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환경책] 평등해야 건강하다

리처드 윌킨스 지음/김홍수영 옮김
후마니타스
2008년 3월

불평등이 일으키는 질병

패스트푸드를 후다닥 먹고 일터로 달려가야 하는 계층은 자신의 몸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한데 요즘 가난한 사람도 냉장고에 음식을 채워놓고 산다. 가난해도 부자들보다 수명이 긴 경우는 많다. 문제는 가난이 아니라 불평등인가.

독일군에 포위당했던 덴마크에서 사망률은 오히려 낮았다. 비축한 농작물을 나눴고 몸 관리에 철저했기 때문이다. 위기에 맞서는 덴마크 인들은 평등했다. 지금의 미국처럼, 포식을 하는 부유층이 의료를 독점하지 않았다. 미국은 불평등 때문에 평균수명이 낮은 국가가 되었다. 마이클 무어의 <식코 Sicko>를 보라. 우리가 본받으려는 미국의 의료보험은 돈 없는 자를 철저히 배제한다.

의료비 부담이 없는 영국도 가난한 이에게 병이 더 많은 불평등 국가다. 의료 불평등이 아니다. 불평등이 일으키는 사회적 불안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심리적 요인을 보아야 한다. 무시당한다는 자의식이 폭력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하는 저자는 빈곤층의 높은 사망률은 감금보다 비참한 사형집행에 비유한다.

심장병 사망률이 고위직의 4배, 일반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3배에 이르는 말단 공무원을 보자. 지위가 낮으면 혈액 응고에 관여하는 피브리노겐의 분비가 많아 동맥경화가 잘 발생한다는 거다. 사회적 소수자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무리가 적은 지역에 있을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예로, 백인 동네에 사는 흑인 부자를 든다. 동네 백인보다 일찍 죽는다. 불평등을 인식하는 스트레스가 원인이다. 그 심리사회적 요인을 저자는 낮은 사회적 지위와 빈약한 사회적 관계, 그리고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든다.

불평등이 커질수록 경쟁이 커진다. 신자유주의처럼. 대처시절 영국의 청소년 범죄율이 높았다. 신자유주의 정책을 더욱 강화한 우리는 장차 어떻게 변할까. 기업을 지원하는 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예산을 줄인 우리나라는 평등국가가 아니다. 자존심이 손상된 사회적 약자는 자신보다 낮은 계층을 괴롭힌다던데, 부자가 돈을 벌어야 가난한 자에게 베풀 것처럼 현혹하는 정권이 국회마저 지배하는 우리 사회에서, 불평등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저자는 인위적 평등보다 기회균등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내외의 공정한 무역과 교역을 촉구한다. 옳은 지적이다. 하지만 두드리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길들여지면 두드리지도 않는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행동, 다시 말해 참여를 촉구하는 시민운동이 절실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