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의 불안한 출발과 전망

박근혜정부의 불안한 출발과 전망

 <시민사회신문> 시론 2013.1.28.

조명래(단국대 교수, 전 한국NGO학회장)

 

 

 

박근혜정부의 출발이 불안해 보인다. 대통령 직무수행평가에 관한 여론 조사에서 역대 당선인들에 비해10-20%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8일 실시한 조사에서 박 당선인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55%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에 실시된 리얼미티에서는 ‘잘 할 것’이라는 응답이 63.6%였다. 당선 후 지지율은 선거 때의 득표율에 비해 20% 가량 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역대 대통령들은 그래서 70-80% 안팎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같이 예외적으로 낮은 지지율에 대해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도 의외로 조용하다. 일부 전문가는 낮은 지지율을 박 당선인의 ‘조용한 행보’로 돌리지만 그렇게 간단히 설명할 현상만은 아닌 듯하다. 갤럽조사 결과를 보면 박 당선인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린 이유가 ‘국민소통 미흡’(23%)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 ‘인사를 잘못함’(16%), ‘공약실천 미흡’(9%), ‘인수위 구성 잘못’(9%) 순이었다. 문제는 이러한 부정적 평가요인들이 인수위 동안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닐 것 같다는 점이다. ‘국민소통의 미흡’, ‘인사 불공정성’, ‘공약실천 미흡’ 등은 자칫 박근혜 정부의 DNA로 체질화될 수 있다. 그것은 박근혜 리더십의 특징과 한계에서 연유하지만, 동시에 박근혜 정권의 실패를 자초할 수 있는 것들이다.

 

박 당선인은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처음으로 과반을 넘어서는 지지표(51.6%)를 얻었다. 그 자체로 본다면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은 것 같지만, 경쟁자였던 문재인 후보 또한 역대 당선권자들의 득표수준에 해당하는 48.0%의 표를 얻었다. 보수적 후보자인 박근혜에 대한 지지가 높았지만, 동시에 진보적 성향의 문재인에 대한 지지도 높았던 것이다. DJP연합과 같은 정략적 연대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문재인의 득표는 범진보 진영의 후보자로선 역대 최고였다. 투표일에 가까워올수록 문재인의 당선 가능성 증후군도 급격하게 늘어났던 게 사실이다. 각 진영의 세 결집이 그만큼 두드러졌다는 뜻이다. 지난 대선은 그래서 일찌감치 ‘51대 49’의 대결로 일컬어졌다.

 

이렇게 팽팽한 대결이다 보니, 선거결과에 대한 진보진영의 허탈감은 역대 어느 선거 때보다 컸고 오래 갔다. 선거 후 SNS에서는 허탈과 패닉을 상징하는 언어들이 난무했고 시중 영화관의 특정 영화가 ‘힐링’용으로 관람을 서로 권할 정도였다. 이 모두는 박 당선인이 선거에선 3% 표차로 이겼지만 힘든 승리였음을 말해준다. 역대 다른 선거와는 달리 성향이 다른 유권자들이 가치지향면에서 서로 똘똘 뭉쳐 상대 후보를 부정한(반대한) 상태에서 당선되었기에 박 당선인은 반대한 다른 반쪽을 끌어안는 게 그만큼 힘들게 되었다. 박근혜에 대한 지지가 취약한 원인의 일단은 여기에 있다.

 

그러나 박근혜에 대한 반대는 박근혜 자신에 대한 것 만 아니라 아버지 박정희 전대통령과 그의 정치(세력)에 대한 뿌리 깊은 반대와 저항이 덧붙여져 있다.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평가에서 역대 당선인 보다20%나 낮게 나오는 것은 바로 이러한 현상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역대 어느 당선인보다 더 적극적이면서 개혁적으로 국정을 펼 준비를 해야 하지만 그간의 행보는 그렇지 못했다. 밀봉식 인사, 인수위의 폐쇄적인 운영, 당선인의 소극적인 행보, 공주와 같은 처신 등은 ‘국민과의 소통 부족’이란 것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게 했다. ‘인사 불공정성’이나 ‘공약 실천 미흡’ 등의 지적도 이의 연장으로 평가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박근혜 정권 동안 냉큼 사라지지 않고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다.

 

이를 의식해서 인지 박 당선인은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행동은 그 반대다. 많은 비판과 반대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된 극우인사들을 인수위의 핵심자리에 대거 앉힌 일이 그 대표적인 예다.자신에 대한 ‘뿌리 깊은 반대와 저항’을 감안하면, 극단적인 극우인사들을 보란 듯이 중용한 것은 그의 리더십이 가지고 있는 포용력과 소통 부족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극우인사들이 박 당선인과 함께 하는 장면을 접할 때 마다, 박 당선인의 얼굴에 극우인사들의 얼굴이 오버랩되는 것은 단순한 편견이나 선입견 이상이다. 이러한 인사 스타일은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는다는 특유의 ‘신뢰’의 미덕을 보여준다고 미화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달리 보면 대통합을 내세우면서 반대하는 유권자의 반에 대한 배려가 없는 리더십의 편협성을 보여줄 뿐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극우인사들을 중용해 요직에 앉혔다는 것은 그런 류의 이념과 가치관을 가진 인사들이 정부의 요직을 줄줄이 맡을 것이고, 정책도 그런 가치관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꾸려질 것이라는 예단을 허용한다. 이러한 행보는 박 당선인에게 각별히 절실한 ‘국민 대통합’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언젠간 역풍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보수주의자가 정권을 잡았으니, 그에 걸맞은 색깔있는 인사를 하고 정책을 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할지 모르지만, 정치인 박근혜에게 이러한 일반론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이는 그의 정치적 비극, 나아가 정권의 비극이 될 수 있다. 그에 대한 남다른 ‘뿌리 깊은 반대와 저항’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보여줬던 인수위 운영방식으로 국정이 운영되면, 박근혜 대통령 하에서 한국은 영국의 정치사회학자 봅 제솝이 말하는 ‘두 국민국가(the two-nations state)’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 그 결과 대립과 갈등의 격화로 한국사회의 선진화는 더욱 멀어지고 남북문제도 더욱 꼬일 수 있다.

 

겉으로 통합을 내세우면서 보수정권의 본색으로만 돌아가면, 선거에서 내걸었던 핵심의제들은 폐기되거나 심대하게 수정될 수밖에 없다. 박 당선인은 ‘경제민주화’를 내건 덕분에 진보적 성향으로 분류될 수 있는 유권자(예, 중하층, 하층 등) 표심을 대거 끌어 모았다. 그러나 최소한 인수위 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경제민주화를 이해하고 지지할 인사들은 없다. 경제분과 위원들은 성장주의자 일색이다. 보수정권의 본색이 본래 이러하다. 정부가 출범한 후에 이러한 보수적 편향성을 버릴 일은 더더욱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선거 때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는 ‘성장우선주의’와 ‘친기업주의로’ 회귀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그 결과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정권의 샘 쌍둥이인 ‘이명박근혜정권’이 될 것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선거 때 박근혜 후보를 가장 많이 지지했던 유권자는 저소득계층이었다. 월 소득199만원 이하 소득 ‘하위 계층’의 박 당선인 지지율은 65.7%로 가장 높았다. 보수주의 본색으로 돌아가면, 이들을 위한 정책은 무늬로만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는 단순히 정권 실세들의 정치적 이념 문제만 아니다. 현실 경제상황의 어려움이 보수주의 정책을 정당화해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도 이른바 ‘저성장 쇼크’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박 당선인의 간판공약인 기초노령연금 2배 확대, 4대 중증질환 100% 건강보험 적용 등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5년간 최소 135조원(매년 27조원)의 추가 재원이 필요하다. 그 만큼, 경제가 잘 돌아가야 하고 높은 성장률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의 경제성장률도 2%대로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올해 예산 342조원은 올 경제성장률 4%를 전제했던 것이지만, 4%는 커녕 3%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세금은 2조원 가량 덜 걷힌다. 이런 상태에선 ‘고용률 70%’, ‘중산층 70%’라는 박 당선인의 핵심 경제공약의 수정은 불가피하다. 결국 경제를 살려야한다는 대의명분을 내세워 시장을 지지하고 재벌을 지원하며 감세를 하는 쪽으로 중심정책을 손대지 않을 수 없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질서를 바로 세우기) 정책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렇듯 정치와 경제 어느 쪽을 봐도 박근혜 정부의 5년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최근의 낮은 지지율은 그러한 우려를 일찌감치 현실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최소한의 성공을 거두려면, 보수주의 정권이지만 보수주의 입장과 색깔을 과감하게 버리거나 약화시킨 뒤, 국민을 하나로 통합시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박정희의 정치적 유산을 역사의 저장고에 과감하게 가두고, 특권의식을 버려야 하며, 무엇보다 국민의 눈높이로 돌아와 정치 이념적으로 다른 국민의 반쪽을 아우르는 개혁적 정책들을 처음부터 강도 높게 펴야 한다. 진정성 있는 국민과의 소통은 그의 변신을 보여주는 첫 번째 신호가 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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