비틀거리며 하나의 습관적 행동경향, 하나의 깊이 뿌리박힌 활동방식인 ‘좋은 삶’의 실천방식을 찾아간 것이다.

‘자발적인 바보’의 길을 선택한 그가 비틀거리며 걷는 길은 개발의 논리 아래 마구잡이로 훼손되는 자연, 과학 기술의 진보로 해결되지 않는 가난, 넘치는 물질이 채워주지 못하는 정신적인 허기, 길들여지기를 강요당하는 끊임없는 소비 등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에 대한 진지한 질문과 깊은 성찰을 통해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근본적인 조건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