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환경책] 거대한 전환
 

칼 폴라니 지음/홍기빈 옮김

2009년 6월


인간 ․ 자연 파괴하는 시장만능주의 뛰어넘어 새로운 전환의 길 찾기

예진수 ∥ 출판평론인

  미국의 대표적인 경제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1927년 유럽 최고의 경제지 ‘오스트리아 경제’ 편집자였던 칼 폴라니가 주재한 편집회의에 참석한 뒤 폴라니의 낡은 아파트를 방문했다. 그 곳에서 만난 폴라니의 가족들은 다음달 생활비를 걱정하고 있었다. 이들이 걱정하는 생활비는 방금 전 폴라니가 받은 급료의 1만분의 1도 안되는 액수였다. 드러커는 “방금 전 폴라니 박사의 수표를 봤는데 그 정도라면 더 할 나위 없이 잘 살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가족들은 드러커에게 “무슨 말을 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네요. 급료를 자기를 위해 쓰다니. .칼(폴라니)이 급료수표를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고 우리 가족이 필요한 돈은 별도로 버는 것이 도리를 존중하는 인간으로서 당연한 일입니다”라고 답했다.

 드러커의 회고록 ‘방관자의 시대’에 수록된 이같은 일화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사상과 이론 뿐 아니라 자신의 생계의 틀 속에서’인간을 위한 경제학’을 펼쳐보인 폴라니의 경탄할 만한 삶이야말로 이 시대의 대안이 될만한 것이다. 잊혀진 경제학자였던 폴라니가 1940년대에 쓴 ‘거대한 전환’이 다시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우주의 윤리적 삶에 플러스가 되었던 그의 삶 속에서 열쇠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은 시장 경제가 철저하기 자기 조절 능력을 갖고 있다는 믿음을 내세워 ‘악마의 맷돌’처럼 인간을 통째로 갈아 마모시키고, 공동체의 심성을 파괴시켜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또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두면 시장이 스스로 알아서 수요와 공급을 조절해 균형을 맞춰준다는 시장자유주의자들의 ‘자기조정 시장’ 이라는 아이디어는 한마디로 완전한 유토피아라고 지적한다. 만에 하나라도 실현될 경우에는 사회를 이루는 인간과 자연은 아예 씨를 말리게 돼 있다는 것이다.

 ’달리는 자전거는 쓰러지지 않는다’며 빚을 내 파티를 즐기던 미국 금융계가 지난해 몰락한 뒤 폴라니의 이론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세계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신화의 이면에는 또다시 일자리나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는 수많은 인간의 희생이 깔려있다는 점도 폴라니를 통해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을 상품으로 보는 시장 경제의 거짓신화를 걷어내고, 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남을 밟고 일어서라는 사회적 다위니즘의 명제를 통렬하게 공격한다. 인간을 해치는 질서에 대해 ‘사회’라는 실재는 자기 보호운동을 전개한다는 것이 폴라니의 이론이다.

사회’ 본연의 공동체적 정감을 살려내는 운동을 하는 세력이 생태운동가, 시민운동가 등 대안운동가들이다. 지금까지 대안운동가들이 면과 면이 만나는 평면적인 측면에서 사회를 바라봤다면 19세기와 20세기 역사적 격랑을 굽어보면서 인간을 위한 경제학을 펼쳤던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을 읽으면 마치 새처럼 하늘에 떠서 입체적으로 사회를 바라보고 대안의 길을 모색하는 벅찬 감동을 맛볼 수 있다.

Leave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clear form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