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한국의 장기 온실가스 감축계획 제대로 준비되고 있나?

* 환경정의연구소 주관으로 지난 12월 17일 “한국의 온실가스 감축정책 진단 좌담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좌담회 내용을 세계일보에서 25일자 신문으로 단독보도했습니다. 아래는 관련 기사입니다.

“CO₂ 감축 통한 산업구조 재편 필요…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온실가스 감축, 말 아닌 행동으로

지난 1∼14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애초 별 관심을 끌지 못했다. 내년 말 파리에서 열리는 다음 총회에서 타결할 신기후체제 협상의 준비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신기후체제란 선진국에만 감축의무를 부과한 교토의정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선진국 개도국이 모두 참여하는 2020년 이후(포스트2020)의 국제 기후체제를 말한다. 그런데 11월 미국과 중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전격적으로 발표하면서 리마 총회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올해는 국내에도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사건’이 많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가 우여곡절 끝에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고 저탄소차협력금은 2021년으로 기약없이 연기됐다. ‘202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온실가스 배출량을 30% 감축하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던 한국은 포스트2020 감축목표를 제출해야 한다. 국회기후변화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김일중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를 좌장으로 김법정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정부), 최광림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실장(산업계), 유정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교수(학계), 박용신 환경정의 포럼운영위원장(시민단체)이 지난 17일 세계일보 본사에서 만나 국내외 온실가스 감축의 현주소와 장기 전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좌담회는 (사)환경정의 산하 환경정의연구소 주관으로 열렸다.

참석자들은 온실가스 감축 국제협상 전망에 대해서는 대체로 우려를 나타냈다. 장기 온실가스 감축목표 설정이나 배출권거래제 등 국내 문제에서는 날선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김일중 좌장 동국대 국제통상학부 교수

◆기후변화총회…낙관·비관 엇갈려

좌장(김일중 교수) 리마에서 열띤 토론 끝에 이틀이 연장돼 14일 오전에 결정문이 채택됐다. 리마 회의를 평가하고 내년 파리 회의를 전망해달라.

김법정 과장 정부가 생각하는 리마의 성과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망라한 모든 국가들이 포스트2020 감축목표를 제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시기와 범위를 정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후변화 협상을 두고 선진국과 개도국의 갈등의 골을 재확인했다는 점과 개도국의 반대로 각국의 감축목표를 객관적으로 검증·평가할 방법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은 한계다.

최광림 실장 모든 국가가 감축목표를 제시하기로 했지만 의무가 아닌 자발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국제적 행동은 과거보다 느슨해질 것이다.

박용신 위원장 각국이 낸 자발적 감축목표가 2050년까지 지구 온도를 2도 이내로 억제하는 데 효과가 없을 때는 방법이 없다는 게 이번 협정문의 가장 근본적인 한계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자기만족적인 협상이 될 뿐이다.

김 과장 그럼에도 파리 총회는 어떤 형태든 신기후체제 협상을 끌어낼 가능성은 큰 것 같다. 2도 이내 억제라는 목표를 달성할 정도의 진취적인 수준이냐가 관건이다.

김법정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과장

최 실장 미국이 온실가스를 셰일가스를 활용해 줄일 수 있다 해도 상·하 양원을 전부 공화당이 장악한 상황에서 오바마 정부가 법적 구속력 있는 목표를 국제사회에 제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중국도 화석연료를 얼마나 사용하느냐에 의존된 경제구조여서 적어도 포스트2020에서는 획기적인 감축목표를 제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유정민 교수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 없다는 데 동의하면서도 준비가 결과를 크게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국제사회가 개도국에 기술과 재정 이전 작업을 충실히 한다면 의미 있는 결과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김 과장 중국에 희망적인 게 세 가지가 있다. 석탄소비총량을 만들어 2020년 이후 줄이겠다고 했고 대기오염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다. 2016년부터는 배출권거래제가 공식적으로 시행된다. 중국이 상당히 실천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좋은 성과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한국의 장기온실가스 감축계획 어떻게

좌장 우리나라의 포스트2020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김 과장 리마에서 준비가 된 국가는 내년 3월까지 내라고 했지만, 내부적으로 9월까지 확정해서 10월1일 전까지는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하자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최광림 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실장

최 실장 우리나라는 에너지 사용량=경제성장률=온실가스 배출량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나라다. 현재의 저성장기조에서 최근의 저유가가 상당히 희망이 되고 있다. 이때 과도한 온실가스 감축정책으로 호기를 날려버릴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정책은 재검토돼야 하고 포스트2020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검토하는 게 바람직하다.

박 위원장 수차례 국제사회에 약속하고 다양한 제도를 준비하고 있는데 기존의 목표까지 재검토한다면 한국 정부는 ‘양치기’가 된다. 한국의 산업구조는 온실가스를 감축할 충분한 여력이 있다. 에너지 다소비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은 언젠가는 해야 한다. 한국 EU 멕시코 등의 국가는 다른 나라보다 빨리 포스트2020 목표를 제출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유 교수 우리와 산업구조가 비슷한 독일의 예를 봐도 CO2감축을 통한 산업구조 재편으로 효율화를 이루고 새로운 성장을 할 수 있다. 감축목표 수립은 중요한 의제이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배출권 거래제 안착할까

유정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연구교수

좌장 배출권거래제 시행이 며칠 안 남았다.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김 과장 배출권거래제 준비를 놓고 산업계와 많은 갈등이 있었지만 아시아에서 국가적으로 시행하는 최초의 배출권시장이라는 의미가 있다.

최 실장 산업계는 온실가스를 줄일 여력이 없기 때문에 배출권이 부족할 것으로 우려한다. 발전회사의 경우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상의 탄소배출권도 인정해줘야 한다. 또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자금과 기술 등을 지원해서 온실가스를 줄인 경우 이를 대기업의 감축분으로 인정해달라.

박 위원장 기업에 배출권을 100% 무상으로 할당해 준 데다 온실가스 감축률을 10% 완화해 주면서까지 과다할당해 줬다. 산업계가 배출권거래제가 너무 무겁다고 하는 건 지나친 엄살이다. 문제는 나중에 과다할당으로 배출권이 남아서 가격이 폭락했을 때 어떻게 할지 효과적인 보완조치는 없다는 것이다. 남는 배출권을 소각할지 기업에 이월할지 빨리 가닥을 잡지 않으면 가격폭락으로 시장 자체가 가동하지 않을 수 있다. 배출권거래제마저 안착하지 못하면 한국이 국제사회에 했던 약속은 지켜질 수 없다.

박용신 환경정의 포럼운영위원장

김 과장 산업계가 지나친 우려를 하고 있다. 3년을 놓고 보면 할당량이 적어 문제 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또 배출권거래제는 탄소를 감축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해 유인해갈 의도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기업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갖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

최 실장 과도한 탄소규제는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니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수출 경쟁국에 맞춰 형평성 있게 해달라는 것이 산업계의 요구다.

유 교수 우리의 기후변화 정책은 국제사회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산업계의 전향적인 입장이 필요하다.

좌장 환경규제와 산업경쟁력은 해묵은 논란인데 과거 환경경제학자들이 연구해보니 환경규제에 의한 기업의 비용부담은 2.5% 수준에 불과했다. 산업경쟁력은 단기적인 문제고 환경문제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폐해는 인간의 생존 문제이면서 미래의 문제라 의식적으로 행동하고 주장하지 않으면 뒷전으로 밀리게 돼 있다. 환경 문제가 뒷전에 밀리지 않도록 많은 노력을 부탁한다.

정리=윤지희, 사진=허정호 기자 phh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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