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올해의 환경책]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튀는 도시 참한 도시

 

나는 튀는 도시보다 참한 도시가 좋다

정석 지음 / 효형출판 / 2013년 5월 / 16,000원

 

김홍철 환경정의 협동사무처장

 

도시를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고 그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다. 그러나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가장 전망 좋고 자리 좋은 곳에는 항상 그렇듯 고층빌딩이나 고급 아파트가 들어선다. 본의 아니게 가진 게 없어 그곳에 자리 잡았던 낮은 집들과 애들이 뛰놀던 골목길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설사 지금은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또한 도시의 주인은 자동차다. 인도보다 차도가 항상 넓고 보행자 보다는 차량이 우선이다. 멀쩡히 길을 가다가도 길을 비키지 않는다고 운전자의 짜증을 대신한 경적소리를 들어야 한다. 한때는 차량 소통에 방해된다고 횡단보도 없애고 육교, 지하도 이용을 강요당하기도 했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이러한 것들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 도시의 모습이다.

‘도시’라고 하더라도 그 안의 여러 요소를 대하는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공간적 특성을 갖는다. 도시마다 일상적 삶의 방식이나 사회문화적 특성도 다르고 그 공간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나 환경, 삶의 역사를 대하는 방식도 다르게 나타난다. 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하더라도 각자의 가치지향과 문제의식에 따라 그 공간이 갖는 의미는 다르다. 어떤 사람은 자동차가 넘쳐나고 고층빌딩으로 빽빽이 들어선 도시를 살만한 도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어떤 사람은 편리한 삶에 점령된 도시보다는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에 중심을 두는 도시를 좋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마을 만들기와 도시설계의 전문가로서 이 책의 저자는 랜드 마크를 조성하고 명품도시를 만든다는 미명아래 만들어지는 ‘튀는 도시’를 비판 하며 ‘참한 도시’를 만들자고 주장한다. 저자가 바라보는 참한 도시란 ‘자연미가 살아있는 도시’, ‘역사와 기억이 남아있는 도시’, ‘차보다 사람을 섬기는 도시’, ‘우리 손으로 만든 도시’가 참한 도시이다. 내용으로만 보면 사실 이전 도시 전문가들의 주장과 그리 다를 게 없다. 예전에 삶의 편리함을 이유로 용인되었던 ‘사람이 사람다울 수 없는 도시’, ‘강자가 약자를 짓밟고 눈물 흘리게 하는 도시’,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삶의 흔적을 지우는 도시’들이 이제 더 이상 안 된다(테오도르 폴 김)는 생각이 점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은 예전의 도시에 관한 이야기들이 다분히 학문적이고 전문적이었다면 이 책은 도시의 일상생활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도시계획이나 도시환경에 대한 특별한 지식 없이도 편하게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저자가 학자로서 그리고 마을 만들기 실천가로서 갖고 있는 경험과 사례를 일상생활 속의 도시 문제와 연계하여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불편한 도시를 참한도시로 만드는 게 뭔가 아주 거창하고 대단한 전문성이 있어야 되는 게 아니라 작은 생각의 전환과 작은 변화가 도시를 변하게 할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이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도시란 무엇인가, 도시의 주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있다. 저자는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의 생각을 빌려 도시에는 생명을 이어온 역사가 있고, 또 생명들이 이뤄낸 문화가 있는 ‘생명체’라는 것을 강조한다. 이렇게 도시를 생명체로 바라보고 대한다면 조금 낡은 동네라 해서 모두 헐어버리고, 오래됐다고 해서 삶의 흔적을 지우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더불어 생명체로서의 도시, 참한도시를 만드는 것은 결국 ‘좋은 시민’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말한다. 좋은 시장도 필요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시민단체도 필요하지만 결국 일산의 러브호텔을 몰아낸 주민이나 부평시장의 상인들처럼 스스로 동네일에 참여하는 주민이 있어야 참한 도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는 ‘시정개발연구원의 정 박사’보다는 ‘문촌 마을의 정씨 아저씨’가 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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