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환경책]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 푸드

김종덕 지음.
이후
2009년 5월

먹을거리로부터 변화의 씨앗을

윤형근 ∥ (사)한살림 상임이사

“부엌에서 세계가 보인다”는 말이 있었다. 생협운동의 모토로 쓰였던 이 말은 여성들이 살림하는 공간이었던 부엌으로부터 세계를 구할 수 있다는 변혁의 전망을 담고 있었다. 지금까지 문명의 비주류에 머물던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건넴으로써 생협운동의 확장에 큰 기여를 해내었다.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는 이 슬로건의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즉, 이 책은 먹을거리에 대한 통찰을 통해 위기 속의 세계를 읽어내고, 또 먹을거리를 통해 세계를 변화시키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김종덕은 오늘 우리가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을 세계화된 먹을거리 체계(global food system)에서 찾는다.

현재 우리는 먹을거리의 75% 이상을 외국에서 수입해서 소비한다. 이 사실은 우리가 범지구적인 먹을거리 시스템에 소비자로 편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스템은 농산물을 상품으로 취급하여 자급을 위한 전통 농업을 환금작물 중심의 산업형 농업으로 전환시켜 버린다. 그것은 대규모 단작으로 경지의 산성화, 사막화 등 환경의 위기는 물론이고 석유로 만들어진 농약과 화학비료, 장거리 이동에 따른 살충제나 성장촉진제 등 화학물질의 남용으로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작년 우리 사회를 폭풍 속에 몰아넣었던 광우병 쇠고기와 멜라민 파동도 그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준다는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은 가중되고 건강과 생명의 위기는 심화될 것이다.

그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인가. 저자는 로컬푸드 시스템을 제시한다. 로컬푸드 시스템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유대를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회적 신뢰와 책임을 담보하고, 상품이 아닌 건강과 생명으로 직결되는 농작물의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서로 물품에 대해 의견교환이 가능하여 그 의견을 생산과 소비에 반영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또한 물품의 이동거리(food-mile)가 짧아 환경을 보호하는 데도 유리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환경과 자연조건에 맞는 지역농업을 구상할 수도 있다. 즉, 처음부터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자연스럽게 환경과 자연 조건에 맞는 농작물을 생산하여 친환경 유기농업을 유도해 나감으로써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시스템이다.

로컬푸드 시스템은 농업의 재생 및 지역의 환경생태 보전뿐만 아니라 극단적으로 공동화(空洞化) 되고 있는 지역의 활성화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령화 사회의 새로운 복지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다. 저자는 우리에게 먹을거리 소비자에서 먹을거리 시민으로 거듭날 것을 요청한다. 이를 통해 건강과 생명력 넘치는 사회를 만들어나가는 민주주의의 주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한다.

세계화가 초래한 위기를 극복할 대안을 서구적 담론과 사례를 통해 제시하고 있다는 아쉬움 한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생명 위기의 시대를 읽어내고 그 위기를 극복하는 단초를 ‘먹을거리’에서 찾고 있는 이 책의 통찰을 접하며 “밥 한 그릇을 알면, 세상만사 이치를 알 수 있다(食一碗萬事知)”는 해월 최시형의 말씀도 떠올려 봄직한 일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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