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 인천 수돗물 유충이 보내는 신호, 불평등과 그린인프라

[환경정의 편지]

인천 수돗물 유충이 보내는 신호,
불평등과 그린인프라


현경학(환경정의연구소 그린인프라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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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수돗물 깔따구 유충 사건과 장마 시기 집중호우로 전국이 온통 물난리입니다. 지난 7월 9일 인천에서 최초로 신고된 수돗물 유충 문제는 잦아들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대책이 발표되지는 않았습니다. 작년 붉은 수돗물(적수) 사태와 이번 가구 내 수돗물 유충 발견으로 수돗물을 안심하고 마시기는커녕 세숫물로 쓰기에도 불안합니다. 인천이라는 대도시에서 작년과 올해 연이어 수돗물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수돗물에 전환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신호를 인천에서 보내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484개의 정수장이 우리나라에 있습니다. 일반정수장은 435개이고, 고도처리정수장은 49개소입니다. 댐이나 하천에서 취수한 원수를 해당 지자체 정수장으로 보내 정화한 후에 배수지를 통해 각 가정으로 수돗물을 공급합니다. 수돗물 수질은 일반적으로 원수 수질, 정수장 시설과 정수처리 방법(일반과 고도처리 정수장), 수도관 재질과 노후도 등에 따라 영향을 받습니다. 일반정수장은 대개 혼화, 약품 응집, 침전, 모래 여과와 소독으로 이어지는 표준처리 공정을 통해 병원성 미생물과 탁도 유발 물질 등을 제거합니다. 고도정수처리는 모래 여과 후에 오존과 활성탄 공정을 추가하여 일반 공정으로 곤란한 맛과 냄새 물질(조류) 등을 처리합니다. 더 양질의 수돗물을 생산하여 수돗물 불신을 줄이기 위한 목적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설치와 운영비가 더 들어갑니다.

환경부 발표를 보면, 더 좋은 수질의 수돗물을 공급한다는 고도처리 정수장에서 오히려 유충이 많이 발생했습니다. 유충 문제가 시작된 인천의 6개 정수장 중 공촌과 부평정수장이 고도처리 시설입니다. 전국 고도처리 정수장 49개소 점검 결과 공촌, 부평, 삼계, 범어, 회야, 의령 및 화성정수장 등 7곳(14.3%)에서 유충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공촌정수장은 잠실 수중보 위 풍납취수장에서, 부평정수장은 팔당댐에서 물을 취수합니다. 수돗물을 사용하는 가정에서 유충이 발견된 정수장은 인천의 공촌과 부평정수장 두 곳뿐입니다. 대부분의 유충은 공촌정수장 계통에서 발견되었고, 특히 인천 서구에서 유충이 집중적으로 나왔습니다. 김해 삼계, 양산 범어, 울산 회야 및 의령 화정정수장은 낙동강 수계에서 원수를 가져옵니다. 화성정수장을 제외하면, 한강 수계 2곳, 낙동강 수계 4곳입니다. 일반정수장 435곳 중 유충은 3곳(0.7%)에서 발견되었습니다. 고도처리 시설이 수돗물을 더 불신하게 하는 웃픈 현실입니다.

인천시 대책은 크게 성충 유입방지를 위해 밀폐형으로 고도정수처리시설 개선, 스마트폰 수질 공개, 정수장을 식품공장 수준의 위생상태로 준수하기 위한 ISO 22000(식품경영안전시스템) 도입, 공촌과 부평 수계 노후 수도관 25년까지 교체 및 그린 뉴딜 스마트상수도 시스템 도입 등입니다. 환경부도 8월 내로 종합대책을 발표합니다.

여전히 공급자와 시설 위주 대책으로 보입니다. 시민 과학적 접근과 시민참여 활성화 방안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과 제도, 역량 강화 사업 연구가 필요합니다. 1998년부터 도입한 활성탄 공정 연구도 원수 특성 변화, 기후위기 영향 등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합니다. 인천시 수돗물 유충은 시설이 고도화되었으나 전문인력에 의한 운영과 관련 연구가 뒷받침되지 못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활성탄 공정 운영비와 처리효율보다 최저가를 우선하는 입찰 등 제도도 원인입니다.

투명 샤워기가 유충 발견과 신고에 일조했다는 이야기는 수도 사용 가정의 불안감과 더불어 사적 비용의 문제입니다. 시민들이 물 사용에 비용을 추가로 부담한다는 점은 공평해야 할 수돗물에서 불평등을 키우는 일입니다.

인천의 공촌과 부평정수장은 외지인 잠실 수중보와 팔당댐에서 취수한 물을 수십 km 이송시킨 후 가정에 공급하는 대규모 에너지 소비형 시스템의 일부입니다. 기존 도시의 전형적인 외부 지역 자원 약탈 방식이며, 탄소 시대 성장 중심 회색인프라의 일종입니다. 물을 취수하고 시설로 정화하고 공급하는데 에너지가 많이 드는 시스템입니다. 그린인프라는 이와 다릅니다. 그린인프라는 자연특성에 기반하여 소규모, 근거리에서 시민이 참여하는 순환형의 시스템을 구현하려 합니다.

네덜란드는 수돗물을 생산할 때 시간이 걸리더라도 지표수가 자연적인 과정을 거치도록 모래언덕과 같은 자연 통로로 보내 정화하고 염소 소독을 피합니다(Smeets 등 2009, Drink. Water Eng. Sci. ; 서울신문). 수돗물 음용률이 87%인 이유입니다. 자연특성을 최대한 살리는 그린인프라의 취지를 살리는 수돗물 생산 방식입니다. 환경부와 인천시가 즉자적, 기술적 대책이 아닌 지속 가능하고 물 복지가 평등한 도시를 지향하는 장기적 대책을 세워나가기를 바랍니다.