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환경책] 체르노빌의 목소리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체르노빌의 목소리, 이것은 과거일까, 미래일까?

장미정 환경교육센터 연구실장

아마도 그 어느 때보다 우리는 원자력의 공포를 체감하고 있는 중일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우리가 그 공포를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걸까? 우리는 그 공포를 전혀 모르고 있다. 아니 외면하고 있다’는 절절한 깨달음에 소름이 끼쳤다. 처음에는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억과 고백이 이어질 때마다 다음 장으로 넘기는 것이 두려워졌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이 책의 이야기가 우리의 미래일 것 같다는 공포가 엄습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 미래의 연대기”의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체르노빌의 증인이다. 언론학을 전공하고 기자로 활동해 온 그녀이지만, 이 책을 집필하는데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책은 1997년 그렇게 어렵게 세상에 나왔지만, 검열에서 제외되었던 새로운 인터뷰는 2008년 개정판에서야 실을 수 있었다. 저자는 체르노빌 사람들이 “체르노빌 사람”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체르노빌 사고가 있기 전에는 사랑과 희망, 일상을 나누던 사람들이었지만, 체르노빌 사고가 난 다음에는 그들은 “체르노빌 사람”이 되었고, 공포, 절규, 악몽, 고통, 경계, 비밀에 부쳐지는 죽음을 경험해야 했다. 이 책에는 사랑하는 남편을 떠나보내는 소방대원의 아내에서부터, 심리학자, 마을 주민, 군인, 아버지, 엄마, 교수, 해체작업자, 사냥꾼, 카메라 감독, 교사, 기자, 의원, 엔지니어, 역사학자, 사진작가, 서기관 등 수많은 사람들이 증언한 “체르노빌 사람”이 되면서 겪은 아픔이 담겨 있다.

피폭된 지 14일 만에 몸속에서부터 타버리면서 죽음의 순간까지 그 누구도 만질 수도 안을 수도 없고, 죽어서도 겹겹이 싸여 누구의 남편, 누구의 가족이 아닌 국가에서 극비리에 관리해야 할 위험물로 죽어간 소방대원, 그를 사랑한 임신한 아내, 그리고 세상에 나온 지 4시간 만에 죽어간 그녀의 아이. 그녀는 죽음이 아닌 우리들의 사랑을 이야기했다고 했지만 그의 사랑고백은 처절한 죽음으로 읽히는 것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리고 감히 그녀의 고통이 무엇인지, 공포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당시 이들에게 사회주의의 몰락, 그리고 체르노빌 사고라는 두 가지 재난이 닥쳤는데, 사회주의의 몰락이라는 재난이 왔을 때에 이들은 생계를 걱정하고 삶의 방식을 고민했지만, 체르노빌 사고라는 재난이 왔을 때에 이들은 체르노빌을 잊고 싶어 했다고 증언한다. 체르노빌은 의식의 재난이었기 때문이다. 체르노빌 사고 앞에서 사람들의 의식은 무너져 내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가끔 내가 미래를 쓰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사고가 난 지 20년이 지났지만 스스로에게 이 증언들이 과거일까, 미래일까 자문하고 있었다. 우리는 체르노빌 사고를 통해 선지식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사고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정책을 포기하지 않는 정부와 정책 관계자들에게 이 책을 읽어보라고, 체르노빌의 목소리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Leave Comment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

You may use these HTML tags and attributes: <a href="" title=""> <abbr title=""> <acronym title=""> <b> <blockquote cite=""> <cite> <code> <del datetime=""> <em> <i> <q cite=""> <s> <strike> <strong>

clear formSubm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