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환경책] 꿀벌없는 세상, 결실없는 가을

로완 제이콥스 지음/노태복 옮김
에코리브르
2009년 3월

박수택 ∥ SBS 환경전문 기자

  그러고 보니 정말 꿀벌 본 지 오래 됐다. 도시에서 흙이 사라지고 풀과 꽃과 나무는 콘크리트 정글에서 장식물로 전락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수퍼나 마트에 가면 빛깔 좋고 탐스런 먹을거리가 넘쳐난다. 돈만 가지면 뭐든 맘대로 골라 먹을 수 있는 시대다. 어디서 어떻게 재배된 것인지 알기도 어렵거니와 굳이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생명에서 비롯되고, 생명을 위해 봉사하는 먹을거리를 놓고, 인간은 생명을 무시한다.

‘꿀벌 없는 세상, 결실 없는 가을’.. 제목부터 마음을 파고드는 표어다. 먹을거리를 베풀어주는 자연의 기본 메카니즘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한 세태를 깨우쳐준다. 벌과 식물은 서로 공생(共生)관계를 이룬다고 우리는 어릴 적부터 배웠다. 벌은 식물에서 꿀과 꽃가루를 취하고, 식물은 벌을 통해 꽃가루 수정에 도움을 받는다고 말이다. 영리한 인간은 그 사이에 살짝 끼어들어 꿀을 얻고(실상은 빼앗고), 열매를 거둔다.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니, 필요하다면 꿀벌도 식물도 인간에게 봉사함을 숙명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지극히 자연스럽고 당연한 듯 보이는 공생과 인간에 대한 공동 봉사의 이면을 이 책은 깊숙이 파헤쳐 보여준다. 이 책은 갑작스럽게 잇따라 벌어지기 시작한 꿀벌 실종 사건의 치밀한 수사 기록이다. 수많은 사건 현장을 일일이 찾아가고 여러 증인으로부터 증언을 모은다. 꿀벌이 극도로 쇠약해지는 원인 제공 물질에 대해 과학적으로 검증하고 나선다.

꿀벌 집단 가출 실종 사건의 발단은 인간의 욕심이다. 더 많은 꿀을 더 자주 뽑아내고자, 대규모 장삿속 농업 재배 현장에서 가루받이 노동에 벌을 동원해 돈을 벌고자 인간은 벌을 혹사한다. 지나친 스트레스에 아무리 부지런한 꿀벌이라도 체력이 달리고 체질은 약해지고 만다. 자연의 치유 복원을 기다릴 여유조차 인간은 허용하지 않는다. 치료한다면서 들이붓느니 항생제를 비롯해 독한 화학물질이다. 과로와 약물중독에 시달리며 빚어낸 꿀이 깨끗할 리 없다. 장삿속 양봉업자들은 개의치 않는다. 어차피 자기가 먹을 것도 아니고, 팔아 돈만 챙기면 그만이니까..

저자가 내리는 진단 처방은 명쾌하다. 벌을 혹사시키지 말고, 벌 먹이를 몽땅 빼앗지도 말며, 다만 벌의 습성과 생태를 존중해주자는 것이다. 자연의 순환 흐름을 되도록 거스르지 말자는 것이다. 벌이 활동하는 환경도 다양하게 유지해주자는 것이다. 아몬드든 사과든 체리든 돈 된다고 한 종류만 빽빽이 심어 놓으면 그 작물은 건강할 수 없다. 농업의 진정한 기반은 관개수로나 비료나 농약 따위가 아니다. 다양한 생물이 어울려 서로 도우며 살아가는 생명 공동체가 농업의 근본 바탕이다. 꿀벌 실종 사건을 이쯤에서 막아내지 못하면..다음에 벌어질 사건은 지구촌 전체의 굶주림과 생태계 대 교란이다.

일과 공부, 갖가지 압박에 스트레스 받기는 인간도 꿀벌과 다르지 않다. 질서 있고 조화로우며 신비한 꿀벌의 세계를 들여다보면서, 인간이 건강과 행복을 되찾는 길이 어디에 있을까 힌트도 얻는다.

Leave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clear form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