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과 누구를 위한 완화냐? [조명래 공동대표]

머니투데이 이슈칼럼/2014.06.18.

무엇과 누구를 위한 완화냐?

조명래(단국대 교수)

 

제2기 박근혜정부를 이끌 경제부총리는 지명을 받자마자 부동산 시장규제의 마지막 빗장인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손질하겠다는 뜻을 내비췄다. 그는 2007년 대선 때 박근혜 후보를 위한 ‘줄푸세’공약을 만든 장본인일정도 대표적인 ‘규제완화를 통한 성장’론자다. 현 부동산 시장이 ‘한 겨울’이라는 그의 인식은 박대통령의 ‘부동산 시장의 비정상’론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고도성장기 거품시장만 봐온 이들에게(주류 시장전문가) 열기가 사라진 지금의 시장은 비정상적이고 겨울로 보일 것이다. 그러나 언덕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듯이 고도 성장후 하향안정화는 시장이 자기조정해 가는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다.

주택거래량만 하더라도 2013년은 85만건으로 위기이전인 2007년 87만건 수준으로 회복했다. 올 5월 들어 주택거래량이 7.8만건으로 작년동기 13.7% 감소했지만 지난 5년 평균대비로는 4.2% 증가하여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기적 가수요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집값이 폭등하지 않는 것은 과거와 다르다. 그러나 지난 5여년간 주택매매가 상승률은 12.7%를 유지해, 같은 기간 소비자물가상승률 11.4%을 앞설 정도다. 거품시장에 대한 추억만 버린다면, 매매시장은 정상적이다. 문제는 임대차 시장이다. 지난 5년3개월간 전세값은 40.4% 올라 물가상승률의 4배 가까이 급등했다. 부총리 지명자의 ‘겨울’론은 주류 부동산전문가들이 습관적으로 내뱉는 ‘불황론’의 연장으로 매매에서 임대로 전환된 시장의 실상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자기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시장이 정상인데, 도대체 왜 굳이 ‘규제완화’를 하려고 하는가? 호황기에 도입된 금융규제(LTV, DTI)는 상황이 바뀌어 실효성이 없다고? 그런 측면이 없지 않지만, 과연 그럴까? 우선 LTV를 보자. LTV는 대출기관의 채권회수 가능성을 확보하는 사후적 부실예방수단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 우리나라 금융기관을 지켜주었다. 우리나라 LTV의 평균 비율은 49.4%이지만 후순위채인 전세보금을 포함하면 58.7%, 전세주택만 대상으로 하면 평균 75.7%까지 오른다. 영국, 프랑스, 미국, 독일 등 선진국의 실제 LTV 비율이 64-80%로 우리도 이에 근접해 있다. 집값 하락이 여전히 예견되는 만큼, LTV는 나둬도 저절로 올라 금융기관의 회수압박을 높이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LTV는 100%에서 30-40%의 여유를 남겨 둬야한다면, 지금이 그 정도다.

DTI는 대출자의 소득대비 대출액을 제한해 과도한 차입을 예방하는 사전적 부실예방수단이다. 2005년에 도입된 것으로, 그 기능을 제대로 못해 왔다는 이유로 규제완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말하자면 DTI가 있었음에도, 또한 한시적으로 강화됐어도, 가계부채는 증가했다는 사태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평가다. DTI가 적용됐음에도 가계부채가 1014조원까지 육박한 것은 DTI 규제를 오히려 강화해야 하는 까닭이 된다. 2012년 우리나라 가구의 가처분 소득 대비 금융부채는 164%로 OECD국가 중 가장 앞서 있다. 나라 전체가 부채의 중압감에 눌려 있는 데, DTI 완화로 가계부채가 더 늘면, 실질소득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채무자들은 빚 갚느라 온전한 생활을 할 수 없다. 집값마저 떨어지면, 깡통주택, 나아가 하우스 푸어가 양산되고, 채무불이행으로 은행권마저 부실화하는 국가적 화를 불러온다.

이를 의식한 정부는 올 초 경제개혁3개년계획을 통해 2017년까지 소득 대비 가계부채비율을 5% 포인트 낮추겠다고 했는데 몇 달도 채 안 돼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모순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DTI를 완화해도 집을 살만한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금도 은퇴자나 젊은층에 대해 완화된 LTV와 DTI를 적용하고 있고,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 등 다양한 지원책이 있지만, 정부가 기대하는 만큼 집을 사지 않는다. 집을 사면 얻게 되는 메리트가 과거만큼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매매활성화에 집착하는 지난 5년 동안 전월세란이 계속 되는 것은 이를 여실히 증명해준다.

정부는 도대체 무엇과 누구를 위해 완화하려고 하는가? 규제완화를 반기는 쪽은 주택부동산업계, 그들을 돕는 주류 부동산 전문가, 보수언론, 그리고 경제부처 관료들뿐이다. 우리의 주택부동산정책이 부동산토건세력에 의해 포획된 것은 어제 오늘이 아니지만, 이를 다시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물론 정부의 변이 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면 경기전반을 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이젠 바뀌어야 한다. 한국은 OECD국가 중에서 국민경제에서 건설부동산업의 비중이 가장 큰 나라다. 경기부양 수단이란 굴레에서 벗어날 때 한국의 주택부동산정책은 올바르게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