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언제까지 지역경제를 담보로 죽음을 축제를 계속할 것인가

언제까지 지역경제를 담보로 죽음을 축제를 계속할 것인가
-화천 산천어 축제 논란에 부쳐-

지난 6일 환경부 조명래 장관은 화천 산천어 축제에 대해 “생명을 담보로한 인간 중심의 향연은 바람직 하지 않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16년간 산천어 축제 홍보대사 소설가 이외수는 화천군의 어려운 경제현실과 함께 “자갈을 구워먹는 방법이나 모래를 삶아먹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며 환경부 장관의 사과를 요구했다.

‘산천어를 그토록 사랑한다면 댐부터 폭파하셔야 마땅하다’는 소설가 이외수의 말은 일견 옳다. 하지만 산천어축제가 ‘1급수에서만 가능한 환경보호관리의 이익과 즐거움을 입증하는 축제’라는 것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과연 산천어 축제는 생명의 가치와 환경보호의 이익을 증명하는가.
산천어들은 축제를 위해 닷새전부터 굶주림에 시달리며, 양식장에 갇혀 있다가 대량 이송과정에서 스트레스로 죽어가며, 좁은 빙판 아래 죽음의 공간으로 내몰린다. 뿐만 아니라 화천은 바다와 떨어져 있어 산천어가 자생하지 않은 지역이다. 영동지역의 산천어를 대량 양식하여 축제에 납품한다. 국내 양식 산천어의 90%이상인 150~180톤 가량의 산천어가 화천으로 모이게 된다. 이것이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축이제며, 환경보호의 이익을 증명하는 축제인가. 외부의 양식장에서 축제를 위해 길러져 배달되어 풀어놓은 후 모두가 모여 낚시를 하는 이 과정이 1급수 화천군 하천의 생태적 가치를 방증하는 것인가. 뿐만 아니라 화천군은 산천어 축제를 위해 3~4 킬로미터의 하천을 모래를 긁어내고 물막이 보를 만들고 물을 가두고 얼리는 공사를 통해 축제장을 건설한다. 보를 건설하고 물을 막고 하천을 준설하는 과정은 이외수 작가가 비판했던 소규모 4대강과 다르지 않다.

지난 2014년 SBS의 취재에 의하면 빙판 아래에 풀어높은 산천어 36만 마리 중 다수가 폐사하였다. 사유는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약화와 낚시로 인한 상처와 감염 때문이었다. 이렇게 폐사한 산천어는 다시 수질오염의 원인이 된다. 과연 이러한 방식이 1급수의 수질을 위한, 수질을 증명하는 축제인가. 산천어의 대량 양식과 하천 방류로 인해 생태계는 교란되고 있다. 무책임한 외래종의 도입이 생태계를 교란하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뿐만 아니라 화천군은 산천어에 더해 새로운 어종을 양식하고 있다. 이것이 환경보호의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는가. 우리의 하천은 이미 충분히 몸살을 앓고 있다. 환경보호의 이익은 강바닥을 긁어내고 물을 막아 죽이기 위한 생명을 풀어놓는 것이 아니다.

지역경제는 죽음을 담보로 성장하는가
화천군 산천어 축제는 2017년 서울대 수의대가 실시한 국내동물이용 축제 현황조사에서 동물복지 측면을 고려한 종합평가에서 100점 만점에 18점을 받았다. 낮은 점수를 받은 지역의 동물관련 축제는 벌교꼬막축제, 함평나비축제, 영덕대게축제 등이 있다. 산천어 축제를 모방한 타 지자체의 유사 축제가 확산되면서 과연 생태와 환경을 체험하는 축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하천을 비롯한 지역의 고유 생태계와 경관, 인근 생태계를 고려한 영향을 충분히 고려되고 있는지, 안전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서울대 수의대의 조사 대상이 된 85개 축제 중 90점 이상 점수를 받은 축제는 군산 세계철새축제, 서천 철새여행, 시흥 갯골축제 등 단 3개뿐이었다
소설가 이외수는 ‘화천의 회생불능 패닉상태의 경제’를 말하면서 “화천은 돼지열병, 집중호우, 강물범람, 기후온난화에 의한 얼음부실 등 회생불능의 패닉상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그의 사실이라면 강원도와 화천군은 더더욱 환경문제와 생태가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환경부 장관은 생명과 환경의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담당 행정기관의 장으로 지속가능하지도 생태적이지도 않은 축제에 당연한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오히려 생태를 난도질 하고 있는 것은 화천군이며, 환경에 왕소금을 뿌린 것은 소설가 이외수이다. 강원도는 자연과 문화의 가치보다는 언제나 경제를 말해왔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설악산과 가리왕산을, 나아가 강원도를 경제의 이름으로 훼손해왔다. 생태환경을 체험하는 관광상품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아름다운 강원도의 자연과 더불어 성장하는 경제라면 환영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화천군에서 생명을 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체험한다. 우리는 왜 다른 생명을 죽여 성장을 말하는가.

우리는 자갈이나 모래를 먹을 수는 없다. 소설가 이외수의 말대로 우리는 자갈을 구워먹거나 모래를 삶아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가학적 방식으로 진행되는 오락용 죽음 혹은 생명을 죽이는 축제가 지역경제의 대안인 방식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우리는 마구잡이로 길러지고, 배달되고, 낚고, 죽이는 축제를 반대하고, 이것이 새로운 지역경제의 대안으로 자리잡는 것 또한 단호히 반대한다. 우리는 자연의 일부로서 다른 생명과 함께 살아가고 연대하는 방식을 다음세대에게 물려주길 바란다.

지역축제의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첫째, 산천어 축제로 인한 생태교란을 공동 검증하자.
최문순 화천군수의 말대로 산천어 축제가 동물보호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하천교란, 동물복지, 양식 및 이송과정, 사후 하천 생태계 영향 등에 대한 공동 조사를 요구한다. 환경부와 지자체, 학계, NGO가 공동으로 산천어 축제로 인한 영향을 사전-사후 검증 방식으로 공동조사를 진행할 것을 제한한다.

둘째, 동물관련 축제의 생명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자.
이제 지속가능하고 생명윤리의 가치를 존중하는 지역 동물관련 축제 가이드 라인 마련을 위한 공동 논의 테이블을 만들어야 한다. 생명가치와 생명윤리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시대에 맞추어 지역축제 역시 이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번 논란이 일회성 논란이 아니고 사회적 성찰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환경부와 지자체, 관련 전문가가 함께하는 논의공간을 마련하고, 함께 모색해야 할 새로운 시대의 생명과 경제에 관한 논의, 동물관련 축제 생명윤리 가이드라인 제정 등의 논의를 시작할 것을 제안한다.

2020. 02. 10
한국환경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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