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 명예회장]유기농을 죽여야 미래농업 성장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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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을 죽여야 미래농업 성장이 가능하다?

=언론계의 다국적기업 자본과의 유착관계=

김성훈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전 농림부장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확대경제관계장관 회의를 열고 향후의 경제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세계 굴지의 기업들이 왜 농업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지, 왜 조지 소로스 같은 투자의 귀재들이 ‘나는 모든 것을 농업에 투자하겠다.’ 이렇게 나오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이번 기회에 (우리) 농업을 우리 경제 수출의 효자산업으로 적극 키워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다국적 농약·농산물 수출회사들의 호구(虎口), 대한민국

분명한 사실은 세계 2차대전이 종료되어 국지전 성격의 중동지역 전쟁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큰 전쟁이 없어진 지난 평화시기 동안 현대무기의 제조 판매시장이 한계가 보이고, 각국이 경제성장으로 식량의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초국경 다국적 기업들은 농업과 식량의 상품화에 미래의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전략으로 전환하였다. 20세기 후반기부터 다국적 대기업 단위에서 종자개발과 농약 농자재 산업에 총력을 경주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몬산토,듀퐁, 신젠타, 다우 등 다국적기업들이 GMO(유전자조작) 종자산업과 농약등 화학산업에 뛰어 들었다. 그리고 농업이 미래성장산업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IT 산업에서 성공을 거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메린다 게이츠 부부가 몬산토의 종자/제초제 사업에 20% 가량의 주식투자를 감행한 배경이 그러하다.

미국에 기반을 둔 몬산토사 같은 경우는 세계 GMO 종자 및 제초제 농약판매의 75%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제2위의 GMO 종자, 농약, 농산식품의 수입국으로 전락하였다. 이들 다국적 화학기업들의 돈 밭이고 ‘봉’이 되었다. 특히 정부당국의 비호를 받아 GMO 수입이 무풍지대인양 들어오는 나라로 탈바꿈되어 버렸다. 이른바 대한민국은 ‘다국적기업의 호구(虎口)’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느닷없이 대통령의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성장산업론” 발언이 뛰쳐나와 뜻있는 국민들이 어리둥절하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은 이명박근혜 정권을 거쳐 오는 동안에 “우리나라 식량자급율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인 23%대, 쌀 자급율은 86% 대를 나타내고 있는 세계 최고 식량부족국이며, 농가소득은 지난 9년 동안 2005년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국적 기업들과 유착한 식품/화학기업은 날로 부익부하는데, 정작 3농 부문은 날로 낙후 정체되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최근에 이르러 관, 학, 언론계로부터 2015년 쌀 완전개방 방침이라든지 한중 FTA와 TPP(태평양경제 동반자) 협정추진이 국익을 위한 대세인 양 맹렬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시점에서, WTO 개방체제하의 마지막 대안인“친환경 유기농업”마저 사방에서 무참히 공격받고 있는 중이기 때문이다.

“농업문제만은 시장경제 논리에 맡길 수 없고… 제가 직접 챙기겠다.‘고 공약해온 박대통령께서 느닷없이 농업의 미래성장산업론을 주장하고 나서니 그 의중의 복안이 무엇인지는 잘 몰라도 박정권의 정책향방의 진정성에 대하여 진짜 헷갈리게 만든다.

 

꽃이 피지 않고 새들이 노래하지 않는 침묵의 봄

세계적으로 화학독극물 농약과 화학비료로부터 지속가능한 지구생태계를 보전하고 각종 생물의 종의 다양성을 보호하며 사람의 건강과 생명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안으로서의 친환경 유기농업이 급속도로 범세계화 된데에는 한 여성 생태학자의 목숨을 건 농약피해 현장고발로 인해 촉발되었다.

미국의 여류 생태학자인 레이첼 카슨 여사는 1962년 살충제와 제초제 등 유독물질에 의해 꽃이 열매 맺지 않고 새들의 노래 소리가 끊긴 「침묵의 봄 (Silent Spring)」을 출간했다. 농약의 가공스런 피해 상황이 적나라하게 전 세계에 알려지자 미국을 비롯한 세계만방의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였다. 화학 및 농약 대 회사들의 온갖 음해성 반박과 반대로비에도 불구하고 케네디 대통령은 카슨 여사를 직접 만나 격려하고 미국 국회의원들을 추동하여 미국 땅에서 살충제 DDT와 BHC의 제조, 판매, 무역의 중단을 선언하였다. 유럽을 비롯 세계의 여러 나라들도 이 조치에 동참하였다. 그리고 농약 피해로부터 지구생태계를 살리자는 뜻을 담아 “지구의 날”(4월22일)을 선포하였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맹신이 지구 생태계와 생명 농업계에 극독물들을 만연케 한 결과, 땅과 물과 강과 바다의 생물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인간의 건강과 생명 그리고 공동체의 안전성 보전에까지 죽음의 그림자를 드리우게 하는 실상이 낱낱이 고발된 이 책, 「침묵의 봄」은 20세기를 움직인 10권의 책 중에서 4번째에 등재되었다. 타임지는 레이첼 카슨 여사를 20세기의 중요인물 100인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증산은 되었으나흑색혁명으로 끝난 녹색혁명!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와 반대로 60년대 후반부터 박정희 군사정권에 의해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대통령의 특별 관심하에 농업증산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기 위해 “녹색혁명”의 깃발을 높이 들었다. 다비성(多肥性) 다수확 품종의 화학농사와 농약 과다의존형 관행농법을 녹색혁명이라 명명하여 가열차게 추진하였다. 그 결과 군사독재 18년 동안 대망의 식량자급 달성 목표에 근접하게 되었으나 조국의 산과 들과 하천 호수 바다는 화학물질에 의해 심각히 오염되는 후진국형 공업국가로 변신하였다. 조국의 산하와 생태계 그리고 농업부문을 “흑색혁명”으로 뒤덮은 것이다. 세계 제1의 단위면적당 농약 및 화학물질을 많이 사용하는 국가라는 오명마저 떠안게 되었다.

각종 맹독성 농약의 원제는 다국적 기업들에 의해 공급되고 그들과 유착한 우리나라 재벌기업들이 그 수입판매에 앞장서고 정부의 농업관련 기관들이 대대적으로 그 보급에 나선다. 특히 고온다습한 여름철 무성히 자라는 잡초를 제거하고자 발암성 제초제(=고엽제)의 남용이 보편화 되고 병해충 박멸에 해가 다르게 고독성 맹독성 농약이 도입살포 되었다. 정부는 그에 머물지 않고 유전자 형질을 원천적으로 조작하여 더 독한 제초제 등 극독물을 무제한 불러들이는 화학농법의 도입을 향해 정부 연구기관이 앞장서 열공해 오고 있다. 이미 역대 군사정권하에서 추진 강도는 약간 다르지만 화학물질 의존형, 이른바 관행농업이 이 땅에 뿌리를 내린 후과(後果)이다. 지금 국내에는 해마다800만톤에 가까운 GMO 콩과 옥수수가 수입중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이렇다 할 표시도 없이 기백만톤의 GMO 가공식품이 대기업 식품회사들에 의해 국내에 범람하고 있다.

점차 21세기형 친환경, 친자연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라는 새 시대의 세계 조류에 역행하는 사태, 즉 종(種, species)과 생명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마실 물, 숨 쉴 공기, 생명의 땅이 오염되어 사람을 비롯한 각종 생물의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 (quality of life) 향상에 중대 위기가 닥치고 있다. 마침내 경제발전에 따라 의식수준과 소득수준이 높아진 국민 소비자들이 앞장 서 먹거리 안전과 삶의 질 개선 문제에 발언하기 시작했다. 레이첼 카슨 여사가“침묵의 봄”에서 지적한 살충제와 제초제(고엽제) 등 화학 독극물로부터 주변 환경생태계와 자기 가족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려고 하는 국민적 각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정부단위 친환경 유기농 원년」 선포

이와 같은 국내외 사조(思潮)의 변화 가운데 1997년 대한민국은 단군이래 최대의 외환위기 IMF 사태를 맞이하였다. 그 와중에 등장한 ‘국민의 정부’는 대통령의 국민 식생활안전에 대한 섬세한 독려에 따라 1998년 11월11일 ‘농업인의 날’에 「친환경 유기농업 원년」을 선포하였다. 그것은 ‘문민정부’ 말기 국회에서 ‘환경농업육성법’이 통과되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 정부 들어 그 시행령을 만들고 「친환경농업 원년」 선포를 계기로 농림부 산하에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 친환경농업정책과를 신설하였다. 제초제의 배제를 기본으로 하는 저농약, 무농약, 유기농(전환기 포함) 농산물 등급인증제에 차등의 직접지불 소득보상제도도 도입되었다. 동시에 소비자에게의 원활한 유통경로 확보를 위해 소비자협동조합법(일명 ‘생협법’)“도 제정 공포되었다.

참고로 친환경농업 육성법과 유기농 원년 선포가 이뤄지기 20여년전부터 우리나라 농업 농촌 사회 곳곳에서는 이미 약 2천여 농가로 헤아리는 착한 농민, 정직한 농민들이 바른농업(正農會)과 유기농업협회를 자생적으로 만들어 활동해 왔었다. 다만 그때까진 정부의 지원은커녕 증산정책에 위배된다며 적지 않은 박해를 받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들은 현대적 유기농업, 즉 생물과학 기술과 조상 대대로의 농법을 결합하여 생산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도모하는 선구자적인 생명농업을 꿋꿋하게 경영하고 있었다. 원경선, 류달영, 오재길, 홍순명, 정상묵 등이 그들이다. 먹거리 안전에 대한 소시모, 소비자연맹, 주부클럽, 주부교실 등 소비자단체들의 호응도 뜨거워 「국민의 정부」는 맨 먼저 이들 농업생산자, 소비자대표 그리고 정부대표로 “농·소·정 위원회”를 꾸리어 친환경정책의 추진 단계부터 진행과정, 소비자 홍보, 도농연대에 앞장서도록 했다. 그리고 친환경 유기농 5개년 발전계획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함께 수립하였다.

그러나 고온다습한 우리나라의 여름철에 무섭도록 무성히 자라나는 잡초와 각종 병해충을 어떻게 하면 친환경적으로 다스리고 선의의 농민들을 죄인이 되지 않게 할지는 지금도 정책당국의 친환경농정 추진에 영원한 과제이다.

 

화학·농약 物神주의의 발호와 정책의 모호성

세월은 흘러 친환경농업 원년 선포이후 어언 16년, 친환경 인증농가가 수적으로, 품목, 면적, 생산량 면에서 10%를 넘는 괄목할 성장을 기록하였다. 지지난해에는 세계유기농대회(IFOAM 총회)를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남양주,양평에서 성공적으로 개최했을 정도이다. 소비자들의 인식과 관심도 선진국 수준을 능가할 정도로 높아져 친환경 농업인들의 지적 기술수준과 각오를 크게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그에 비례하여, 개방농정으로 국내 일반농업은 쇠퇴일로를 걷고 고령 부녀자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되었다. 다른 한편 외세 –주로 화학·농약·유전자조작(GMO) 초대형 다국적 기업들이 활짝 열린 신자유주의 한국시장에 대거 진출하여 대한민국의 관, 학, 재, 언론계를 자본과 권력으로 유착시키고 있다. 식품(가공)산업도 외국 자본 및 기술과 제휴하여 대재벌 회사들의 주도하에 국내산 원료를 멀리하고 75% 이상의 재료를 값이 싼 GMO 포함 수입농축산물로 충당하고 있다.

사태가 이런데도 중앙 및 지방자치단체들과 관련기관들은 다만 친환경농정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하고 이를 과시할 숫자놀음에 열중 한다. 자재생산자등 업체들은 친환경 농민들이 받게 될 보조금을 가로채는데 눈독을 드릴 뿐이다. 민간 인증기관들은 얄팍한 수수료 따먹기에 여념이 없다보니, 묵시적으로 이들 3자가 종종 연대하여 애꿎은 고령화 부녀화된 농가들까지 친환경 유기농 인증을 받도록 끌어들이는데 합작하는 사례마저 빈번해졌다. 중앙 정부는 어떤 정권, 어떤 대통령과 어떤 농림부 장관이 들어섰는가에 따라 친환경 유기농업정책의 강도에 있어 그 질적 차이가 커졌다. 그리하여 우리나라 친환경 유기농업은 증가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분명한 사실은 이명박근혜 정부는 친환경유기농업에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명박 정권은 4대강을 살린다는 명분하에 심지어 유기농업의 발상지 중의 한 곳을 짓밟고 4년 동안 끊임없이 박해하였고, 농업문제만은 직접 챙기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은 하루 세끼 무엇을 드시는지는 모르나 취임 이후의 어록 중에 친환경 유기농업 육성 이야기는 한 마디도 보이지 않는다.

자연순환원리에 따라 친환경 유기농업이 환경생태계를 살리고, 소비자의 건강과 생명에 안전을 보장하며, 개방화된 세계의 저가 해외농산물 수입 홍수 속에서 가격으로는 경쟁력이 없는 우리 농산물을 품질과 안전성으로 소비자를 계속 감동시키는 친환경 농정을 추진하는데에 박정권은 유난히 냉담하거나 관심이 적다. 예산도, 정책 프로그램도, 대 농민소통도 제자리 걸음으로 아주 빈약하다.

 

GMO, 제초제맹독성 농약이 판치는 세상

게다가, 서울에 진출한 몬산토사 등 프랑켄슈타인(괴물) GMO 종자 및 농산물, 수출 다국적회사들과 고엽제 수준의 제초제를 비롯 각종 농약 및 고독성 화학제품 수출 다국적 기업들은 기왕에 EU 일부국가와 북·남미 등의 국가에서 일찍이 공작하여 일시 재미를 보았던 “유기농을 죽여야 GMO와 농약이 산다.”라는 내부 방침을 공공연히 우리나라 관, 학, 언론계에 전파하기 시작했다. 목적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유기농산식품에 등을 돌리게 하고 화학농업과 유기농업이 ‘오십보백보’로 보이게 하려는 것이다. 그를 위해 이미 우리나라 관, 학, 언론계에 충실한 장학생들을 다수 심고 막대한 자금살포를 아끼지 않는다.

마침내 대한민국 정부기관 공직자 중에서는 “농약은 과학이다.” “GMO도 GAP도 친환경이다!”라는 해괴한 이론을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이상한 관료들이 등장하고, 일부 친GMO 친농약 언론인들의 등장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이상기류에 대한 정책당국자들의 반응은 대통령의 수첩지시가 아직 없어서인지 무관심과 방관 내지 일부 동조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드디어 공영방송이 “유기농 죽이기”의 선봉에 나섰다. 한 PD가 1년 가까이 전국의 유명 유기농가들을 찾아가 선진국에서는 과학적인 이유(흙 속 농약의 반감기 잔류 등)로 다루지 않는 화학 실험실 수준의 토양 중 농약성분 찾아내기를 농약옹호 교수들의 도움으로 찾아내어, 대단한 발견인양 소비자들의 유기농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을 조성하는데 앞서고 있다. 지난 7월31일, 그리고 8월7일에 방영된 KBS “유기농의 진실”(2부작) 역시 그러한 공작의 일환이 아닌가 ‘오래된 미래농업’인 친환경유기농업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는 대부분의 참 유기농 농민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죽이기’가 박근혜 정부의 미래성장산업 육성 전략이 아닌지 의아해 하면서…

(일부 내용은 한국농어민신문의 8월4일자 “농훈칼럼”에 중복 게재되었습니다. -필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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