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월세 시장 정상화가 먼저다

정부가 기준금리를 낮춰 집을 사도록 다시 부추기고 있다. 최근 주택거래량 증가를 전세 수요가 매매로 돌아서는 징표로 여기고 매매로 전(월)세난을 잡으려는 카드를 또 쓰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시장만능주의자들의 망상일 뿐이다.

조명래

올 들어 매매가 늘었지만 전체 시장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에 견줘 1% 늘어난 것에 불과하다. 전·월세 거래량이 매매 거래량의 3배에 이를 정도로 시장 판도는 임대 수요 중심으로 굳어져 있다. 시장이 이렇게 변했는데도 정부는 고목나무 꽃 피우기식 매매 활성화에만 매달리고 있다. 거래량은 호황기 정점인 2006년 수준으로 회복되었어도 전세난은 더해가고 있다. 거래가 늘고 시장이 정상화되면 전세난이 해소된다는 게 그간의 정부 측 설명이었다.

‘전세가 오르면 매매로 돌아설 것’이라는 정책가설은 이젠 버려야 한다. 세로 사는 것과 집을 사서 사는 것은 선택조건이 다를 뿐 아니라 경합적이다. 전세와 달리 내집에 살 때는 통제해야 할 변수가 급격히 늘어난다. 매매가의 부족분을 대출받아야 하고, 부채를 끼고 산 만큼 집값이 떨어지지 말아야 하며, 소득의 상당 부분을 대출금 상환에 써야 한다. 전세로 살 때 없던 다른 비용(재산세 등)을 부담해야 하고 집값이 떨어지는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과거에는 집값 상승에 의해 이 모든 것이 가려 있었다. 

물가 상승 1% 시대, 집값 상승도 다른 자본재와 마찬가지로 물가 상승 폭을 크게 벗어나지 못한다. 주거상품이란 면에서 전세와 자가는 이젠 경합적인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집을 사도록 일방적으로 부추기는 것은 그만큼 편향적이다.

전세와 비교해 자가를 선택할 정도라면, 그나마 소득여력이 있는 5, 6분위 이상 소득자일 것이다. 무주택 세입자들이 집을 사려면 보유한 자본에 부족한 부분을 대출로 충당해야 한다. 가령 수도권 소재 전세입자들이 수도권의 평균가격 주택을 사려면 주택가격의 55%, 서울 소재 아파트를 사려면 70% 이상을 대출받아야 한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자는 상위소득 전세자 30%도 채 안 된다. 대부분 낮은 소득분위에 있는 세입자들이 2억~3억원 내외의 대출을 받아 매매로 갈아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최근 매매량이 늘었지만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기보다 매매에서 매매로 옮아가는 거래가 더 많은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시장거래의 25%를 차지하는 매매가 다소 늘었다 해서 시장거래의 75%를 차지하는 임대차 관계가 저절로 안정화되지 않는다.

집을 사도록 하는 데만 신경 쓰느라 매매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거 약자들(전체 가구의 60%)을 위한 시장, 즉 임대차 시장은 정작 방치됐다. 전세난의 지속은 한국 특유의 임대차 시장 후진성과 결코 무관치 않다. 대표적인 예가 임대료 관리다. 

최근 전·월세가 폭등은 전세의 성격이 자본수익을 추구하는 금융부채에서 시중이자율을 반영하는 임대료로 변하면서 나타난 결과이다. 더 중요하게는 임대료의 적정관리를 포함한 임대차 시장 전반을 관리하지 않은 데 따른 총합적 결과이다. 규율이 없는 임대차 시장에선 재산권자인 임대인의 권리만 일방적으로 관철된다. 집주인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연소득의 몇 배에 해당하는 전세금과 은행이자율의 수배에 해당하는 월세를 일시에 올리거나 요구해도 사회적으로 어떠한 제재도 받지 않는다.

전세난을 진정 해결하려면 매매보다 임대수요가 더 커지는 주택시장의 수요구조 변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전세의 매매 전환은 지금으로선 불가역적이다. 따라서 집을 사도록 하는 정책을 이젠 버려야 한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전체 가구의 60%가 살아가는 전·월세 시장을 정상화하는 것이다. 공공임대주택을 전체 주택의 15~20%로 늘리고 임대차 관계의 안정화를 위해 임대등록, 임대과세, 적정임대료, 계약갱신청구, 임대차분쟁조정의 제도화를 이젠 허용해야 한다. 혹자는 이를 반시장적이라고 반대하지만, 정작 이러한 반대가 반시장적이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