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명래 칼럼] 재건축의 추억

재건축의 추억

조명래(환경정의 공동대표,단국대 교수)

참여정부의 정책실패 중 부동산정책을 그 대표로 꼽는다. 부동산 열풍을 잡기 위한 전방위 정책을 편 참여정부로선 이러한 평가가 억울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부동산정책이 실패로 평가받는 것은 가격폭등을 잡지 못한 이유 때문이다. 이 부분은 바로 강남 재건축과 관련된다. 여러 규제책을 강구했지만, 강남 재건축 열풍은 그 모두를 피해갔다. 이후 정부에선 재건축 규제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의 핵심으로 보고 소형 및 임대주택 공급의무 확대, 안전진단기준 강화, 초과이익 환수, 시기조정 등을 쏟아냈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모르지만, 2008년 글로벌 위기와 함께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하면서 재건축 열풍 또한 가라앉았다. 재개발.뉴타운도 마찬가지였다. 정비사업은 어느 곳 할 것 없이 사업전망이 불투명해졌다. 그러나 퇴로가 없었다. 이에 2012년 개정 도정법을 근거로 하여 재개발.뉴타운 출구전략이 시행되었다. 서울에선 정비구역의 4분1이 주민들의 자율적 판단에 의해 해제되었다. 주민들의 인식이 바뀌면서 정책도 싹쓸이 철거형 재개발에서 사람중심의 주거재생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최근에 그 성과들이 하나하나 생겨나고 있다. 재개발과 마찬가지로 재건축으로 재미 보던 일은 이젠 추억으로 남는 듯 했다. 최소한 불과 몇 개월 전까지 해도 이는 현실이었다.

인구구조나 주거수요 등이 변하면서 부동산 개발 중심의 주택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해 왔다. 그러나 고도 성장기 동안 과대 팽창한 ‘공급세력’은 이러한 정책 변화를 쉽게 용인하지 않고 있다. 그 결과 세상이 바뀌었는데도 부동산 정책은 고도성장기 내내 발호했던 공급주의에 여전히 갇혀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경기활성화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쏟아낸 부동산 대책들은 늘 그러하다. 지난 9월1일 발표한 ‘규제합리화를 통한 주택시장 활력 회복 및 서민 주거 안정 강화방안’은 더욱 과거로 돌아가는 듯하다.

금번 대책의 핵심은 재건축 규제완화다. 주택 재건축이 가능한 연한의 상한선을 40년에서 30년으로 낮추고, 구조문제와 관계없이 주거환경이 나빠져도 재건축을 허용하며. 재건축시 소형 주택건설 의무 중 연면적 기준을 없애 큰 평수의 공급을 더 쉽게 해주는 등이 규제완화 핵심이다. 오래되고 낡은 규제를 과감하게 개혁해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신규분양 시장은 물론, 기존주택의 거래를 활성화해 주택시장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그러나 이렇게 얻게 되는 열매가 과연 무엇인지가 불분명하다. 공동주택의 주거환경개선, 재건축 주택의 가격 상승, 이주수요 증가에 따른 거래 증대, 재건축 수요증가로 건설업의 활성화 등이 ‘정의 효과’로 간주될 수 있다. 그러나 ‘부의 효과’가 기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재건축 가능 연한 40년을 30년으로 낮춘 것은 세계적인 흐름을 거스를 정도로 퇴행적이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교체 수명은 평균 27년에 불과하다. 영국 128년, 미국 72년, 일본 54년 등과 견준다면 그 수명이 4분1 내지 2분1에 불과하다. 세계적으로 집을 이렇게 과잉소비하는 나라는 없다. 그로인한 국가적 낭비는 이루 말 할 수 없다. 이 모든 것은 집을 오로지 돈으로만 바라보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돈이 된다는 이유로 멀쩡한 집을 허물고 새로 짓는 게 우리식 재건축의 기본논리다. 집의 해체는 마을과 사람의 해체, 나아가 도시의 역사를 해체한다.

따라서 재건축 가능 건축연한을 낮춘 것은 돈이 되는 재건축을 더욱 남발하도록 할 것이고, 그로 인한 부동산 외적인 가치의 손실과 낭비를 그 만큼 크게 만들어낼 것이다. 재건축의 남발로 인한 사회적 비용, 나아가 원주민의 축출, 공동체 해체 등과 같은 아픔과 고통을 불과 얼마 전까지 우리는 뼈저리게 경험했던 터였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란 장밋빛을 담은 9.1대책은 그러한 아픔을 깡그리 잊게 한다. 재건축의 추억은 달콤할지 모르지만, 그 뒷맛은 깊은 상체기를 남긴다. 그건 마치 아편과 같다.

< 머니투데이 시평에 기고된 글입니다.  2014.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