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올해의 환경책]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 패션

에콜로지스트가이드

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푸드

앤드류 웨이슬리 지음 / 최윤희 옮김 / 도서출판가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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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콜로지스트 가이드 패션

루스 스타일스 지음 / 정수진 옮김 / 도서출판가지 / 2015년 3월

 

겨울 잠바를 하나 산다고 가정해보자.

전기충격을 당한 채 가죽이 벗겨진 동물의 모피는 일단 제외하자. 가벼움을 위해 폴리에스터로 된 옷을 고를 것인가? 그런데 폴리에스터는 500년 동안 썩지 않는다. 눈비에도 끄떡없으려면 특수섬유로 된 옷이어야 하는데 그런 옷은 화학물질 범벅이라고 한다. 오리털, 거위털이 충전재로 쓰인 따뜻한 잠바를 고르려 하니, 산 채로 털이 뽑히는 오리의 동영상이 눈에 어른거린다. 목가적 풍경에서 편안하게 털을 깎는 줄 알았던 양은 공장에서 초죽음이 되도록 패대기쳐진 뒤 털을 깎는다고 한다. 의외로 싼 값에 좋다 했더니 제3세계 노동자들의 저임금 때문에 가능한 가격이라고 한다. 이 모든 질문을 피하고서 고를 수 있는 옷이 과연 있기는 할까? 겨울 잠바 하나 고르는 것도 쉽지 않다.

먹고 입는 일상의 문제는 때때로 너무 일상적이라, 가벼운 문제, 좀 넘어가도 되는 문제, 웰빙의 문제로만 이야기되는데 실은 ‘일상’이라서 문제가 생겼을 경우 그 폐해의 규모는 상상이상이다. 아무 때나 마트에 가서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전 세계에서 나는 모든 먹을 거리를 마음대로 살 수 있는 나라에 사는 우리는 그 음식 하나하나의 푸드 마일리지의 문제, 전 세계적인 엄청난 소비를 감당해내기 위한 대규모 생산으로 나타난 폐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익히 알고 있는 바나나나 파인애플 플랜테이션뿐만 아니라 유행하는 모든 열대과일이나 후추, 샐러드 야채들까지도 일하는 노동자들의 착취와 연결되지 않은 곳이 없다니,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이들이 살해의 위협에 늘 노출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에도 불고 있는 망고나 자몽 같은 열대 과일의 유행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게 한다. 소나 돼지뿐만 아니라 염소까지도 염소젖을 위해(우리나라에선 산양유로 팔리는) 대규모 사육되고 있다고 하고 이름만 대면 다 안다는 차 기업에 제공되는 케냐의 차 재배 농장에서 10대부터 40대 미만의 여성들에게 가해지는 성폭행이 일상적이었고 비교적 최근에서야 그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패션은 세계에서 다섯 번 째로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분야이다. 해마다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하다. 가장 일반적인 소재인 ‘면’을 위한 목화재배가 갖는 반환경성(과도한 물 소비, 농약사용, 생물다양성파괴, 유전자조작목화)과 대안으로 떠오른 유기농 면, 그러나 유기농 면조차 패스트 패션 앞에선 대안이 되지 못하는 현실. 값싼 노동력을 제공하는 나라들의 인권문제 한편엔 그렇게 공장이 제3세계로 이전한 이후 자국의 숙련된 기능공들이 자리를 잃고 산업이 침체해가는 과정. 대안패션으로 등장한 여러 이야기들. 인도의 성매매 탈출 여성들이 만들어 파는 옷이나 탐스의 1+1(신반 한 켤레를 사면, 또 한 켤레는 기부), 네팔의 공정무역 등등. 조금은 낯선 이야기인 비폭력실크!(누에가 다 자라서 성충이 되고 나간 고치로 만든 실크. 보통의 실크는 누에를 죽이고 만든다고, 그래야 실크가 더 부드럽단다) 나 로드킬 의류!(로드킬 당한 동물의 가죽으로만 만드는,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까지.

결국은 소비의 문제이기도 한데, 그러면 소비하지 않는 것이 대안 이라고 말하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에콜로지스트 가이드는 ‘생산자는 그 물건을 사 쓰는 사람의 말을 듣지, 사지 않는 사람 말은 안 듣는다’ 고 말한다. 소비자인 우리가 이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하는 이유다.

정명희_ 녹색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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